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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설 퍼실리테이터 Oct 21. 2024

비난하지 않고 대화할 수 있다면

상처받고 실망하더라도 비난하지 않고 대화하는 법


오늘 집 근처 순두부 맛집에 들어갔다. 맛은 훌륭했지만, 공간이 협소해서 옆 테이블 대화가 생생하게 다 들렸다. 옆 테이블엔 부부로 보이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그들 사이에 날카로운 긴장감이 흐르고 있었다.


아내로 보이는 여자는 남편을 향해 끊임없이 비난 섞인 말을 내뱉고 있었다. “당신은 애초부터 글러먹었어. 내가 몇 번이나 말했는데도 바뀌지 않아. 이렇게는 못 살아.” 여자는 끊임없이 남편을 몰아붙였다. 나는 그들의 사정은 모르지만, 계속되는 비난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그들 사이의 쌓인 감정이 있었겠지만, 그 순간의 대화는 해결을 위한 시도보다는 상처를 주는 말들로만 가득 차 보였다.


나 역시 이런 상황에서 자유롭지 않다. 때로는 부모님에게, 혹은 가까운 사람에게 실망하거나 화가 났을 때 상대를 탓하고 비난하고 싶은 생각이 먼저 떠오른다. 상대방이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그동안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생각하기보다는 내 감정에 휘둘려 상대방을 탓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비난은 결국 서로의 관계를 해치고,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갈등을 더욱 깊게 만들 뿐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비난하지 않고, 서로를 이해하며 대화할 수 있을까?



1. ‘나’의 감정을 중심으로 표현하기


비난을 줄이는 첫 번째 방법은, 문제를 상대방의 잘못으로 돌리는 대신, 내 감정을 중심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이를 ‘I 메시지’라고 한다. 예를 들어, “넌 왜 항상 그렇게 행동하니?“라고 묻는 대신, “네가 그렇게 행동할 때 나는 속상하고 힘들어.“라고 말할 수 있다. 상대방이 틀렸다는 말 대신, 내가 느끼는 감정을 전달하는 것이다. 이런 표현은 상대방이 방어적으로 반응하지 않게 하면서도 내 감정을 솔직하게 전달할 수 있다.



2. 상대방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공감하기


비난은 종종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지 않거나, 듣더라도 자기 생각만 고집할 때 발생한다.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경청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 사람의 말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단순히 “네가 그렇게 생각할 줄 몰랐어.“와 같은 한마디라도, 그 사람에게는 큰 위안이 될 수 있다. 공감은 비난을 줄이고, 대화를 좀 더 부드럽고 생산적으로 이끌어 갈 수 있는 힘이 있다.



3. 건설적인 피드백 주기


비난은 문제를 해결하기보다는 상대방을 공격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반면에, 건설적인 피드백은 상대방이 개선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한다. 예를 들어, “너는 정말 게으르다.“라고 말하기보다는, “우리 둘이 시간을 맞춰서 일을 같이 하면 더 나을 것 같아.“라고 제안하는 것이다. 이런 피드백은 상대방을 공격하기보다는, 함께 해결책을 찾는 데 초점을 맞추기 때문에 갈등을 줄일 수 있다.



4. 감정 조절하기


비난은 우리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할 때 쉽게 나오기 마련이다. 감정이 격해진 상태에서 대화를 시도하면 말이 공격적으로 변하고, 상대방을 이해하려는 마음보다는 내 감정에만 집중하게 된다. 이럴 때는 잠시 말을 멈추고 감정을 추스르는 것이 필요하다. 심호흡을 하거나 잠시 상황에서 벗어나 감정을 다스린 후 다시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 도움이 된다. 감정을 정리한 후에는, 더욱 차분하고 이성적인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비난하지 않고 대화를 이어가는 것은 쉽지 않다. 특히 상대방에게 실망하거나 상처를 받았을 때, 우리는 쉽게 비난의 말이 먼저 나올 수 있다. 하지만 그러한 비난은 우리 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뿐이다. 상대방의 입장을 공감하고, 나의 감정을 중심으로 대화하며,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습관을 들인다면, 우리는 더욱 건강한 대화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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