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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unny sallim Apr 11. 2022

집안에 시즌 컬러를 담았다.

나와 가족의 취향을 담고, 닮은 집에서 삽니다.

입춘이 지나면 마음이 급하다.

손님을 맞듯 봄맞이 채비를 하고 싶어서다.

집안을 찬찬히 둘러본다.

내가 좋아하는 무드의 컬러로 은은하게 배치된 가구와 패브릭으로 가득하다.

사이사이 남편이 애정하는 뱅갈고무나무가 그 초록빛을 한껏 머금고 새순을 틔우기 바쁘다.

빼꼼히 내민 새순이 봄을 기다리는 내 마음처럼 수줍다.

집안 분위기를 굳이 반전이라 할 만큼 바꿀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집은 쉼과 회복의 공간이기에 익숙한 것이 제일 좋고 지루해지지 않도록 간간이 색다른 포인트를 주면 좋다.

나는 이번에 집안의 시즌 컬러를 설정해 변화를 주고 싶었다.

컬러는 그린(Green).

가만히 들여다보니 남편 덕에 사계절 내내 초록 식물이 집안 곳곳에 자리하고

최근 선물 받은 그린 컬러의 키친 클로스가 몹시 산뜻해 액자에 끼워 놓으니 제법 봄 분위기가 났다.

그렇다면 그간 고심하던 공간에도 그린 컬러를 놓으면 어떨까 싶었다.


우리 집은 정남향으로 시시각각 거실로 쏟아지는 햇살이 다채롭다.

맞은편 주방은 탁 트인 산자락 뷰가 멋들어진다.

그러나 너무 탁 트여 겨울에는 한기가 제법 느껴지기도 한다.

안방과 연결된 드레스룸은 유독 집의 제일 구석에 자리 잡고 있어 외풍이 좀 있다.

겨울에 드레스룸을 닫아두긴 하지만 한파에는 그 냉기가 스멀스멀 들어와 공기가 차다.

그래서 안방과 드레스룸 그 공간 사이에 간이 커튼을 달고 싶었다.


공간을 구분해 아늑하게 연출하면서도 냉기를 막아주는 효율성도 고려해 커튼을 고르기 시작했다.

컬러는 그린으로 이미 정해두었고 소재는 안막처럼 무겁거나 두터운 느낌이 아니길 원했다.

감각적인 프린트가 있다면 더 좋을 듯했다.

이렇게 몇 가지 기준을 중심으로 며칠을 고심하다 마침내 마음에 쏙! 드는 커튼을 발견했다.

폴리 100% 소재로 실루엣이 슬쩍 드러나는 두께감, 세 가지의 각기 다른 그린 컬러가 조화롭게 체크 패턴을 품고 있었다.

산뜻하면서도 어지럽지 않은 디자인이 딱 마음에 들었다.

커튼을 주문하고 기다리는 그 며칠이 간절할 만큼 설레고 기대됐다.


역시나!

커튼을 받아보니 기대만큼 너무 예쁘고 사이즈도 맞춤처럼 알맞다.

압축봉을 이용해 커튼을 달고 보니 나란히 놓인 화분과도 잘 어우러져 더없이 예쁘다.

내친김에 아들이 취미로 그리는 집 그림을 노란 액자에 넣어 거실 벽에 걸어두었다.

그린과 엘로우 컬러가 은은한 우리 집에 싱그러움 한 방울을 떨어뜨리는 듯하다.

이렇게 우리 집에 봄이 왔다.


집안의 공간은 가족이 공유하는 곳이기에 나만의 취향으로 채워갈 수는 없다.

식물을 아끼는 남편의 마음, 건물 외관 그리기를 취미로 가진 아들, 자신의 스티커 사진으로 옷장 벽을 도배하는 딸, 그들을 사랑하는 나.

저마다 다른 우리가 한데 어우러져 사는 곳, 그 공간이 바로 집이다.

그래서 공간에 대한 고민과 이해는 가족을 사랑하는 또 하나의 방식이고 살림하는 재미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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