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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Jun 16. 2021

그러니까 우린 공부를 잘하는 세대

과잉 공부의 시대


유튜브를 보면 공부 영상들이 많아. 그중에서도 내가 놀랐던 건 실시간 '스터디 방송'이었어. 웬 사람이 카메라 앞에서 하루 종일 공부하는 모습을 실시간으로 방송하는 거야. 물론 중간중간마다 시청자랑 소통도 하고, 소소한 수다에서 얻는 재미도 있지만, 그 방송의 대다수의 시간을 차지하는 건 오롯이 공부야. 


공부 방송을 하는 사람들은 수험생이나 대학생도 많아. 근데 80년대 후반 혹은 90년대생도 눈에 띄어. 다시 수능을 준비하는 사람도 있고, 국시나 행시 같이 직업을 위한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많았어. 스터디 방송을 하는 사람들 얘기를 들어보니까, 시청자들이 서로 자극도 주고, 방송 때문에 매일 공부할 수 있는 계기가 된대. 


제법 참신해. 그런데 이런 모습이 그리 유쾌하지 않았어. 내심 씁쓸했어. 행복의 유일한 통로는 공부가 되어버린 세상 같았거든. 



고학력자가 넘치는 반면, 일자리는 그 수요를 따라가지 못한다. 스펙은 이런 상황에서 편리하게 줄을 세우는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 그림출처 : 대학내일


스펙이 업무의 역량과 크게 직결되지 않음에도, 취준생에겐 많은 스펙을 요구해. 어떤 분은 스펙을 예의라고 생각해. 그분은 스펙을 갖추지 않고 지원한 사람에게 황당하게 왜 지원했는지 되려 묻기도 했대. 그분의 말 한마디 덕분에 오늘도 영어학원이나 자격증 학원은 오늘도 성황일 거야.


행여 그렇게 들어간 회사도 해피엔딩인 경우가 많지 않아. 주 52시간씩이나 일하는 경우나, 위대하신 어떤 상사분의 교시에 못 이기고 나오는 경우가 부지기수야. 그게 좋아하는 일일지라도, 현실에선 퇴직금이라도 받고 나오면 다행인 것 같아.


사연은 다 다양하지만 결론은 공부야. 우리가 질리게 했고, 잘하는 것이지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은 공부를 마주하는 사람들이 많아. 그 사람들은 이전 세대보다 더 많은 양의 공부를 했을 거야. 그러나 역설적으로 좋아하는 일을 선택하기에는 그 대가가 너무 큰 시대에 사는 사람들이 되었어. 


그래서 어쩔 수 없이, 고시책을 피고, 수능 인강을 켜게 되는 것이겠지. 살면서 해온 것이 노오력인지라, 그러니까 우린 공부를 잘하는 세대가 아닐까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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