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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Jul 29. 2021

프레임의 싸움

시끄럽지만 다소 유용한 정치광고 이야기


"제품 있고, 배우 있고, 장소 있으면 찍는 게 광고인데"


영화 '공작'에서 박성웅이 황정민에게 하는 광고회사 동업을 제안하며 한 대사입니다. 그리고 이 대사는 광고업을 잘 꿰뚫은 대사라고 생각합니다.


광고가 복잡한 것 같지만, 사실 목적은 단순합니다. 제품을 홍보해서 사게 만드는 것. 그래서 광고는 장르를 가리지 않습니다. 살 수 있는 것은 모두 광고로 쓸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것은 정치까지로도 그 범위가 확장됩니다. 


네. 오늘은 정치 광고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광고학 중에서 재밌게 배운 기억이 정치커뮤니케이션입니다. 단순한 광고 분석이 아니라, 사죄하는 법과 타이밍을 따질 정도로 고도화되어있습니다. 그래서 광고도 미묘한 부분들이 참 많습니다. 




#1.


프레임은 쉽게 얘기해서 생각을 규정하는 틀입니다. 어떤 이슈에 대해서 수많은 이미지가 떠오르는데, 프레임을 통해서 생각들을 한정시키고 한 방향으로 정의시키는 것이죠. 진술의 변화 혹은 특정한 부분을 표현하면서 프레임이 쌓입니다. 그리고 이 프레임은 자신에게 스스로를 씌울 수 있고, 남에게 씌울 수 있습니다.


America can't afford that risk. (미국 공화당, 1988)


1988년 미국에는 대선이 있는 해였습니다. 민주당의 듀카키스는 유력한 대권 주자였으나, 위의 광고로 경쟁력을 잃습니다. 상대 후보였던 부시가 내세운 네거티브 광고였죠. 내용은 단순했습니다. '듀카키스는 항공모함 신규 건조에 반대한다, 스텔스 폭격기 도입에 반대한다.'의 내용이었습니다. 


다소 과장되었거나, 검증되지 않은 것이 많았습니다. 무엇보다 자신의 강점, 정책적 공약은 하나도 없는 네거티브였죠. 그러나 상대에게 무능하고 위험한 '안보 프레임'을 씌울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계산은 승리로 이어지게 됩니다.



반면, 자신에게 프레임을 씌우기도 합니다. 이런 과정을 프레이밍이라 합니다. 의제 선정을 위해서 키워드나 태도, 화법 등을 전략적으로 끌고 가는 것이죠. 13대 대선에 나온 노태우 후보가 그랬습니다. 하나회라는 딱지, 12.12 쿠데타의 딱지를 떼고자 '보통 사람'의 이미지를 꾸준히 밀고 갑니다. 


직선제 시대에, 결국 선택권을 가진 유권자에게 모난 시선을 피하고자 넙죽 엎드린 것이죠. 이것 덕분인지 아닌지 모르겠으나, 이 또한 결국 성공한 캠페인으로 기록됩니다.



#2.


사람들은 어떤 행위나 사건에 대해서 원인을 찾으려고 합니다. 원인을 알고, 이에 대한 대응을 하는 것이 보통 사람의 행동 방식입니다. 이를 귀인이론(Attribution Theory)입니다. 프레임도 이런 행동 방식을 이용한 원리인 것이죠. 


상대 후보가 '~~ 사람' 이런 사람이다라는 프레임을 씌우면, 그 행동의 원인과 방식도 다 그 프레임에 대중의 눈이 가둬지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반대로 자신의 장점과 선행은 어느 특정 프레임(지역이나 학력 등)에 씌우면 본질적이고 지속적으로 여기는 특성이 있습니다. 전자의 경우는 보통 지역감정이나 정치적 이념 공격에서 사용하였고, 후자의 경우는 자신의 출신이나 군 경험을 토대로 쓰입니다. 


당당한 서민 대통령, 기호 2번 홍준표 (자유한국당, 2017)


2017년 대선에서 홍준표 후보가 자신의 출신 이력을 토대로 '서민 대통령'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웠습니다. 후보가 어려웠던 과거를 지냈기에, 누구보다 서민을 잘 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었던 것이었죠. 그러나 당이 가지고 있던 이미지와 미스매치가 생겼습니다. 괴리가 크니 유권자들은 후보자 개인이 가진 이미지를 인지하는데 실패하게 된 것입니다.






이렇게 프레임이 강하게 작동되면, 후보나 정당은 할 수 있는 일이 적어집니다. 후보가 사소한 행동이나 평범한 발언을 하더라도, 특정한 의도가 있는 행동으로 보입니다. 행동에 설명하지 않으면 안되고, 설명할수록 변명처럼 들리게 됩니다. 반박할 수 있는 증거나, 강경한 대응이 없다면 가둬지기 쉽습니다. 


대선 때마다 이런 프레임 논쟁은 지속되었습니다. 지난 두 번의 대선에서는 경제민주화, 안보, 공정 등의 키워드로 프레임이 만들어지고 공방이 있었습니다. 다가오는 대선에서는 어떤 키워드가 만들어지고 부각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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