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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고라니 Nov 05. 2021

PC의 시대

1997년, PC 광고 이야기


시대가 지나면서 사라지는 광고가 많습니다. 과자 광고도 그 중 하나인데, 과자 자체는 계속 있지만, 수요층의 매체 소비 변화로 이제는 공중파에서 보기 힘들게 되었습니다. 반면 한 시대를 호령했지만, 지금은 잘 볼 수 없는 광고 중의 하나가 바로 컴퓨터 광고입니다.


이제는 태블릿 PC나 노트북의 광고가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보다 더 많은 스포트라이트와 주목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그 속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기도 합니다.




밤새지 마란 말이야(현대전자, 1997)


'밤새지 마란 말이야'는 당시 어린이들은 다 따라 하고 다녔던 유행어였습니다.(제가 그랬구요ㅋㅋ) 당시 최전성의 인기를 구가하던 김국진씨가 특유의 억양으로 해당 카피를 소화했는데, 큰 히트를 친 것이죠. 여기에 '꺼지지 않는 즐거움'이나 밤새지 마란 말이야 등은 정석적이면서도 쉬운 카피가 인지에 한몫한 것 같습니다.


신기한 점은 당시에도 값이 꽤 있던 컴퓨터 광고에서 이런 유행어를 썼다는 점입니다. 간단하게 생각해보면, 대중들이 아무리 김국진이 나와서 유행어를 많이 따라 한다고 한들, 100만 원이 넘어가는 컴퓨터를 충동적으로 사지는 않습니다. 깊게 생각하고 사야 하는 제품이기에, 통상적이라면 전문성을 어필하려고 할 것입니다.


1인 1PC 시대 "컴맹은 없다" - (1997.12.02 매일경제 51면 기사 발췌)


그러나 이런 공격적인 전략에는 여러 계산이 깔려 있습니다. 광고가 나왔던 97년에는 컴퓨터가 가정용으로 보급화되던 시기였습니다. '정보화시대'가 시대적 화두였고, 당시 대선후보였던 김대중 후보측도 1인 1PC와 정보 인프라 확충을 주요 공약으로 내세우던 시기였습니다. 이런 배경이 있었기에 '가정용 PC' 업계에 있어서 거대한 블루 오션이었던 것입니다.


오로지 컴퓨터, 삼보 컴퓨터(삼보컴퓨터, 1997)
손 끝, 하나로(삼성전자, 1997)


그래서 경쟁자가 많았습니다. 특히 이 업계에는 강력한 1위 브랜드인 삼성이 있었고, 삼보컴퓨터 또한 매출 1조 원을 달성할 정도로 건재한 시절이었습니다. 우위에 있는 경쟁자들을 싸움이 불가피했기에, 현대전자는 광고로써 과감한 승부수를 펼친 것이었습니다.



삼성전자가 PC 판매에서 4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1998.01.04 매일경제 11면 기사)


그러나 현대만 공격적으로 광고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삼보는 박찬호를, 삼성은 장동건, 김희선을 내세워서 각축전을 펼쳤습니다. 그리고 대중들은 브랜드 인지도와 넓은 유통망을 가진 삼성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이미 가전에서의 입지와 인지도가 컴퓨터 시장에도 영향을 미친 것입니다.


한번 주인이면, 평생 주인 (세진컴퓨터랜드, 1996)


컴퓨터 시장이 커질수록, 관련 사업의 광고도 많아졌습니다. 단순히 컴퓨터 제조업 뿐만 아니라, 컴퓨터 유통과 인터넷도 함께 성장할 수 있었습니다. 위의 광고처럼 세진컴퓨터랜드도, PC의 보급이 막 시작되던 시기에 만들어진 광고였습니다. 


광고 메시지와 브랜드가 맞아떨어진 광고였지만, 광고보다 모델이었던 진돗개의 이야기가 주목받아, 브랜드가 묻히는 경우가 되기도 하였습니다.




돌아보니 90년대 광고는 대부분 힘이 빡 들어갔습니다. 광고모델부터, 그래픽 효과까지 적극적으로 사용하였습니다. IMF 이전 시기였기에, 기업의 홍보 여력이 있지 않아서였나 싶었는데요. 다음 글에서 이런 90년대 혹은 80년대의 광고에 대해서 더 깊게 살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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