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학으로 논문 쓰는 안내서
지금까지 우리는 '가설'이라는 용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해 온 경향이 있다. 가설이라는 단어는 우리 일상에서 흔히 사용되는 단어임에도 불구하고 대학원에서 조사방법론 수업을 들은 다음부터 이 단어가 너무나도 생소한 단어로 돌변해 버리는 것이다. 가설은 가설일 뿐인데 귀무가설이니 95% 신뢰 수준이니 정규분포니 채택이니 기각이니 하는 통에 영 이해가 쉽지 않다.
그냥 쉽게 생각하자. 가설은 그냥 가설일 뿐이다. 가설, 말 그대로 “임시로 설정해 놓은 말”인 것이다. 흔히 탐정 영화나 소설을 보면 주인공이 가설을 수립하고 이를 확인하기 위해 증거를 수집하러 다닌다. 드라마에서 귀부인이 남편의 외도를 의심(임의로 설정)한 것이 가설이고, 이를 증명하기 위해 탐정사무소를 찾아가 의뢰를 하면 탐정이 카메라를 들고 미행하면서 외도의 흔적을 찾는다. 가설이 맞는지 틀렸는지 증명하는 것은 탐정사무소의 활약에 달려있다.
이러한 가설은 우리 주변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다. 가령 나는 평소 참치를 좋아하여 식사 때마다 참치 통조림을 사 먹는다고 가정하자. 참치 통조림에는 250g이라는 중량이 적혀있는데 나는 요즘 이상하게 통조림의 참치 내용물이 점점 빈약해지고 있다는 의심이 든다. 이 경우 나의 가설은 “참치 통조림의 중량은 250g 미만일 것이다”가 되고 이를 CSI나 탐정사무소에 요청하면 알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나는 돈이 별로 없고 이 문제는 참치 애호가인 나에게만 관찰되는 현상인 관계로 직접 이 문제를 조사하기로 한다.
먼저 참치 통조림을 10개 구입해서 살코기만 따로 무게를 달아보기로 한다. 역시나 참치 살코기는 평균 200g밖에 되지 않는다. 의기양양한 나는 참치 통조림 회사에 항의 전화를 한다. 그런데 참치 통조림 회사 담당자의 반응이 영 신통치 않다. 이런 전화는 하루에도 수십 번 받고 있고 통조림 10개 가지고 증명이 되겠느냐는 식이다. 그래, 내가 생각해도 10개는 너무했어. 그래서 이번에는 참치 통조림 50개를 구입해서 살코기만 따로 무게를 달아본다. 그런데 이번에도 평균은 200g밖에 되지 않는다. 다시 참치 통조림 회사에 전화해 항의한다. 그러자 이번에는 담당자 반응이 아까와는 다르지만 여전히 믿지 못하는 낌새이다. 좋다. 나는 마지막으로 참치 통조림 100개를 구입하여 아까의 시험을 반복하기로 한다. 조사 결과 평균이 200g밖에 나오지 않았고 나는 다시 회사에 전화를 걸어 보상해 주지 않으면 당장 소비자 보호원에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담당자는 내일 시간 되시냐고 하면서 한번 찾아오겠다고 말한다.
방금 예로 든 사례 안에 우리가 알고자 하는 통계의 거의 모든 부분이 반영되어 있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한결 가벼울 것이다. 물론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렇게 생각해 보자는 것이다.
내 연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설정한 것이 가설이고, 이 가설을 모아놓은 것이 연구모형입니다. 앞으로 간단하게 설명한 참치 통조림의 예를 확장하여 통계의 기본 개념을 조금씩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