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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녕안 Feb 04. 2024

친구에 대한 친구다운 마음가짐이란 뭘까

친구가 내게 결혼소식을 전했다. 중학교 때부터 짝꿍처럼 붙어 다녔던 우리였다. 나의 부끄러운 모든 역사들을 깨알같이 다 아는 친구이다. 평생 붙어있을 거라 생각했던 우리였다. 하지만 선교사였던 부모님을 따라 고등학생 때 필리핀으로 훌쩍 떠나 한참 우리가 어른이 될 때까지 보지 못했었다.


시간을 내면 만날 수 있는 때가 되어서는 서로 시간을 내기에 너무나 어려워 만나기가 어려웠다. 마음은 그렇지 않았으리라 생각하지만 카톡의 답장도 아주 오래 걸려서야 받곤 했다. 그래도 의지하고 사랑하는 친구였다. 나의 결혼식 때에는 가방순이를 해주며 하루종일 애를 써준 아주 고마운 친구였다. 우리는 만남이나 연락의 빈도나 형태와 상관없이 언제나 의지하고 사랑하는 사이였다.

 


그런 내게 친구는 축가 반주를 부탁했다. 남편과 함께 꾸릴 노래의 반주를 맡긴 것이다. 너무 벅차고 고마웠다. 그리고 방금 친구와 만나 연습을 하고 돌아왔다. 왠지 마음이 저리고 쓸쓸해 차에서 내려 집으로 올라갈 수가 없다. 네가 준 장미꽃이 왠지 더 예쁘게 보인다. 주차장에서 차의 시동을 끄지 못하고 하염없이 흐르는 느린 노래들에 의지해 지나간 우리의 시간들을 끊임없이 더듬기만 한다.


소중한 시간과 소중한 감정들이 눈앞에 눈처럼 소복소복 내린다. 짠하고 화려하고 아름답고 시리고 빛이 난다. 하지만 손바닥에 곧 녹아 물방울이 되어버리는 눈 결정들처럼 마음의 구석구석에서 스며들어 버린다. 희미하고 불투명하고 아지랑이처럼 피어나다가 곧 꿈처럼 이상하다.


우리의 기억들은 결국 미안함이 된다. 미안하다. 너에게 내가 좋은 친구가 아닌 것 같다는 확신이 든다.


친구에게 곧 음원을 만들어 보내주어야겠다. 우리의 기억들 중 많은 이들 앞에서 가장 멋지게 째를 낸 날이 될 수 있도록 보내준 음원을 들으며 연습을 하도록 얘기해 주어야겠다. 그리고 네 인생의 새로운 시작에서 네가 아름다운 날에 가장 크게 축하를 건네기 위해서 최선으로 피아노를 치겠다. 네가 너의 사람들과 아주 행복하기를 바란다. 숨 들이켜듯 사랑하고 숨 내쉬듯 가득 사랑받기를 바란다. 오직 그것으로 충분하고 너를 사랑하며 소중하고 빛나게 채워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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