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같이 들어줬으면 좋겠는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밑바닥의 생김새는 짐작, 생긴 대로 믿어준 채 나의 열 손가락보다 넘치는 것들은 비닐봉지의 손잡이 귀를 한 손씩 나누어 쥐는 것처럼 같이 들어주는 것 말이다.
세상에서 가장 친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도 쉽게 공유할 수 없는 일들이 있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쉽게 말해서 참 외로운 일인 것 같다.
외로움이 머리를 지끈지끈 한참을 누르다가 가슴에서 두근거리고, 그것이 그대로 명치에 턱 걸려 그곳이 본래 자리였던 듯 멈추어 머무르는 날이면 그것이 그대로의 크기만큼으로, 그대로의 무게만큼으로 응어리진다.
숨을 고르는 방법도 여러 가지이다. 전형적인 긴장을 푸는 방식의 숨 고르기는 가끔 너무나도 답답한 방법인 것 같이 느껴진다. 들이 켠 숨을 느리게 뱉는 그 순간은 나에게 초월적인 지구력을 요구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난 이것을 할 수 없겠다는 생각을 한다.
응어리를 살살 살펴보다가 어떤 틈새에 손끝을 살짝 끼우고 그것을 들어 올리려는 만큼 숨을 벅차게 들이켜다가 그저 다시 쿵 놓아버리고야 마는, 떨구는 숨 고르기도 있다. 이건 왜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때만큼은 시원하기도 하다. 빠른 체력소모가 문제이다. 생각에 깊이 빠져들다가도 두려움에 뒤도 돌아보지 못하고 도망쳐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자신이 없다.
응어리가 아니라 바위라고 불러야겠다.
아니다, 산이다.
아. 그냥 이 세상 그 자체이다.
그냥 이 세상에 떠도는, 널리고 널린 공기를 호흡하는 일조차 무겁다니.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매 순간이 기적이고 환상의 일이다.
나는 오늘도 겁을 먹은 18시 27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