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마미술관 개관 20주년 기념 드로잉 특별전
작가: 강미선, 김명숙, 안규철, 유근택, 이배, 황인기/ 철학자:이진우, 허경
출품작 : 드로잉, 회화, 설치 200여점+철학자의 재해석+소마미술관 20주년 드로잉전시 아카이브
이배 작가는 30여년의 시간 동안 한국과 유럽을 오가며 '숯'을 주재료로 다양한 작품을 선보여 왔다. 작가는 기본적으로 숯을 불순물이 사라진 가장 순수한 상태로 보았다. 숯은 나무가 탄화되어 연료가 되거나 살균 및 해독작용으로 주변을 정화 시킨다. 때문에 숯에는 에너지와 생명력이 응축되어 있다. 또한 숯은 오래된 나무를 태워 만드는 만큼 오랜 시간성을 머금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2.6m 높이의 대형 숯덩이를 배치하여 물성 자체가 선사하는 힘을 느낄 수 있도록 하였다. 이는 뒤편의 드로잉 작업으로 이어진다. 먹을 만드는 재료가 숯이기도 하지만, 먹은 한국의 정신성이 가미된 전통적인 재료다. 그리고 붓질에서는 온몸의 에너지를 담아낸 신체성을 읽을 수 있다. 결국 작가의 드로잉은 정신성과 신체성의 결합이다. (Acrylic medium〉은 화면에 붉은색 획만 존재하는 듯 보이지만 여백이 백색으로 채워져 있다.
작가는 오랜 시간 유럽에서 활동하며 화면을 꽉 채우는 서양문화와 우리가 생각하는 여백의 미적 관점의 차이를 깨닫게 되었다. 일필휘지와 기운생동의 방법론을 유지하되 다층적 레이어로 화면을 채움으로서 동서양의 가치관을 절충하고 상호 소통하고자 하였다.
묵중한 숯 다발이 압도적으로 다가온다.
고대로부터 인간은 이 숯을 드로잉 도구로 활용했다.
그런면에서 원시적인 숯의 형태는 드로잉의 본질을 말해주고 있는것도 같았다.
입구 들어가자 마자 있어서 더 임팩트가 크게 느껴졌던것 같다.
아크릴매체 Acrylic Medium, 2023
"매일 매일 해야 돼요. 기분 좋을 때만, 영감이 있을 때만 그려서 되는 일이 아니고. 추우나 더우나 일정한 시간에 지속적으로 계속 하다보면 그것이 매일같이 쌓여서 하나의 프로세스가 돼요. 그 프로세스가 생기면 나만의 방식도 생기고 그것이 굳어져 철학이 되고 사상이 됩니다. 특히 예술가는 인정받기가 지극히 어려운 일을 하는 사람들인데 그 현실을 잘 견뎌낼 수 있는 힘을 초월성'에서 얻어야 돼요. 이러한 태도는 꼭 예술가만은 아닐 거예요. 모든 삶이 그렇다고 생각해요"
이배 작가
뛰어난 기량보다 꾸준한 루틴을 뉴지하는 철학이 돋보이는 요즘입니다.
누구나 존재 자체로서의 존중을 받을 수 있는 것이기에 타인에게 인정받기위해 노력 하는게 중요한게 아니고
자신의 생각을 잘 정리하는 과정이 곧 예술의 과정 혹은 예술가가되는 길인것 같습니다.
이러한 태도는 매우 중요한것 같습니다.
모네 Claude Monet, 2006
원숭이 1 Monkey 1, 2015
#비트겐쉬타인 #케터 콜비츠 #미켈란젤로 #프루스트 #베이컨 #T.E.로렌스
#밀레 #터너 #모네 #고야 #세잔느 #쟈니캐쉬
#바슐라르 #니체 #밀레 나체 #프로이드 #니체
드로잉이 크고 모여 있으니 예술이됩니다.
한 명 한 명에 집중한 작가의 성실함이 보입니다.
미켈란젤로 만다라, 2024
악몽 Nightmare, 1986
" 언젠가 TV에서 인도의 한 구루가 오랜 명상을 끝내고 불가족 천민들을 이끌고 친환경 생필품을 생산하는 자신의 대규모 공장단지를 안내하며 Life is religion, work is worship.(삶이 종교다. 일은 삶을 경배하는 행위다.)라고 말하는 장면과 오래전 고등학생이었던 제 딸이 전해준
"생명生命, 생生은 명命이다."라는 어느 작가님의 말씀을 떠올리며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오늘과 작업을 마주해 보려고 합니다"
김명숙 작가
"인간이 태어나서 만들 수 있는 최고의 예술 작품은 바로 '삶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전시는 '본질에 대한 탐구'라는 전제를 기저에 두고 일상의 철학과 학문적 철학의 연결을 시도한다.
예술가는 보편적으로 작품을 통해 세상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보고 자신의 내면에 구축된 세계를 표현한다. 그리고 철학은 세상의 진리를 아울러 나름의 체계를 세움으로써 본질을 탐구한다. 그것을 실천하는 방법으로 '현상을 의심하는 것 (니체), '질문을 던지는 것'(소크라테스), '기존의 체제와 관습에 상관없이 스스로 판단하는 것'(칸트)으로 특징지어 본다면 예술가 각자가 철학자들이다. 그리고 우리도 누구나 철학자가 될 수 있다. 이론으로 제시하는 것, 예술작품으로 표현하는 것, 생활의 태도로 드러내는 것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이다. 그 연장선에서 전시는 6명의 작가를 '삶의 궤적'과 '존재의 사유'라는
2개의 주제로 구분하였다. 그리고 2명의 철학자가 각 주제와 연결된 철학적 사유를 제시하는 방식으로 전시가 기획되었다.
"예술가가 작품을 만들어 가는 과정은 한 인간이 태어나 일생을 살아가는 삶의 과정과 너무나 닮아 있어요. 또한 삶 자체를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와, 예술가가 자신의 작품을 만들어 가는 창작 과정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도 본질적으로 닮아 있죠. 그러니까 진정한 실존 철학자는 예술가이고 진정한 예술가는 삶의 철학자라 생각합니다."
이진우 철학자
작가의 태도가 중요한 이유입니다.
결과만을 중시할게 아니라 과정도 중요한 이유입니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이 삶과 비슷하게 느껴집니다.
안규철 작가는 일상적인 사물을 소재로 우리 삶의 태도와 예술의 역할을 질문한다. 그 방법으로 연필, 의자, 탁자, 벽돌 등 보편적인 사물에서 아이디어를 얻고 그것으로 파생되는 사유의 결과를 드로잉과 텍스트 그리고 설치 및 참여형 작품으로 구현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삽'과 '사다리'가 주인공이 되었다. 고소작업에 주로 쓰이는 사다리와 땅을 파는데 쓰는 삽은 인간의 활동영역의 양극단에 있는 노동자의 상징이다. 전시장에는 사물의 정의부터 제작과정, 재료, 사용방법과 관리방법, 부작용에 대한 경고까지 사물에 대한 특성이 서술된다. 이어서 사물의 일반적인 용도 뒤에 숨겨진 의미와 우리 삶 속 진실까지 더듬어 나간다. 작가는 사다리와 삽을 각각 하늘과 땅을 가리키는 화살표로 보았다. 사다리는 높은 곳에서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는 도구, 삽은 우리가 잊고 있는 과거를 발굴해내는 도구인 것이다. 이처럼 상식 뒤에 가려진 사물의 참모습을 추적하여 평범함 속에 숨은 비범함을 찾아내듯 예술의 본질, 예술가의 본질을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우리 삶의 본질을 깨닫도록 한다.
예술이 '삶의 부록'의 위치에 있기를 거부하고 예술이 '삶 그 자체'로 역할하기를 바라는 안규철의 철학을 만날 수 있다.
겨울나무 Winter trees, 2024
그림일기처럼 만들어진 작품이라 친숙하게 느껴진다.
형식 구애없이 써내려간 글과 그림이 영감을 준다.
"자신의 삶에서 어제보다 내가 오늘 더 나은 사람이 되는 것. 그것만큼 중요한 목표가 있을까요? 그 삶의 궤적을 누가 평가해 주면 다행이죠. 하지만 평가 안 해준다고 해서 서운해 할 거 없다고 생각해요. 밤하늘에 달이 떠서 밤새 지나가잖아요. 우리가 자는 사이, 아무도 보지 않는 사이에 그냥 자기 궤도를 가는 거예요. 또 우리가 그 달을 바라보면서 소원을 빌견 과학적으로 분석하건 많은 이야기들을 하죠. 그러거나 말거나 달은 자기 갈 길 가는 거예요. 우리도 그래야 된다고 생각해요”
안규철 작가
변신 Transformation, 2011/2023
올라가지 마세요! Don't Step up!, 2024
확실히 사람은 올라가지 말라고 하면 올라가고 싶은가보다.
제목을 보자마자 호기심이 생겼다.
아이디어 스케치를 보니 더 흥미롭다.
작품을 같이 만드는 기분이 듭니다.
아이디어 단계만으로도 예술이 될수 있군요. 구상미술을 좀 쉽게 풀어논것 같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현대미술은 철학을 미술의 영역에 적용하는 게 아니라 시각이미지와 텍스트의 놀이 속에서 현대 철학을 수행하는 거예요. 다시 말하면 철학이 있고, 미술의 영역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미술의 영역 안에서 다르게 생각하고 그 생각에 대해 예술가 각자의 방식으로 검토하고 변화시켜서 작품을 만들게 되는 거죠.
철학과 예술을 분류할 수 없는 이유입니다."
허경 철학자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이해하기 위해, 우리는 반드시
길고 긴 삶의 길을 걸어봐야 한다"
아르투어 쇼펜하우어
분수 Fountain, 2022
일종의 창조적 굶기라고 봐야죠. 배고픔이 절실하다 보면 의도한 바와 상관없이 운명처럼 부딪히게 되어있어요. 그것을 뭐 열정이라고 얘기할 필요까지도 없어요. 이는 새로움 혹은 충격적인 에너지에 대한 갈망이고, 내 삶의 루틴이자 업보이기도 해요. 무언가가 나를 감동시키는, 내가 나를 감동시킬 수 있는 부분에 대한 창조적 굵기 상태가 저를 지탱해요"
유근택 작가
봄-세상의 시작 Spring, Beginning of the World, 2024
동양화는 동양화인데 픽셀로 되어 있는 동양화입니다.
원단의 자연스러운 색감을 위해서 억지로 염색한게 아니라
자연에 있는 물에 담궈서 색이들게 만들었다는게 흥미로웠다.
황인기 작가는 동양과 서양, 과거와 현재 그리고 물질과 정신이라는 양가적 가치를 유연하게 아우르며 한국 현대미술의 영역을 확장해 왔다. 전통과 현대, 디지털과 아날로그의 대립적 요소를 하나의 화면 속에 흡수하지만, 이분법적 분류가 아닌 한국적 뿌리와 정신에 입각하여 융합을 시도한다. 본 전시에서는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50년이 넘는 시간동안 작품 활동의 변곡점에 있거나 상징성이 큰 작품을 선별하였다. 미국에서 청년기를 보냈던 작가가 신체의 리듬을 통해 정체성을 발현한 손가락 드로잉,
1986년 국내에 입국 후 다양한 주제의식의 분기점이 된 작품, 90년대 들어 캔버스의 평면을 떠나 콜타르와 리벳 등 오브제를 활용한 매체실험의 시작을 알리는 작품을 처음 공개한다. 대형 작품 〈오래된 바람 1101)은 동양 고전 산수화의 이미지를 디지털 픽셀로 전환함으로서 현대적으로 재해석 하여 많은 주목을 받은 '디지털 산수' 대표작 중 하나다. 마지막으로 최근 삶에 대한 솔직한 메시지가 담긴 목탄 드로잉으로 구성된다. 이를 통해 70세가 넘은 노년의 작가가 삶을 달관하며 얻은 느슨함 속의 치밀함을 발견할 수 있다.
오래된 바람 1101 Age-old Wind 1101, 2011
동양화와 픽셀 그리고 레고 그리고 대형작품으로 이어지는 생각의 흐름은
어떻게 가능한걸까요?
"나는 내 생에 노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그럴까? 노는 것을 아주 좋게 생각하는데. 주변 친구들을 보면 놀 수 있는 여건이 되어도 노는 거를 굉장히 불안해하더라고. 그 친구들은 내가 헐렁하게 산다고 걱정스럽게 보기도 해요.
하지만 삶의 중심에 내가 있다면 전혀 문제되지 않지.
살아하는 것을 하자고요. 양아요. 그러니가 하고 싶은 미로,
황인기 작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그린 그림인데 어찌보면 현대적인 작품입니다.
레이아웃이나 스타일이 매우 신선한데 표현 방식은 새로울게 없다는게
아주 신기합니다.
강미선 작가는 오랜 시간 수행적인 자세로 한지와 먹이라는 한국적인 재료의 본질을 탐구해 왔다. 또한 자신의 삶을 둘러싼 풍경과 사물을 명상적인 과정과 함께 묵묵히 쓰고, 그린다. 종이를 두드려 한지 표면의 물성을 살리고, 먹을 얕게 쌓아 농담을 조절하는 지난한 과정은 구도자적인 면모와도 맞닿아 있다. 이번 전시에는 '집'을 모티브로 한 수, 설치작업을 진행하였다.
최근 작가는 백 년 가까이 된 한옥을 고쳐서 살게 되었다. 공사 중 땅속에서 주춧돌, 사기 조각, 서까래 등을 발견하였다.
오랜 시간을 간직한 물건을 보며 집이 단순히 머물고 쉬는 곳을 넘어 역사와 이야기가 담긴 공간이라는 생각을 한다. 집이란 가장 오래 머무는 장소이고 희로애락이 이루어지는 곳이다. 그런 면에서 집은 삶의 근본이라 할 수 있다. 출품작 〈서가도>는 소반, 장독 문창살 등 집을 통해 펼쳐진 일상의 부분을 포착한 작품이다. 또한 작가는 관심(물L)이라는 태도를 강조한다. 볼 관, 마음 심.
즉, 마음을 제대로 들여다보려면 쓸데없는 것, 거추장스러운 것, 얽혀있는 것을 걷어내야 한다고 보았다. 이처럼 사람과 사물 그리고 작업을 대하는 작가의 진중한 자세를 통해 삶의 진리를 엿볼 수 있다.
구름이 낀 담 Cloudy Wall, 2024
" 살면서 만나는 많은 사람들, 그리고 맞닥뜨려지는 여러 가지 일들이 항상 기쁜 일만 있을 수도 없고 또 슬픈 일만 있는 것도 아니죠. 그런 것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항상 마음의 자리를 딱 지키는 것. 누가 꼭 나를 봐 주기 위해서 하는, 나를 포장하기 위해서가 아닌 자칫 미련한 듯 보여도 돌덩이처럼 움직이지 않는 단단한 마음과 태도가 중요해요. 그렇게 되면 내가 가고자 하는 길에 남들이 감히 범접할 수 없는 순간이 와요"
강미선 작가
나의 서가도 My Painting of Books and Bookshelves, 2024
한옥2024 Traditional Korean House 2024, 2024
신심명 Faith in Mind, 2024
작가님이 작업실에 앉아 조용히 먹을 가는 모습이 그림을 말해주는것 같아 흐믓했습니다.
먹은 확실히 가능성이 많은것 같다.
그림을 보고 나서 올림픽공원 산책도 하고나니
훨씬 더 예술속에 들어갔다 나온 기분이 들었습니다.
지금은 전시가 끝나 볼 수 없지만 작가들의 작품은 눈여겨 볼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