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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재선 Jun 06. 2023

아버지의 정원

자식은 꽃이  될 수 있을까?

아침 일찍 서둘러 하선재로  향했다.   새로 산 예초기를 차에 싣고  가서 조립할 생각 빠  전하느라 차가 좀 밀려도 힘들지 않게 도착했다.

  일주일 전  정원과 나무들을 손보고 갔는데 도착해 보니 번엔  잔디가 제법 많이 자랐다. 박스를 뜯고 하나하나 조립해 나갔다. 오래전부터 예초기를 사용해 온터라  대충 구조는 알아서 손쉽게 조립이 되었다. 오일과 기름을 넣고  시동을 걸었다. 버튼식이라 힘들이지 않고 시동이 걸렸다. 나일론 끈이 돌아가면서  잡초들을 잘라냈다.

위아래 산책로까지 금방 정리가 되었다.

산에다 집을 짓고 정원을 만드느라 아내와 난 많은 땀을 흘렸다. 귀하다는 야생화를 사기도 하고 얻기도 하면서 키를 맞추고 꽃색깔을 추어 심었다. 물론 심은 것마다 다 잘 자라지는 못했다. 죽기도 하고 잡초에 밀려  사라지기도 했다. 그럼 또 갖다 심고 하면서 하선재의 정원은 서서히 자리를 잡아갔다.  해마다  계절마다 꽃들이 피어나지만  잡초도 함께 자라났다. 누가 심은 것도  아닌데 잡초의 생력은 대단했다. 뽑아도 뽑아도 계속 나는 것이  잡초다. 귀하게 심은 꽃들이 잡초에 밀려 없어져 버리니 잡초가 밉기도 하 엄청난 번식력에 두렵고 짜증스럽기 조차 다. 그러니 안 뽑을 수가 없다. 그대로 나 두면 내년에는 더 넓게 퍼지기 때문이다.  여름은 잡초와의 전쟁이다. 꽃밭을 지켜 내려면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잡초를  이길 수 있는 방법이 아예 없는 건  아니다. 잡초보다 더 번식력이 좋은 야생화를 심으면  된다. 하지만 얘네들은 장소를 조심해서 심어야 한다. 그 주변에 다른 꽃들이  밀려나기 때문이다.

  얼마 전  큰누님 팔순에 맞추어  형제들의 글을 모아 책으로 내기로 뜻을 모았다. 다들 좋다고 찬성을 했. 책 제목은  형제들의 의견이 분분했지만 내가 제안한 대로 "아버지의 정원"으로 하기로  했다.

내가 꽃밭을 하나하나  만들어 갔던 것처럼 아버지도 자식들을 낳아 마치 내가 꽃을 심고 잘 자라기를 바랐듯이  아버지 마음속의 정원에 자식들을 하나하나 심으면서 잘 자라기를 기원하셨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버지 어머니는 팔 남매를 낳아  기르셨다. 자식들 꽃들이  생긴 것도 다르고 향기도 다르듯이 자신의 능력대로  꽃을 피웠다.  잘 자라다가 병도 생기고  잘리거나 꺾기기도 했지만  새로운 잎을 내고 가지를 내면서 꽃을 피우는 아름다운 나무가 되었다.

아버지, 어머니는 이미 돌아가셨지만 우리  형제들은 거목이 되기도 하고 이쁜 꽃이 되기도 하면서 아버지의 정원을  아름답게 만들어 왔다. 거기에  우리 아이들도 심기 우면서  더욱 정원은 아름다워질 것이다. 그렇게 아버지의 정원에 형제들의 정원이 붙여지고 정원은 점점 커지고  풍성하고 아름다울 것이다.                          

그런 뜻에서  글 쓰길 좋아하셨던 아버지 재능을 물려받은 우리 형제들의 글을 모아 책을 낼 때 아버지의 정원이란 제목이 어울릴 뜻 했다.

꽃과 나무들이 잘 자랄 수 있도록 벌레도 잡아주고 약도  쳐 주고 가지도 잘라주고  비료를 주고 했던 것처럼 아버지 어머니는 우리 형제를 기르셨을 것이다. 그러니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 어머니 가슴에 심기운 꽃이고 나무일 것이다.

드디어 책이 완성되었다.

이 책을 보시며 환하게 웃으실 아버지 어머니 얼굴이 보인다. 아버지 어머니가 더욱 그리운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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