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재선 Dec 03. 2023

죄인 같이 살아야 할 마음

부모 된 죄

소규모 기도 모임에 얼마 전부터 지체장애가 있는 아들을 데리고 온 젊은 엄마가  있었다. 열다섯 나이쯤 되는 아이는 찬양할 때면 부자연스러운 동작이지만 열성껏 찬양했다.  다른 이들에겐 불협화음같이  불편하게  들렸겠지만 어느 누구도 내색하지 않았다. 젊은 엄마만 아이를 차분하게 진정시키려고  안절부절못하였다.

다른 사람들에게 미안해서 그런지 늘 고개를 숙이고  죄인 같이 한쪽 옆으로 아이와 함께 걷는 젊은 엄마를 보면 마음이 짠하고 아려왔다.

장애가 있는 아이를 낳고 싶었던 엄마가 있을까?

자신이 낳은 아이가 장애가 있다는 걸 알았을 때 얼마나 황당하고  화가 났을까?

어쩌면 모든 세상이 무너져 내렸을지도 모른다. 그것도 모르고 환하게 웃는 아기에게 또 얼마나 미안했을까? 그 아이가 앞으로 살아갈 날을 생각하면 차라리 죽고 싶었을지도  모른 일이다.

그렇게 부모와 자식으로서 만남은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일까? 장애가 있는 아이를 사랑스럽게 바라다보는 엄마를 보면서 난  하나님께서  그만큼 감당할 인격과 그릇이 되어서 장애가 있는 아이를  주신 것 아닌가 생각했다.

잘 크다가 사고를 당해서 장애아가 된 자식을 갖게 된 부모도 있다. 어떤 사고인지 질병인지 모르지만 부모 된 마음엔 다 자신 탓인 듯 생각한다. 식구 모두가  마음을 합해서 잘 이겨낸다고 해도 많은 고통과 인내가 필요한 일이다. 모든 고통도 부모니까 이겨 낼 수가 있고 형제니까 이겨낼 수가 있는 거다.

나에게도 장애가 있는 형제가 있다. 어머니는 늘 불편한 형을 먼저 생각했다. 용한 의사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 형을 엎고 어디든 달려갔다.

굿도 하고  교회도 찾아가고  좋다는 음식은 형만 먹였다.  생활이 넉넉지 않은 형편에 팔 남매를 다 챙기기도 힘든데 어머니는 아픈 형이 낫기만을 바랬다. 다른 형제들도 불만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서로 아픈 형을 챙겼다. 난 아픈 형을 놀린 동네아이들과 자주 싸워서 코피도 많이 흘렸다.

식구 중에  장애가 있는 사람이 있다는 건 조금이라도 힘든 일이다. 이건  육신에만  해당되는 건 아니다. 정신적인 장애가 있는 식구가 있다면 어쩌면 육신의 장애보다 더 힘든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것도  부모는 다 자기 부덕한 탓으로 생각한다.

자식이 뛰어나거나 평범하지 못하고 건강하지 못하면 거의 모든 부모는 자신의 탓으로 돌린다.

어머니는 남편 복이 없는  년은 자식 복도 없다고  스스로 복 없는 년으로 표현을 했다. 복이 없는 건 팔자려니 생각하고 참아내고 살았다.  죄인 같은 마음으로 사는 게 엄마의 마음이다.

선교 나가 있는 딸이 아픈데  현지에 있는 병원이 열악한 환경이라 서울에 있는 큰 병원에 정밀검사를 받으러 오겠다고 연락을 해 왔다.

아내는 자신이 딸을 위해 열심히 기도하지 못한 탓이라고 죄인 된 것처럼 마음 아파했다.

부모가 된다는 건  쉬운 일은 아닌 것 같다.

우리 부모가 그랬듯이 우리가 그럴 거고 우리의 자식이 그렇게 살 것이다.

어머니는 네가 자식을 낳봐야 부모 마음을 알 것이라고 늘 말씀하셨다. 이제야  부모님의 마음을 알 것 같다. 다는 아니겠지만 왜 부모는 자식에게 죄인같이 살아야 하는지 알 것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아내도 여자이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