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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르키 Dec 05. 2023

하기 싫다는 거짓말

우스워 보일까 봐 시도조차 안 했던 것들

sns에 매일 자기 사진을 4~5장씩 올리는 지인이 있다. 어제도 오늘도 사진들이 올라왔다. 카페에 가고, 호캉스 하러 간 호텔 로비에서 포즈를 취하고, 새로 산 옷을 은근히 자랑하고, 집밥을 올리고, 자기 얼굴만 정성껏 보정했다.


이런 생각이 든다. ‘ 일이 없나.’ ‘관심도 없는데 …’

하지만 저 사람은 매일 뭐라도 올린다. 사진을 보정하고, 올리고, 뭐라도 쓰고, 해시태그를 단다. 남이 우습게 생각하든 말든 아랑곳하지 않는 것이다. 어느덧 그의 계정에는 사진이 5,000장이나 쌓여 있었다. 보정앱으로 얼굴을 손 본 티가 약간씩 나는 사진들이었다. 그것도 자기 얼굴 사이즈만 줄이고, 자기 피부톤만 보정한 것이 보여서 더욱더 볼썽사납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저렇게 발악하며 살긴 싫다고.’

근데 왜 그가 마음에 안 들었을까? 저렇게 행동하면 우스워보일 거라고 생각했을까? 할 일 없는 사람처럼 보일까 봐? 그렇게 보일까 봐서 안 했던 여러 가지가 떠올랐다. 결국은 시도하지 않았고 드러내지 않아서 욕먹는 일은 없었다. 하지만 그게 내가 원하는 인생이라고? 가만히 앉아서 남들의 바보짓에 눈살을 살짝 찌푸리고 이불 안에 누워 나이 들어가는 것이? 그렇지 않다. ‘하기 싫다’는 거짓말 뒤에 숨어서, 실체도 모를 호사가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지 않겠다며 요리조리 피해 다니려는 속셈이다.


가수 윤종신이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한 것을 봤다.

“자기 작품을 보석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저는 제 창작물을 보석이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배설물 같은 것이에요. 창작적 배설물. 평가는 비평가들의 몫이고요. 그것은 청중들을 위한 거죠.”


이젠 나 자신을 더 드러내 놓을 수 있기를 바란다.

‘이건 그저 창작적 배설물이야.’ 오늘 별로였다면 내일 잘 쓰면 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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