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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윤 Sep 24. 2023

잔잔한 남해 잔잔한 먹거리

마지막 날 


현지인 추천으로 들른 '난향' 황태칼국수와 황태해장국 맛집이라고 들어 방문했는데, 3년 전부터 칼국수 단일 메뉴로 운영하신다고 한다. 공깃밥을 추가할 수 있으니, 칼국수를 선호하지 않는 분들은 공깃밥 추가로 드셔도 될 듯 하다.


맛집에서 한 끼 식사를 하려면 붐비는 사람들과 시끄러운 소음 사이에서 밥이 코로 넘어가는지 입으로 넘어가는지 모르게 먹어야 하는 곳들이 다반사다. 맛있게 먹었어도 재방문은 망설여지는 곳이 많았다.
이번여행은 평일이어서인지 맛집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이 많지 않아 한산하게 즐기고 올 수 있었다.

그중 소개하고 싶은 몇 곳을 기록해 본다.



황태칼국수 맛집 '난향'

노랑노랑
후추맛이 강한 난향 황태 칼국수


잔잔한 마을에 어울리는 슴슴한 황태칼국수 한 그릇.  후추향이 강한 것을 제외하고 국물도 구수하니 깔끔하고 맛있다. 칼국수마니아, 후추마니아 꼭 방문해 보시길^^


'난향' 뒷마당엔 키위넝쿨이 주렁주렁

칼국수를 다 먹고 뒷마당에 들렀는데 처음엔 포도넝쿨인 줄 알았다. 사장님께 여쭤보니 키위라며 10월이면 익어서 수확해도 된다고 그때 오게 되면 따가라고 하셨다. 정말 박스를 들고 키위 따러 왔다고 하면 사장님 반응이 어떠실지 궁금하다. 우물가에 포도넝쿨대신 키위넝쿨이 탐스럽고 집집마나 무화과나무 한 그루씩 자라고 있는 남해마을 윗동네에서는 볼 수 없는 풍경들이라 그저 신기할 따름이다




남해 커피맛집 '상주장'

남해에서 만났지만 망원동, 상수에 있을법한 카페


오래된 집을 원형은 그대로 두고 내부만 카페로 재설계한 곳이다. 검색을 해보니 잠적 도경수 편에 나왔던 곳이기도 하다. 필시 예전에는 저 하얀 계단을 올라 작은 옥상에 오르면 장독대가 있었을 것이다. 빨래를 널어 햇볕에 뽀송뽀송하게 말리기도 했을 것이다.


창밖으로 보이는 저 작은 건물이 주분을 받고 음료를 제조해 주는 곳이다. 검색을 했을 때는 드립커피가 종류별로 있었던 것 같은데, 이번 방문 때에는 드립커피는 메뉴에 없었다. 그래도 진한 카페라테가 고소하니 맛이 있었고, 너무 더워 잠시만 앉았다가 나가려던 카페 내부에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인지 고요하고 편해서 커피를 다 마실 때까지 있다가 나왔다.





인공 감미료를 사용하지 않고 장인정신으로 만들어 내어 주는 '갯내음 식당'


밑반찬부터 내오는 음식 하나하나 장인정신이 느껴는 맛이다. 적당히 짭짤하면서 슴슴하기도한 음식이 서로 조화로운 곳이었다. 어느 하나 맛이 없는 반찬이 없어 밥 한 공기를 뚝딱 비워냈다. 원체 해산물을 좋아하기도 하지만 단순히 해산물을 좋아한다고 해서 맛있다고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내가 쌀의 고장 여주에서 자라서 인지 밥이 조금 아쉽기는 했지만, 그런 아쉬움은 아주 조금일 뿐이었고 이후에 남해에 다시 온다면 꼭 다시 들르고 싶은 곳이다. 남해 인근에 사는 친구 내외도 데려가야겠다. 




금산 보리암에 가면 '금산 산장'

유명한 풍경맛집 금산 산장

이곳은 음식 맛집이 아니라 풍경 맛집이다. 9월 아직 햇볕이 따가운 계절이라 그런지 컵라면은 좀 더 선선해야 맛이 있을 것 같다. 보리암에서 금산산장을 가려면 잠깐의 오르막가 깎아지는 듯 까마득한 계단을 내려가야 산장을 만날 수 있다. 내려가면서 다시 이 계단을 올라와야 하다니 걱정했지만, 올라올 땐 생각보다 힘이 들진 않았다.


산장에서 파는 음식은 모두 공산품이라 맛은 모두 아는 그 맛이라 특별한 맛이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내가 방문했던 시간에는 안개인지 구름이 걸려서인지, 앞이 보이지 않아 풍경맛집에서의 풍경을 감상하지도 못했다. 


그래도 좋았던 점을 찾아본다면 흐린 날씨덕인지 뙤약볕 밑에서 컵라면을 먹는 상황을 모면했다고 하면 그나마 위로가 되었을까. 라면국물을 한 모금 들이켜도 하늘을 보았을 때 머리 위로 서서히 구름이 걷히며 파란 하늘이 빼꼼히 보이기 시작했다. 운이 좋으면 내려갈 때는 보리암에서 보이는 풍경을 감상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먹구름이 움직이며 파란 하늘이 보이기 시작하는 금산산장



크리미한 바닐라빈 바스크치즈케이크 '파멜리아'

크리미한 바스크치즈케이크

다시 맛보려면 남해를 또 언제 오나 생각했지만,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 비슷한 케이크가 있긴 하더라만, 맛이 같을지는 모르겠다. 그렇게라도 아쉬움을 달랠 수 있어 다행이다. 


정말 블루베리를 갈아 만든 인공단맛이 느껴지지 않는 담백한 라테




인공적이지 않은 자연과 슴슴한 음식들의 맛이 매력적이었던 남해를 2박 3일로 아쉽게 마무리하며, 머지않은 날에 다시 돌아와 또 다른 매력들을 발굴하고 싶다. 조만간 다시 만나자 잔잔한 남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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