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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는언니 Dec 31. 2016

46. 해피뉴이어!

언제나 언제나


베트남 호이안의 거리는 새해를 맞이하기 위해 한창 치장 중이었다. 골목마다 알록달록한 등을 매달아 불을 밝히고 거리 곳곳엔 신나는 음악과 사람들과 맥주가 넘실댔다. 메인 행사는 구시가지 중심에 마련되었다. 한나절을 뚝딱뚝딱하더니 무대가 세워지고 그 위엔 색색깔의 전구들과 커다란 숫자가 매달렸다. 또 한 해가 이렇게 가고 새해가 오는구나.

 

어둑어둑해지자 강가는 하늘의 별이 쏟아져 빠지기라도 한 듯 작은 불빛들로 반짝거렸다.


“원 달러~ make wish! 소원을 비세요”

지나가는 나를 붙잡고 작은 양초가 담긴 핑크빛 종이상자를 내미는 어린 소녀의 손을 뿌리치기가 뭣해 못 이기는 척 받아 들었다. 그럼 소원이나 빌어볼까. 친구가 카톡을 보내왔다. 내년엔 제발 애인 좀 생기게 대신 촛불 좀 띄워달라고. 오케이. 원 모어 캔들!




나는 내친김에 작은 조각배를 빌려 타고 강으로 나갔다. 강의 위쪽에서부터 작은 불빛들이 흔들리며 흘러 내려오는 풍경은 아득한 꿈 속 같았다. 아름다운 것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괜스레 마음이 쫀득거린다. 점심으로 먹었던 반미 샌드위치처럼 겉은 딱딱하지만 속은 부드럽고 촉촉해져서 마음 속에 있던 것들을 살포시 꺼내놓고 싶어진다. 그러면 우주가 정말로 소원을 들어줄 것만 같아서. 나는 배를 멈추고 흐르는 강물 위로 조심스레 촛불을 띄워 보냈다. 물결을 타고 불안한 듯 흔들리며 흘러가는 소망들을 바라보았다.


올 한해 내가 누군가를 서운하게 했거나 혹은 내가 서운했거나. 상처를 주었거나 받았거나. 미워했거나 미움을 샀거나. 마음을 쓰지 못했거나 마음씀을 받지 못했거나. 슬프게 했거나 슬펐거나. 외롭게 했거나 외로웠거나. 그런 것들을 잘 떠나보내고 싶다고.


다가오는 새해에도 기뻐하고 슬퍼하리라. 울고 웃으리라. 때로는 괴롭겠지만 또한 행복하리라. 가끔은 절망에 빠지더라도 희망을 잃지는 않으리라. 그렇게 매 순간 감정에 충실하고 싶다고. 그리고 늘 경험하는 삶을 살고 싶다고. 내가 진정 원하는 것을 향해 지치지 않기를. 그리고 친구에겐 멋진 남친이 생기기를.





파이브, 포, 쓰리, 투, 원! 해피뉴이어!!!


폭죽 소리와 함께 점화가 시작되었다. 불꽃은 뱅글뱅글 돌면서 폭포수처럼 흘러내렸다. 사람들은 해피뉴이어를 외치며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무대 위로 뛰어올랐다. 이름하야 댄스타임! 전 세계의 막 춤을 여기서 보게 될 줄이야. 나도 빠질 순 없지. 한국의 막 춤을 보여주겠어. 여행은 실로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만날 수 있게 해줌에 틀림없었다. 이렇게 경험하는(?) 삶을 살고 있으니 말이다. 해피, 해피 뉴 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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