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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문채 Apr 09. 2021

세 번을 고치고 나서야 완성 할 수 있었던 글

미나리 (2020, 정이삭)

글을 두 번 정도 썼다가 지웠다.

내가 이 영화를 보고 하고 싶은 이야기가 정확히 무엇인지 몰랐기 때문이다. <미나리>가 미국 영화인지 한국 영화인지, 해외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이유가 무엇인지, 윤여정의 연기가 얼마나 뛰어났는지···. 많은 사람들이 <미나리>에 대해 하고 있는 이야기에 별 특징 없는 문장들을 더하는 일은 나 스스로에게도 그닥 구미가 당기지 않는 편이기도 했다.

<미나리>를 되새기며 내가 가장 크게 느낀 것은, 스스로 제이콥(스티븐 연)의 생각을 이해하고 행동에 공감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미나리>를 통해 알게된 2021년 3월 나는 '삶의 우선순위가 달라진 사람'이었다. 자신의 신념을 증명해내기 위해 가족 보다 일을 우선으로 두는, 일종의 이기성을 가진 인물. (하지만 보편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쉽게 비난할 수 없는) <미나리>를 본 많은 사람들이 느끼지 못했거나 느끼지 않았을 감정일 것이다.


50년 전 영화도 2021년의 영화가 될 수 있다.

50년 전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든 2021년의 <미나리>든 영화를 보고 가치 판단을 내리는 주체는 '현재의 개인'이다. 그때 그때 달라지는 개인의 감정에 들어 맞았다면 훌륭한 영화가 되기도, 그렇지 않다면 별로인 영화가 될 수 있다. 영화가 할 수 있는 것은 연출자를 포함한 모든 스태프들의 '현재'를 충실히 녹여내는 것이다. <미나리> 또한 그렇다.

2021년을 살아가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완전히 미국인이 된 이민자의 아들로서, 정이삭 감독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충실히 해냈다. 그렇게 완성된 <미나리>는 내가 예상하지 못했던 경험을 제공했기에 나에게 <미나리>는 좋은 영화다. 적어도 2021년의 나에게는. 마지막으로, 여러모로 고생스러웠을 환경에서 자신의 역할 그 이상을 해낸 한예리 배우가더 행복하길 바라며 글을 마친다.


PS. <미나리>가 미국에서 큰 주목을 받는 것에 대해 이해에 도움을 주었던 '조승연의 탐구생활' 콘텐츠 내용 중 일부를 공유한다.

아메리칸 드림의 서사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개척자(Pioneer)의 서사, 대도시(Tenement)의 서사.

대도시의 서사의 대표적 작품은 <갱스 오브 뉴욕>과 <대부>. 개척자의 서사는 <파 앤드 어웨이>와 같이 백인 남성 배우가 주가 되는 형태를 띈다.

<미나리>는 아메리칸 드림 서사 중 개척자의 서사이지만, 이를 '아시안'을 주인공으로 풀어내기에 신선하게 받아들여진다.

<미나리 해외반응 외신 평론 읽어보기> by 조승연의 탐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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