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몰 브랜드 제작기 #8] 브랜드의 얼굴이 되는 비주얼 아이덴티티 수립
이전 편에서 한 브랜드를 만드는 것은 집을 짓는 과정과 비슷하다고 이야기 했습니다.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더군요. 땅을 고르고, 평탄화 작업을 하고 기둥과 보, 벽을 세우고 외장과 내장을 꾸미는 작업까지···. 아래와 같이 정리해보니 더욱 와닿는 비유가 아닐까 싶네요.
"브랜드는 만드는 일은 집을 짓는 일과 같다"
Step 1. 시장 및 소비자 정의 = 땅 고르기
Step 2. 콘셉트 정의 = 평탄화 작업
Step 3.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 = 골조공사
Step 4. 비주얼 아이덴티티 설정 = 마감공사
이제 브랜드 아이덴티티 수립을 마쳤고, 브랜드라는 집의 기둥과 벽이 완성되었습니다. 이제는 마감공사 차례입니다. 브랜드의 안과 밖을 채우고 꾸미는 단계이죠. 크게는 4가지 단계로 나뉩니다. 콘셉트 설정을 통해 큰 방향성을 잡고 컬러, 폰트를 차례로 설정한 것을 토대로 비주얼 콘텐츠를 완성하는 순서이죠.
제목에 써둔 것처럼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짓는 요소는 크게 3가지 입니다. 콘셉트, 컬러, 폰트. 이 세가지 요소 브랜드의 첫인상을 결정 짓고, 이를 토대로 완성하는 비주얼 콘텐츠가 브랜드의 이미지를 완성하죠.
비주얼 아이덴티티 수립
(1) 비주얼 콘셉트 설정
(2) 컬러 시스템 설정
(3) 폰트 시스템 설정
(4) 비주얼 콘텐츠 제작
전체 목차는 <작게 시작하는 이들을 위한 브랜딩 안내서> 편을 통해 확인하실 수 있으며, 본문을 읽어보시기 전에 짧게라도 훑어 보시길 추천 드려요. :)
먼저 밑그림을 그릴 시간입니다. 나의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보여졌으면 하는지, 그 첫인상을 상상해보세요. '거칠고 터프하거나, 부드럽고 매끈하거나' 질감으로 표현해도 좋고, '런던 어느 골목에 자리잡은 와인바처럼' 특정한 대상을 지정해도 좋습니다.
앞선 브랜드 아이덴티티 설정 단계에서 작성했던 '브랜드 모티프 설정' 내용을 지표 삼아 작성하시는 것을 추천드려요. 아래는 제가 소비자들에게 나의 브랜드가 어떤 첫인상을 가졌으면 좋겠는지 상상하며 작성한 예시입니다. :)
세컨핸드 셀렉샵 ‘EPEL’은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를 다루는 샵처럼 느껴지길 바란다. 고급스럽고 은은한, 시간이 지날 수록 가치가 더욱 높아지는 리빙 오브제의 속성과 닮은. 리빙 오브제를 소비하는 고객들이 얻고자 하는 퍼스널 브랜딩에 보탬이 되었으면 한다.
리빙 오브제 스튜디오 에게 ‘디자이너 가구’가 있다면, ‘EPEL’에게는 디자이너 의류’가 있다. ‘개인의 정체성’과 ‘가치의 지속성’을 충족하는 동시에 브랜드의 큐레이션 역량, 브랜드 로열티를 극대화해야 한다. 리빙 오브제의 주 재료가 되는 ‘원목’이 가지는 질감을 베이스로 비주얼 아이덴티티를 수립할 예정이다.
컬러 시스템을 설정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이 '어떤 감정을 느꼈으면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가장 우선적으 필요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두 가지 라인(내추럴 라인과 콘셉트 라인)이 각각의 다른 목표를 가지고 있었죠. 샵 전체의 이미지를 좌우하게 될 내추럴 라인은 사람들이 보았을 때 보다 안정적이고 차분한 동시에 고급스럽다는 감정을 느끼게끔 하고 싶었습니다. 그에 반해 콘셉트 라인은 큐레이션의 창의성과 유연함이 강조되기를 희망했습니다. 내추럴 라인과 비교 했을 때 보다 신선하고 자유롭다라는 감정을 느끼도록 고민했죠.
이와 같은 고민을 토대로 내추럴 라인은 브랜드 모티프로 설정한 덴마크 출신의 디자이너 '뵈르게 모겐센'이 주재료로 사용한 '티크 원목'의 컬러를 차용했습니다. 브랜드 모티프를 다시 한 번 끌어옴으로서 브랜딩을 위해 설정한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으면서도 안정적인 동시에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전하기 위한 목표를 두고 있죠.
콘셉트 라인은 앞서 이야기 한 바와 같이 큐레이션의 창의성이 강조될 수 있는 컬러 선정이 필요했습니다. 신선함과 자유로움, 유연함의 감정을 느낄 수 있는 동시에 먼저 설정한 내추럴 라인의 '티크 컬러'와 융화될 수 있는 컬러가 필요했죠. 때문에 색상환을 기준으로 '유사색' 계열로 후보군을 추리고 고민했습니다. 티크 컬러는 녹색 계열이고 녹색의 유사색 계열에는 바다색, 청록색, 녹색, 풀색, 연두색, 노랑연두색 등이 있습니다. 이중에서 제가 설정한 '자유롭고 신선한' 감정을 줄 수 있는 컬러인 바다색을 선정했습니다.
한발 더 나아가 패턴과 텍스쳐를 설정하는 것도 좋은 방법 입니다. 패턴과 텍스쳐를 미리 설정해두면 브랜딩에 필요한 이미지 작업 시간을 줄일 수 있어 추천 드립니다. 저의 경우에는 내추럴 라인의 컬러인 티크 컬러를 모티프로 패턴과 텍스쳐를 설정했습니다.
(참고 사이트 : https://www.colorhexa.com / https://ko.wikipedia.org/wiki/색상환)
이제 각 라인에 대한 컬러 선정을 마쳤고, 폰트를 정할 차례입니다. 컬러가 아우터나 팬츠와 같은 옷이라면, 폰트는 개성을 더해주는 악세사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내추럴 라인은 안정적이고 고급스럽게. 콘셉트 라인은 신선하고 자유롭게. 앞서 설정한 라인별 이미지를 기준으로 여러가지 폰트를 서치해보았습니다.
영어 폰트와 한글 폰트의 호환이 되지 않는 경우가 대다수이기 때문에 별개의 폰트로 선정하고자 했습니다. 이미지 첨부 드린 것과 같이 동일한 환경(배치, 텍스트 등)에서 폰트 간에 차이를 볼 수 있도록 꼭 반복 배치하여 비교해보시는 걸 추천 드려요!
여러 후보를 고민하면서 브랜드 폰트로서 쓰임이 있을만한 폰트도 여럿 보이더군요. 참고 하실 수 있도록 아래 정리해보았습니다. :)
[브랜드 폰트 추천]
영문 폰트 : Helvetica / Chub Gothic / Nunito / PT Sans / Palatino / Gotham
한글 폰트 : Apple 산돌고딕 / Noto Sans / 산돌 제비 / 산돌 네오고딕 / 바른돋움 Pro / 나눔바른고딕
수많은 폰트들을 비교해보고 컨셉 이미지에 적용해본 결과 내추럴 라인에는 Cinzel, 콘셉트 라인에는 Montserrat 폰트를 적용하는 것으로 결정 했습니다. 앞서 이야기 했던 것 처럼 각각 고급스러움과 자유로움이 한 눈에 보여질 수 있는 폰트로 선정했습니다.
(참고 사이트 : https://ko.wix.com/blog/post/best-fonts-for-logos / https://www.fontinlogo.com)
자, 이제 재료 준비는 마쳤습니다! 이제 소비자들에게 브랜드의 아이덴티티를 직접적으로 시각화해여 보여줄 차례입니다. 재료가 준비된 만큼 이제 만들어낼 수 있는 비주얼 콘텐츠는 무궁무진합니다. 그중에서도 소비자들에게 직접적인 인상을 주는 동시에 제작이 어렵지 않는 것들부터 차근차근 해나가야겠죠.
EPEL의 첫번째 비주얼 콘텐츠는 '포스터' 그리고 '네임 카드'입니다! 저의 경우 디자인 모티프를 한 명의 인물(가구 디자이너, 뵈르게 모겐센)로 선정했기 때문에 비주얼의 중심을 잡아줄 오브제가 추가로 하나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앞선 과정을 돌이켜보니 티크 원목의 가구들이 눈에 들어오더군요.
그래서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포함되어 있는 리빙 오브제의 특성(규모감, 거대함)을 따 둔탁하고 물성이 느껴지는 하나의 덩어리를 표현하고자 했습니다. 이는 리빙 오브제의 특성이자 그 원료(목재 등)를 상징하기도 하지요.
라인별 컬러 간 그라데이션을 활용하는 등 다양한 아이데이션 과정을 거치며 길을 잃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브랜딩의 첫번째 원칙으로 생각하는 '규칙에서 벗어나지 않는 일관됨'을 다시 떠올리고 설정해둔 라인별 컬러 시스템 & 폰트 시스템을 중심으로 다시 작업을 진행했습니다.
그 결과, 총 3가지 디자인의 포스터와 2가지 종류의 명함을 완성했습니다. 앞서 설정한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더불어 컬러 & 폰트 시스템이 한데 어우러진 결과물이죠. 작업에 고난도 기술이 들어간 작업물은 아니지만, '세컨핸드 셀렉샵 ‘EPEL’은 미드 센추리 모던 가구를 다루는 샵처럼 느껴지길 바란다.'는 콘셉트 설정의 목표에 부합하는 결과물이기 때문에 스스로 만족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
총 4가지 단계를 거쳐 비주얼 아이덴티티 수립을 마쳤습니다. 비주얼 아이덴티티의 수립 과정과 결과물을 아래와 같이 원페이지로 요약해보았습니다.
여러분에게 소개하고자 원페이지 요약을 하는 것도 있지만, 길었던 과정을 축약하여 그릇에 담아내는 작업 또한 정리와 기록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습니다.
원래 계획으로는 길지 않은 텀으로 시리즈 연재를 마치고자 했는데, 한 해에 한 편의 아티클을 발행하는 지경에 이르렀네요.. 다음 편은 멀지 않은 시점에 꼭 발행해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노력해보겠습니다.. ㅎㅎ..)
제 마지막 인사는.. "2023년 다들 고생 많으셨고, 2024년에는 적게 일하시고 많이 버세요!"
*[스몰 브랜드 제작기]는 시리즈로 구성되었으며, 다음 화에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