효과적인 설득을 위한 필요조건
'광고란 무엇인가?'라는 뻔하디 뻔한 질문. 광고를 전공 삼아 대학 생활을 시작했을 때부터 귀가 닳도록 들어왔던 질문이다. 이 질문은 언제나 중요한 순간에 나를 찾아왔기에 매번 나를 긴장시켰다. 전공 수업 발표 시간에서부터 첫 면접 자리까지. 나는 언제나 상황에 맞는 가장 매력적인 답을 찾고자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현재, 동일한 질문을 받는다면 나는 무미건조하지만 정확한 답을 할 수 있다고 자부한다.
"광고는 설득이다."
어쩌면 듣는 이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무미건조한 답변이지만 이 명료한 답은 변치 않는 진리와 같다고 생각한다. 브랜드와 소비자 간의 커뮤니케이션 속에서 광고란 '간곡하면서도 완곡한 설득'과도 같다.
세상에서 두 번째로 어려운 일은 '남의 지갑에서 돈을 빼 오는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남의 머릿속에 내 생각을 넣는 일'이다.
중국의 유명한 속담에 따르면 안타깝게도 '광고'는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과 두 번째로 어려운 일을 동시에 해내야 하는 숙명을 가지고 있다. 게다가 '광고'에 대해 사람들은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동시에 시간 또한 얼마 주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이 수많은 페널티에도 결국 '성공한 광고'는 탄생해왔고, 지금 이 순간에도 그 기록이 경신되고 있다. 그렇다면 이 분리한 싸움에서 광고를 성공으로 이끄는 필수요소는 무엇이 있을까?
기호는 모든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언제나 큰 힘을 발휘한다. 하지만 기호는 전달력과 각인효과가 높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그 선택과 사용에 있어 수많은 제약을 가지고 있다는 점을 잊어선 안된다. (예를 들어 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당연시 받아들여지는 문화(맥락)가 유럽 국가에서는 낯선 경우를 이야기할 수 있다.) 상징은 단순한 '텍스트'가 아닌 '컨텍스트(맥락)'로 존재해야만 활용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맥락의 더욱 연결성이 강할수록, 포용성이 더 넓을수록 엄청난 힘을 가지기 마련이다.
"상대방이 이해하기 어려운 제품(서비스)을 설명할 때는 은유를 사용하세요.
구구절절한 설명보다 상대방의 머리에 더 확실하게 꽂힙니다."
- <일 잘하는 사람은 단순하게 말합니다> 중
다시 돌아와, 성공한 광고에 훌륭한 기호가 반드시 필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앞서 말했듯 광고는 소비자를 짧은 시간 안에 설득해야 하는 궁극적인 목표를 가지고 있는데,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있어 백 마디 말 보다 하나의 '기호'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이 시리즈에서는 글로벌 기업들의 성공한 브랜드 컨텐츠 속 숨은 상징(기호)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 기준은 기호를 이루는 겉으로 드러나는 명확한 '기표'와 그 안에 숨겨진 보이지 않는 함의를 뜻하는 '기의'를 토대로 이야기할 것이다.
의사소통의 근간에 존재하는 기호
기호는 인간 의사소통의 모든 형태의 근간으로 인간에게 필수불가결의 것이다. 제스처, 얼굴 표정, 언어 장애, 슬로건, 그래피티, 도로 표지, 광고, 질병의 증세, 마케팅, 음악, 바디 랭귀지, 선화, 그림, 사진, 시, 디자인, 건축, 영화, 조경, 모스 부호, 의상, 음악, 문장, 제의와 원시 기호 등등 기호는 매우 다양하다.
기호의 유기성에 관하여
기호는 그것이 그 이상의 무언가를 의미할 수 있기 때문에 중요하다. 가슴 위의 점은 당신이 매우 아프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다. 레이더의 반짝이는 점은 비행기에 이제 곧 닥칠 위험을 의미할 수 있다. 지도 위의 X는 거기에 보물이 있다는 것을 의미할 수도 있다. 메시지를 이렇게 읽는 것은 매우 단순해 보이지만, 상당 부분은 그렇게 읽힐 수 있는 맥락에 기대어 있다. (중략) 기호는 이렇듯 고립돼 있지 않다. 기호는 그것을 조직하는 구조에 그 의미가 기대어 있다. 즉 그들이 읽히고 이해되는 맥락에 기대어 있는 것이다. 따라서 기호학은 인간이 다양한 방식으로 의미를 만들고 해석하고 이해하는 데 필요한 도구, 과정, 구조, 맥락들을 다루는 것이다.
기호학의 역할
인간은 생활하면서 다양한 방법으로 만들어내는 여러 기호들의 의미를 이해한다. (중략) 하지만 앞에서 살핀 바와 같이 기호학은 단순히 우리에게 주어졌다고 생각되는 의미를 받아들이는 데에 대한 것이 아니다. 기호학은 어떤 의미를 보는 관점에 의문을 던지고 재해석하며, 때로는 그 관점 자체를 전환하는 일이다. (중략) 기호의 의미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낯설 수 있고, 바로 그것이 이 책의 중심 메시지이다.
기호를 이루는 불가분의 요소
기호는 기표와 기의라는 두 가지 불가분의 요소로 만들어진다. 기표와 기의 관계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첫째, 그 관계가 자의적이라는 것이다. (중략)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하는 대다수의 기호는 보는 대로 우리가 바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점에서 자의적이다. 이러한 이유 때문에 우리는 일정한 언어 관습 안에서 언어 체계를 배워야 한다. 하지만 한 번 일정한 언어 관습이 학습된 후에는 모든 것이 매우 자연스러워 보인다. 이렇게 의미화가 자연적인 것이라고는 하지만, 인간은 가끔 그것에 불이익을 당하기도 한다. 그 이유는 자연적인 것으로 보이는 것이 실은 아무도 눈치 채지 못할 만큼 완전히 익숙해진, 다양한 문화의 관습과 편견의 부산물이기 때문이다.
의사소통의 가장 큰 문제, 왜곡
메시지가 성공적으로 해독돼(decoded) 해석되는(interpreted) 것을 ‘목적지’에 도달했다고 말한다. 이러한 목적지는 메시지가 밟는 여정의 목적지라고 할 수 있다. 기호학에서 문제시되는 것은 목적지에 도달한 메시지가 처음에 발신된 메시지와 언제나 같지는 않다는 점이다. 메시지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왜곡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애초에 표현된 메시지가 분명치 않아서 메시지는 왜곡될 수 있고, 원래 의도와는 상관없이 전달에 실패할 수도 있다.
비관습적인 기호를 해석하기 위한 배경 지식
검-진실, 백합-순수, 염소-욕정. 보주 or 홀-군주와 지배권 등의 상징들을 이해하려면 배경 지식이 필요한데 앞선 예(천칭-정의, 비둘기-평화)와 달리 위의 예는 보는 순간 바로 읽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기호학에서 '상징'이란 기표와 기의 사이에 자의적인 관계를 형성하는 모든 기호를 의미한다. 따라서 흔히 관습적으로 쓰는 '상징'이라는 말보다 가리키는 대상이 더 넓다.
문제에 접근하는 가장 올바른 태도
우리가 직면하는 철학적 난제는 어떤 문제들은 하나의 해결 방법을 갖지만, 어떤 것들은 다양한 해답이 있고, 경우에 따라서는 해답이 전혀 없을 수도 있으며, 어떤 문제들은 문제 자체가 전혀 성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첫 번째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우리가 어떤 문제를 다루고 있는가에 대한 논의일 것이다.
배치와 실재로 이루어지는 시각적 구성
시각적인 구성은 공간과 시간이라는 2차원에 속한다. 이 2차원에는 배치(어떤 것이 위치해 있거나 위치해 있는 것으로 표현되는)와 실재(여기에 있는 무엇, 또는 존재로서 묘사되어 있는 것과 함께 재현된 것)라는 두 요소가 있다.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매체, 광고
식품 광고에서 페이지 상단에는 이상화된 이미지를, 하단에는 그것이 상품화된 실제 이미지를 발견할 수 있다. 예컨대 상단에는 과즙이 풍부한 포도송이를 담은 산을 두고, 아래에는 그것을 말린 과일 상품의 사진을 두는 것이다. 이러한 광고에서 관자는 이상(잘 익은 과일)과 그에 상응하는 실제(그것을 말린 과일)의 차이에 주목할 수밖에 없지만, 광고의 의도는 두 가지 이미지를 연결함으로써 소비자가 과일의 이상적인 질이 상품에 고스란히 농축돼 있다고 착각하도록 하는 것이다. 다른 말로 하면, 광고는 이상을 실제와 연결함으로써 현실(실제의 상품)을 가능한 현실(이상화된 사물)로 생각하려는 인간의 본성을 드러내는 매체이다.
기호학자의 역할
보통 우리가 메시지의 표면 아래의 심층 구조나 무의식적인 토대, 숨겨진 상징적 의미나 그것을 뒷받침하는 것들에 관심을 갖는 경우는 해당 메시지에 대한 해석이 쉽지 않을 때이다. 많은 어떤 메시지가 전달하는 바가 매우 자명하다면 우리는 이런 노력을 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중략) 이렇게 보면 해석의 궁극적인 목적은 정확성에 있다고 하는 것 같다. 이는 분명 맞는 말이다. 우리는 오해, 오개념, 판단 착오, 정보의 오류, 혼란, 실수, 간과 등을 피하고자 한다는 말은 거의 하지 않는다. 하지만 우리가 개인적, 사회적, 문화적, 역사적 편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사실 이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어떤 메시지를 해석하는 데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여러 종류의 코드, 개념, 관심을 인식한다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이야기를 만드는 기본 전제 조건, 갈등
바로 이 갈등이 드라마를 만든다. 작건 크건 간에 여러 가지 갈등 요소는 영화, 문학, 미술, 디자인, 광고 등에서 발견할 수 있는 이야기에 불균형을 초래한다. 광고의 예를 들어보자 균형의 상실 감각을 초래하는 여러 가지 다른 종류의 갈등을 만들어내는 것은 상품을 파는 데 사용되는 매우 보편적인 밥법이다. 이는 광고가 소비자에게 -불만족이라는- 갈등 상황을 만들어낼 때 그것이 상품 구매를 통해 균형 감각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 때문이다.
창조와 규범, 그 사이의 아이러니
왼손잡이용 와인 따개를 통해 우리는 어떤 규범을 바르게 해석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그리고 그 해석을 성공적으로 하는 데에는 얼마나 많은 숨겨진 가증과 사회 관습과 문화적 기준과 훈련, 전통, 교육 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한지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종종 영위하는 행위 하나하나가 일종의 규범에 의존하고 있다는 것을 잊는다. 우리는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 암묵적으로 지시된 내용을 가지고 있는 사물들을 일상적으로 접하고, 해석의 열쇠를 내포하고 있는 이미지를 마주치며, 언어 체계에 따라 규정된 일련의 규범에 따르는 텍스트들을 매일 접하고 있다. 만일 이것들을 사용하기 위한 규범을 놓친다면 그것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것이며, 따라서 의미의 새로운 코드와 형식을 창조하는 것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를 다르게 전달하기 위해선 화자를 달리 하라
세상에 대한 이야기는 언제나 다른 시점으로 나타낼 수 있다. 그리고 어떤 이야기를 위해 선택된 시점은 늘 그것을 읽는 방식에 영향을 끼친다. 뉴스는 객관적인 시각으로 제공한다. 그래서 뉴스를 보는 사람은 그것이 전달하는 사건이 특정한 세계관에 의해 윤색된 것이 아니고 단순히 기록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뉴스에서도 장면이 선택되고 카메라의 각도가 안배되고 이미지들이 제작될 수 있다. 또한 편집이나 뉴스 해설을 포함한 여타 제작 과정은 일정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그리고 이것을 통해 우리는 뉴스 역시도 주의 깊게 선택된 시점으로부터 사물을 재현하는 이야기의 하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뉴스는 보이는 것만큼 그리 객관적이지 않다.
기호학의 약점은 곧 강점이다
기호학의 복잡다단함과 절충적인 측면은 언어학, 인류학, 심리학, 철학, 사회학, 예술사학, 정보전달학, 매체 연구, 문화학 등 너무도 다양한 학문 분야에서 기호학을 하나의 방법론으로 이용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기호학은 강점과 약점을 동시에 갖게 되었다. 확정 지을 만한 중심 지식 체계가 없다는 것이 약점이라면 바로 그런 중심 지식 체계가 없기 때문에 새로운 사고와 의미 탐구의 혁신적인 길을 자유롭게 터주었다는 것이 강점이라고 할 수 있다.
기호학이 가지는 힘
기호학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코드화 된 의미를 해독하고 거기서 멈추는 것이 아니라 주변에서 발견한 의미를 지속적으로 재해석하고 재사고하고 재작업할 수 있게 된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우리가 기호학에서 매력을 느끼고 탐구하는 이유라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