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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책봄여기 Aug 03. 2022

가난이 주는 자유에 대하여.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 가난해도 쫄지 말라고!!

정부가 바뀌가 나서 최소한으로 뉴스를 접하려고 노력중이다. 아침 출근 준비하면서 틀어 두는 시사뉴스와 저녁 운동 가기  10 정도 보는 JTBC 저녁 뉴스가 다인데도 어떤 때는 더이상 들어줄  없어 꺼버릴때도 있다. '공정과 상식'이라는 슬로건으로 20 대통령이 되신 분의 행보를 지켜보면  분이 말하는 '공정과 상식' 내가 알고 있는  단어와 의미가 전혀 다른  . 청와대 비서실 사적채용부터 김건희 여사의 논문표절 혐의없음이라는 국민대의 발표까지 상식적이지 않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열거하기 힘들 정도다. 게중에서도 정신건강에 가장 위협적인 부분은 지난 12 대선후보 시절에 윤석열 대통령이 했던 발언의 현실화다.

 

"극빈의 생활을 하고 배운 게 없는 사람은 자유가 뭔지도 모를뿐더러 왜 자유가 필요한지 필요성 자체를 느끼지 못한다" (21년 12월 22일 전북대학교 학생들과의 만남의 자리에서)


이 발언을 바꿔 말하면 경제적인 부유함만이 자유의 본질을 알게 하고, 자유가 무엇인지 알 수 있다는 의미인데...이런 생각을 지니신 분이 98%의 서민이 다수인 대한민국 국민을 개도의 대상으로 보는 건 당연한 귀결이다. 그래서 요즘 뉴스를 듣고 있으면 세 가지 다행인 사실들이 있다.


1. 아이가 없어서 다행이다. (연줄이 없으니 물려줄 자리도, 연결해줄 자리도 없으니까.)

2. 결혼하지 않아서 다행이다. (고물가, 고유가, 고월세)

3. 가난해봤으니 다행이다.(가난했기 때문에 물질에 얽매이지 않는 진정한 자유를 아니까)


다행히도 이 세가지 다행인 사실 덕분에 나는 지금 돈을 꽤 많이 벌고 있다. 얼마나 더 이 일을 할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다시 월 백만원도 못 벌던 공부하던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고 해도 사실 두렵지 않다. 가난했으므로 가난하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자유가 있었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조금만 가져도 만족감이 컸고, 차근차근 쌓아가고 도전해가는 기회의 자유를 누릴 수 있었다. 가진 것이 없기 때문에 잃을 것도 없어서 행동의 제약이 많이 없었던 점도 나를 자유롭게 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냐"(배테랑) 영화 속 대사처럼 돈 때문에 불공정하거나 정의롭지 않은 일을 할 필요가 없었다. 가난을 통해 생존해온 사람은 가난한 삶을 어떻게 꾸려가야 할지 알기 때문이다. 가난은 때때로 비참한 순간으로 나를 밀어넣기도 했지만 꿋꿋하게 자신을 지키는 법도 터득하게 해줬다. 오히려 가난했을 때 나는 더 '나'다운 모습으로 살 수 있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10배는 많이 벌지만 공간에 얽매이고 시간에 인색해졌다. 하기 싫은 일도 해야하고, 웃고 싶지 않아도 웃어야 한다. 평일 한가로운 낮 시간에 티타임도, 산책도, 운동도 할 수 없고, 오로지 주말 이틀만 바라보며 5일을 시간에 얽매여 산다. 돈과 자유를 맞바꾼 셈이다. 9시간 자리를 지켜주면서 내 할일을 해내면 돈이 들어오는 시스템이니까, 9시간 동안 나의 육체와 생각은 돈을 주는 '갑'의 것이다. '갑'이 원하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노력하는 '나'와 본래의 '나' 사이의 괴리감이 커서 힘들었다. 작년엔 이 사실이 굴욕적이라는 생각에 우울감이 깊게 찾아오기도 했다. 어딘가에도 얽매이지 않았던 가난했지만 공부하고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었던 대학원 시절의 내가 그립기도 했다. 나에게 '자유'는 경제적 풍요로움이 아니라 어느 것에도 구애받지 않는 시간과 공간을 의미한다. 그냥 내 모습대로 가장 나답게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선택할 수 있는 것이 자유다. 그러니 지금의 내 삶은 사실 내가 추구하는 '자유'와는 아주 먼 거리에 놓여있고 그 자리를 지금은 경제적 풍요로움이 대신하고 있을 뿐이다.


경제적인 풍요가 주는 자유도 물론 있다. '사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살 수 있는 자유', '눈치보지 않고 결제할 수 있는 자유', '물질에 얽매이지 않고 돌아다닐 수 있는 자유'...등등등 이 모든 것들을 '자유'라고 부를 수 있다면 말이다. 애초부터 경제적 풍요를 갖고 태어난 사람들에겐 시간과 물질의 자유가 모두 주어져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 사람들이 정말 '자유'를 알까 의문이다. 사회적으로 높은 지위에 해당대는 계급일수록 잃을 것도 많아지고 행동의 제약이 많다는 건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니...참 의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말하는 자유는 대체 무어란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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