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줄라이조던 Jan 01. 2023

글로 뒤통수를 치는 남자

결혼하고도 내가 좋아하는 나는 solo. 이젠 영원히 솔로가 될 수 없는 몸인데 아직도 그렇게 연애프로그램이 재밌다. 속마음을 털어놓는 인터뷰 시간에 상대의 어떤 점이 좋았냐? 는 물음에 출연자들이 정말 많이 꼽는 것이"티키타카"였다. 스페인어로 탁구공이 왔다 갔다 하는 모습처럼 서로 잘 맞아 대화가 핑퐁핑퐁 오가는 모습이라는 뜻이다. 그래 그래 정말 중요하다. 티키타카 말이다. 결혼 전에도 그렇지만 후에도 정말 중요한 것이 티키타카 같다. 왔다 갔다 하는 대화가 없는 결혼생활은 노잼. 대화 없는 부부가 사는 집은 정말 절간 같을 것이다. 반드시 깨발랄하고 활발한 대화가 오가야 하는 것은 아니다. 그 부부의 스타일에 맞게 대화가 오가면 된다. 꼭 의견이 하나로 대통합되어야 잘 맞는 것도 아니다. 다른 입장과 생각도 서로 대화로 풀어 갈 수 있으면 된다. 여기서 핵심은 서로 대화할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의지는 관심이고. 서로 관심이 있다면 결국 대화는 통한다.

출처: SBS 나는 solo


나와 남편은 심하게 티키타카를 하는 스타일이다. 재밌을 땐 한없이 좋아서 서로 낄낄거리며 웃고 핑퐁핑퐁 거리지만, 의견이 다를 땐 목소리가 탁구채로 팡 친 탁구공이 하늘을 찌를 듯 올라갈 기세다. 둘 다 내가 맞네 네가 틀리네 서로 순서를 기다리지 못하고 새치기 열변을 토하곤 한다. 싸우면서 많이 하는 말이 "지금 내가 말하고 있잖아" 할 말이 부글부글 끓어 넘칠 것 같은 찌개처럼 올라오다 결국 중간에 끼어든다. 그러다 말이 안 통하고 분해서 한쪽 (주로 내쪽)이 주르륵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아니 왜 우는 거야. 휴... 울면 다지! 울면 다야. 나도 정말 울고 싶어. 눈물이면 다 해결되는 줄 알아 정말" 남편은 우는 내 모습을 분해하면서도 결국은 져주거나 봐줬다. 연애 때는 말이다. 하지만 결혼 후에는 얄짤없다. 봐주기는 뭘 봐줘. 이제 와서 말하지만 나도 져달라고 운건 절대 아니었거든! 정말 답답하고 억울해서 눈물이 났을 뿐이야.


각자 살 때는 어긋난 티키타카 후에 내 집으로 휙 들어가 분리될 수 있었다. 결혼 후에는 아니다. 싸워도 같은 공간에서 지지고 볶고 해야 한다. 그러다 보니 어젯밤에 치열했던 티키타카는 다음날 생존을 위한 대화로 스르륵 풀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 번은 치열한 배틀 후 다음날 무심코 나에게 말을 건 남편이 "아... (화나서) 말 안 하려 했는데 또 말해버렸네 아..." 하는 모습을 보기도 했었다. 또 무척 기분 나쁘다는 표정으로 완전 무뚝뚝하게 서 있는데 남편이 웃긴 말이나, 상황을 만들어 정말 있는 힘껏 웃음을 참아야하는 순간도 있다. 그럼 남편은 "웃기면 그냥 웃어"라고 말하고 나는 결국 빵 터진다. 말로 싸웠지만 결국 서로 말하고 싶어서 화를 푼다. 난 그게 티키타카의 힘이라고 생각한다. 재밌고 즐거운 대화도 삶을 이어가지만, 때론 싸움으로도 변질되고 또 그 싸움의 대화를 종결하게 하는 것도 티키타카의 힘이다.


우리 부부의  아닌 글로 이어진 작은 티키타카를 남겨본다. 만삭의 임산부였던 . 뽀로로 노래가사처럼 "노는   좋아"하던 사람이 바로 나다. 한데 코로나 + 임신이 겹치면서 정말 밖에서 노는  힘들어졌었다.  와중 멋쟁이 회사 친구  명이 40살이  자신의 생일파티를 성대하게 열겠다고 했다. 장소는 회사 아래의 작은 .  펍을 통째로 빌렸다고 했다. 얼마만의 생일파티 초대인가. 초등학교  초대장 받은 아이처럼 설레며 기다렸다 신나서  밖으로 뛰쳐 나와 생일파티 장소로 들어섰다. 만삭의 배를 이리저리 돌리며 외투를  벗었는데... 다른 팀원  명이 톡톡 나를 친다.


"혹시 이거 붙이고 오신 거예요?"

등에는 "외출해서 신났음"이라는 종이가 붙어있었다.

남편이다. 와 이거 진짜 초등학교 때나 치던 장난 아닌가? 생각해보니 내가 신나서 나갈 때 거실에서 내 등을 두 번 탁탁 치면서 격려하듯 잘 다녀와하던 남편. 다 계획이 있었구나 너는!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때론 이렇게 말 아닌 글로도 티키타카를 한다. 솔로여도 아니어도 우리는 다 본능적으로 안다. 행복하게 살려면 이렇게 핑! 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을 그래야 퐁! 이 오니깐. 지금도 저 순간을 생각하면 약간 부끄럽지만 또 재밌고 귀엽구려 헤헤.


조금 창피했지만 그 몇 배로 웃겼다. 그리고 난 뚱뚱한 게 아니라 임신해서 살이 쪄서 어깨가 태평양 같은 걸 거야...


작가의 이전글 매일 전화하는 남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