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사랑하고 싶다면 요리하세요
가끔 음식을 만들 때 떠올리는 문장이 있다.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것이 바로 당신이다.
한 프랑스 미식가는 "당신이 무엇을 먹는지 알려달라.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겠다"라는 말을 미식예찬에 썼다고 한다. 난 지극히 평범한 가정주부다. 이마트부터 한살림 오아시스에서 먹거리를 사고 가끔 마켓컬리에서 밀키트를 주문하고 배민에서 배달을 시킨다. 하지만 이런 평범한 나도 확실히 알고 있는 사실은 정말 you are what you eat. 내가 뭘 먹는지가 내가 어떤 사람인지 말해준다는 것이다. 비싸고 좋은 음식을 먹어야 품격 있는 사람이라는 말이 아니다. 채식을 하거나 비건을 지향해야 의식 있는 사람이라는 말도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음식이 뭔지 잘 알고 있는 사람. 그리고 그 음식을 만들기 위해 신선한 재료를 사는 사람. 꼭 만들어 먹지 못하더라도 값을 치르고 그 음식을 즐기는 사람. 먹기 전 한 번쯤 내 몸을 생각하는 사람. 너무 많은 밀키트나 배달에 중독되지 않는 사람, 제철 식재료로 계절의 힘을 먹는 사람을 난 지향 한다. 정말 이런 마인드로 지내다 보니 놀랍게도 나를 더 아끼고 사랑하게 되었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할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을 묻는다면 난 "너를 위해서 요리를 해봐. 네가 젤 좋아하는 것으로"라고 말할 것 같다. 만든 요리를 마음에 드는 예쁜 그릇에 담는다면 더더욱 좋다. 제철 식재료로 만든다면 그 계절의 하늘과 땅의 기운을 받아먹는 것이라 더 좋을 것 같다.
대학생 때 나의 별명은 타미였다. 의류 브랜드 tommy를 자주 입어서도 아니요. 바로 식탐이 많아서! ㅋㅋ 선후배들은 타미타미~하며 나를 불렀고, 조교실에 치킨 교촌치킨을 아구아구 먹으면 "역시 타미"라면서 엄지척을 날려주었다. 난 정말 식탐이 많았다. 먹는 것도 워낙 좋아하는 데다 양도 푸짐하게 먹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 전까지는 부모님과 함께 살아서 특별히 내가 요리를 할 기회도 필요성도 없었다. 하지만 독립을 하고 가정을 꾸리고 세 살 딸을 둔 나는 그때에 비하면 많이 바뀌었다. 레시피도 찾아보고, 블로그도 보고, 유튜브도 보고, 맛있게 먹었던 음식을 떠올리며 자주 요리를 한다. 외식도 좋지만 내가 진짜 먹고 싶은 음식의 재료와 식감등은 오직 나만이 만들 수 있단 걸 알게 되었다. 그리고 양보다는 질이라는 사실도 깨닫게 되었다. 이젠 확실하게 말할 수 있다. 나도 가끔 배달을 시키기도 하지만 나의 아침, 점심, 저녁을 모두 배달음식에게 내어주기에 나는 너무 소중하다고. MSG의 자극에 입과 몸이 물들게 하고, 일회용품 앞에 너무 자주 자신을 앉치지 말길 바란다고. 우리는 먹는 것으로 에너지를 얻고 살아간다. 가장 안에서부터 올라오는 힘이고 에너지다. 그것이 당신을 만든다. 이런 말을 하는 내가 타미라는 별명은 무색하지만... 여전히 먹는 것을 무척 좋아하고 배가 고프면 화가 나긴 한다. -_-
평범한 미역국이나 배추 된장국 끓이기부터, 다진 고기와 숨이 살아있는 콩나물을 잔뜩 올린 콩나물 밥을 만들기도 하고, 좋아하는 불고기를 재기도 한다. 최애 메뉴 떡볶이는 국물, 기름 가리지 않고 주방에서 탄생된다. 가끔은 마늘을 오일에 달달 볶다 매콤한 아라비아따 파스타를 만들기도 하고, 커다란 냄비에 휘휘 저으며 카레를 끓이는 일도 잦다. 아침에는 야채들을 볶아 유부초밥을 만들어 남편과 아기 입에 넣기도 하고, 계절 과일과 치즈를 올려 신선한 샐러드를 만들어 먹기도 한다. 오븐이 없을 땐 발뮤다에 치즈를 겹겹이 올려 라자냐를 만들기도 했고, 아기를 낳기 전엔 매월 친구들을 초대해 제철 재료로 한 번도 만들어보지 않은 요리를 한다는 콘셉트의 '월간 식탁'을 진행하기도 했었다. 그때 태어나 처음으로 똠양꿍도 만들어보고, 라따뚜이도, 우엉 솥밥도 만들어 보았었다.
엄청난 요리 실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요리를 배웠던 적도 없다. 고로 내가 만드는 요리는 SNS에 자랑할만한 비주얼을 가진 것도 아니지만 난 내 요리를 먹는 시간이 좋다. 그리고 가족들이 내가 만든 요리를 맛있게 먹어주는 순간 짜릿한 뿌듯함을 느낀다. 맛은 둘째고 첫째로 그 계절이 지닌 건강한 대지의 맛과 영양분을 주고 싶다. 이런 생각은 자연스럽게 한살림이나, 오아시스, 두레생협 같은 곳에서 채소, 고기, 생선들을 사 오게 되었고 조금씩 건강한 쪽으로 식자재를 선택하다 보니 입맛도 몸도 취향도 자연스럽게 변화하게 되었다. 조금 비싸더라도 꼭 먹고 싶은 식재료는 과감하게 구매할 수 있었고, 새로운 메뉴를 먹어보는 것도 얼마나 큰 기쁨인지 알게 되었다. 그렇게 좀 더 계절 안에서 신선한 재료들 곁에서 먹고 지내다 보니 이렇게 지어먹고 사는 내가 얼마나 소중한가라는 생각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더불어 내가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줄 수 있는 가장 큰 선물은 그들을 잘 먹이는 일이라는 생각도 무척 커졌다. 내가 만든 음식을 먹기 위해 식탁에 둘러앉은 식구들을 보면 행복하다. 식구는 같이 밥을 먹는 사람이라 했던가? 그런 의미라면 우린 정말 식구가 확실하다.
아무튼 요리는 정말 좋다. 내게도 좋고, 가족에게도 좋다. 오랫동안 요리하면서 계절을 먹고살고 싶다. 내가 나를 오래오래 사랑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