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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May 06. 2024

버섯 따는 아이들



언균아! 우규야, 경규야! 종민아~~버섯 따러 가자~~~!”

앞마당을 가로질러 난 텃밭 가장자리에 우뚝 선 감나무 아래 비를 피하느라 동네 개들이 모여들었다. 희옥이네 사랑채 처마 밑 뜨락에는 어디서 뒹굴었는지 벌건 흙범벅이 된 동네 개구쟁이들로 소란스럽다.


아이고 고놈들 참, 시끄러워 못 살겠네.”


짐짓 화를 내는 척하시며 희옥이네 할머니는 병석에 누운 몸을 일으켜 사랑채 문을 열고 괜한 참견을 한다. 구들장에 누인 몸도 서러운데, 찾아오는 이의 발걸음 수가 점점 줄어드니 아이들 소리가 여간 반가웠던 게 아닌 모양이다.


아이고 그새 감나무 잎새가 저렇게나 자랐누. 뽕나무도 많이 컸구나. 아이고 고놈 참 맹랑하구먼. 까부는 고놈은 뉘 집 자손인고?”


행여 달아날까 싶어 쉴 새 없이 말을 붙이는데, 그런 할머니 마음을 알아채기라도 한 듯 아이들이 갑자기 달음박질을 치며 달아난다.



제법 어른 흉내를 내며 집안 살림을 챙기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동네 들과 누나들은 바구니며 바랑을 어깨춤에 메고, 신작로 건너 앞산으로 향한다. 비 온 뒤, 참나무 아래 우후죽순 솟아 난 서리 버섯이며, 개금 버섯이 바구니로 바랑으로 채여 들어가고, 산뽕나무에 달린 비에 젖은 오디를 훑어 먹는 재미도 여간 아니다. 버섯 따는 건 아예 흥미가 없는 아이들은 사슴벌레 잡는다며 야단이다.


버섯 잘못 먹으면 죽어. 먹을 수 있는 버섯도 참기름에 달 달 달 달 볶아서 독을 제거해서 먹어야지 안 그럼 배탈 난다니께. 진짜 물똥 싼다니 


어디서 주워 들었는지 나름 가진 상식을 펼치던 아이들은 행여 독버섯을 채취한 건 아닌지 어른들께 검사받아야 한다며 효성이네 마당으로 몰려들었다.


아이고 고놈들 손 참 야무지다. 잠깐새 많이도 땄네. 오늘, 내일 반찬

 걱정없겠구먼.”

다음 인터넷 캡처

비 그친 하늘 가장자리로 쌍무지개가 떠오르고, 집 집마다 굴뚝에서 희뿌연 연기가 피어올랐다.  밥 짓는 냄새, 버섯 볶는 냄새와, 군침을 삼키며 기다리는 아이들의 울렁거리는 마음이 울타리 너머 동네 어귀까지 번진다.


참, 희옥이 누나네 할머니도 버섯 볶은 거 잡수셨나? 좀 갖다 드릴까유 아부지?”


일곱 살짜리 막내의 철든 속내에 아버지의 커다란 손이 머리를 쓰다듬는다. 안 그래도 엄마는 희옥이네 할머니 드리려고  따로 소쿠리에 수북이 담아두었던 것을 막내에게 들려 보낸다.

비에 씻긴 하늘에 까만 밤이 찾아오고, 별이 촘촘히 박혔다. 툇마루에 앉아

“저 별은 나의 별, 저 별은 너의 별.”

별을 헤아리던 아이들이 하나, 둘 쓰러져 잠이 들고, 소쩍새 울음소리가 새벽녘까지 길게도 이어졌다.

#사진ㅡ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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