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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ellaㅡ별꽃 May 15. 2024

개구리와 에어팟

한여름 쏟아지는 장대비를 피해 감나무아래 옹기종기 모여있던 동네 꼬마들이 젖은 풀밭 위를 뛰어다니며 개구리 잡는다고 난리다.


동이와 부지깽이를 들고 나온 아이도 있고, 기다란 나무 막대에 질긴 명주실을 감아 늘어트린 끝에 철사로 갈고리 모양 낚싯대를 만들어 온 아이도 있다. 막대로 때려잡는 것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하는 어린 나, 오빠들에게 비법을 전수받아 청출어람이라고 개구리 낚시만큼은 따라올 아이가 없을 만큼 기술이 뛰어났다.


비에 젖은 풀밭 위에 앉아 마알간 햇살을 쬐며 꿈뻑꿈뻑 졸고 있는 개구리 눈앞에,

명주실로 만든 낚싯대 갈고리에 밥풀을 하나 꿰어 늘어트리고 미동도 없이 숨죽여 기다리면, 열이면 열 마리 다 팔짝 뛰어 밥을 입에 문다. 그 순간 낚싯대를 위로 번쩍 들어 올려 번개 같은 속도로 바닥에 내려친다. 음에는 개구리가 밥풀을 무는 순간 놀라  낚싯대를 버린 채 울면서 도망곤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구리 습성을 파악하다 보니 식은 죽 먹기가 되었다. 배를  드러낸 채 패대기 쳐져 절한 개구리를 양동에 담는 건 남자아이들 몫이다.

먹을 것이 귀하던 그 시절  개구리는 단백질을 보충하기에 더없이 좋은 영양식이었다. 곤로 위에 얹힌 찌그러진 양은 냄비 뚜껑이 풀어져 달각거리면 서울서 내려온 고종사촌 동생들이 침을 삼키며

"외삼촌 꼬기 언제 먹을 수 있어요? 빨리 먹고 싶어요."

라며 버지께 보챘다. 입이 짧아 영양실조 걸린 아이들처럼 늘 말라있던 사촌들은 여름이면 내려와 개구리 보양식을 먹고,  마알갛게 얼굴이 피고 살집이 붙어 건강한 모습으로 다시 서울로 돌아가곤 했다. 물론 사촌들은 항상 닭고기인 줄 알고 먹었 개구리였 걸 안 이후로 두 번 다시 입에 대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우리 오 남매는 잡는 것까지만 하고 그 누구도 징그럽다며 개구리 익는 냄새가 나면 손으로 입을 막곤 했다.  심지어 나는 토가 나오려고 했다. 생각해 보니 멀리 사는 친인척과의 교류가 각별했던 그 시절, 딱히 연락방법도 없어 오직 손 편지에 의지하며 소식을 주고받다 보니 누군가를 기다리는 설렘으로 손가락을 꼽았던 때였고, 그런 상대를 위해 자신이 해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을 주고 싶은 마음에 징그러운 개구리 기꺼이 잡을 수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이야 먹거리가 넘쳐흐르고, 지나친 문명의 발달로 이역만리 떨어진 곳에서도 나의 일거수일투족을 훤히 들여다보는 것처럼 리함 속 불편한 시대를 살고 있지만, 나는 두루 불편했던 지난 시절을  상기하는 버릇이 생겼다.

어쩌면 신의 영역까지 함부로 넘보는 시대를 살며, 끝없는 인간의 욕심 증이 난 것인지도 모른다.


카페에서 글을 쓰는 지금, 어팟을 통 흐르는 '메기의 추억'에 귀가 녹는 것처럼 아련하고 행복하다. 나를 즐거웠던 유년시절로 이끌고 간 매개체는 '에어팟'이라는 첨단 문명이니 참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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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그림ㅡ별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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