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월부터 LG유플러스는 '비혼 선언'을 한 직원에게 결혼 축하금과 동일한 기본금 100%와 유급 휴가 5일을 제공한다. 물론 만 38세 이상, 근속 기간 5년 이상이라는 조건은 있다. 이곳만이 아니다. 롯데백화점, SK증권, NH투자증권 등도 유사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비혼 선언’ 직원에 기본급 100%+휴가 5일 지원한 LGU+>
<결혼 안 해도 축하금에 유급휴가...>
비혼에 대한 의미나 사회적 파장을 말하려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회사의 복지 제도가 기혼 가정 중심으로 만들어졌다. 이것은 결국 '근속 연수를 늘리고자'하는 목적이 담겨 있는데, 요즘 2030 직원은 한 곳의 회사를 오래 다니지 않는다. 이러다 보니 비슷한 또래 기혼자가 받는 복지에 대한 형평성 제기가 있었던 것. 이른바 '공정'에 대한 이슈가 등장한 것이다. (이들이 느끼는 공정은 본인 생각에 '마땅히' 누려야 할 것을 받지 못하게 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작년 7월 KBS 시사기획 창에서 'MZ, 회사를 떠나다' 편에서 이런 장면이 나온다.
"우리 회사 복지 제도가 좋습니다. 우선 자녀 학자금 제도가 있고요..."
[시사기획 창] MZ, 회사를 떠나다 (kbs.co.kr)
이렇게 복지가 잘 돼있는데 젊은 직원의 잦은 퇴사를 이해 못하겠다는 기업 간부의 발언이다. 기성 기업이 인식의 변화를 가져오기가 무척 어려운 건 현실이다. 하지만 그 현실을 넘어 이미 젊은 직원들의 짧은 근속 연수 경향성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그들은 빛의 속도로 퇴사한다. 심각한 이슈가 돼버렸다. 이런 말이 생각난다.
"내가 나중에 챙겨 줄게. 회사 생활 길다."
신입 사원 시절 부당한 대우를 받아 낙심한 나에게 사수였던 대리님이 해줬던 말이다. 그때는 큰 힘이 됐다. 나 역시 그 회사를 오래 다니고 싶었으니까 믿고 싶었다. 하지만 IMF 구제금융 사태는 나를 내버려 두지 않았다. 지금은 먼 얘기처럼만 느껴진다.
지금 시간은 회사 편이 아닌 듯하다. 유명한 어느 제조 기업을 방문했더니 부서의 막내(?) 직원 나이가 마흔두 살이었다. 이제 인재 전쟁은 소위 S급 인재를 구하는 것이 아니라 평상적인 운영을 위해서가 될 전망이다. 점점 인구가 줄어들고 있으니 말이다. 즉각적인 이익을 주는(적어도 주는 것처럼 느끼게 하는) 제도적 개선이 시급하다. 이와 함께 기존 인력이 갖게 될 상대적 박탈감도 이슈로 부각될 것이다. 이런 복지 제도가 언감생심인 중소기업 직원들도 있다. 압축성장의 결과는 갖고 있는 기준의 유통 기한을 줄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