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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Emilio Jan 15. 2024

조직에서 영향력을 가지려면

"영향력을 주제로 워크숍 진행해 주세요."

얼마 전 외국계 기업에서 받은 요청이다. 해당 기업 리더가 가져야 하는 역량 중에 하나인데 아직 국내 기업에는 보편화되지 않은 개념이다. 모 그룹은 외국계지만, 국내 시장에서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단어를 국내화시키는 게 필요했다. 사전에서 '영향력'을 찾아봤다.

어떤 사물이나 인물에게서 나온 효과나 작용이 다른 것에 미치는 힘


기대하는 결과를 가져오는 데 들이는 노력이나 행동이라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리더십'과 큰 차이가 없다. 리더가 행사하는 리더십은 구성원이 성과를 만들게 하는 것이다. 고로 '영향력 = 리더십'이라고 설명했다. 대개 리더십은 리더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한데, 영향력이 곧 리더십이라는 등식에 동의한다면, 누구나 리더십을 갖는다는 점을 이해할 수 있다. 즉, 공식적인 직책을 가진 자(리더)가 아닌 직원도 영향력을 갖는다. 이것은 부서 미팅을 할 때 가늠할 수 있다. 같은 팀원, 팀장, 임원이라도 누가 말하는가에 따라 참여자의 주목도가 달라진다. 그것이 영향력의 차이다. 다만, 리더십은 주로 아래를 향하는 반면, 영향력은 위, 아래, 좌우 모두를 향하는 무지향성을 가진다. (물론 리더십에서도 위, 좌우를 살펴야 한다고 본다. 결국엔 '리더십 = 영향력'이다.)


사람 문제가 있는 조직의 리더


어느 기업에 중간 관리자 A가 있다고 하자. 우선 상사와 관계가 좋지 않다. 일하는 스타일이 너무 다르고, 자기 팀 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을 기분 나쁘게 했다고 한다. 어떻게 하면 상황을 호전시킬지 나에게 물었다. 딱 하나만 물었다.



"팀장님, 혹시 상사분을 인정하시나요?"


30초 정도 정적이 흘렀다. 

"아... 그랬군요. 제가 인정하질 않았네요."


황망한 기운이 안색에 돌더니 이내 안도감을 찾았다.

중간 관리자 B는 유관 부서 관리자와 다툼이 심하다고 했다. 신규 부서라 역할 정의가 시급한데 서로들 일을 적게 가져가려고만 애쓴다고 했다. 가장 관계가 나쁜 관리자는 그의 입사 동기였다. 한참 동기 욕을 내게 쏟아댔다.

"부장님, 동기분이 지금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 알고는 계시죠?"

"뭐... OO관리팀 팀장이죠."

"그분은 지금 제 역할을 다 하는 걸까요?"

"그... 그렇기야 하지만..."


그의 어조가 수그러들었다.

임원 C는 사업부 팀장들에 불만이 많았다. 하나 같이 자기 팀만 생각하고, 아무도 사업부 차원의 이슈에 의견을 내거나 고민하지 않는다는 거였다. 개별적으로 보면 다들 훌륭한데, 사업부에 기여하는 바는 적다고 불평했다.

"OO님, 아주 서운하셨겠습니다. 그런데 기대하시는 부분과 지금 팀장들과의 매칭이 잘 되고 있나요? 다시 말해 팀장들이 사업부 차원의 사안에 대해 의견을 잘 낼 수 있는 사람들인가 하는 겁니다."

"어... 자기 일을 중심으로 챙겼던 친구들이죠. 그래서 인정을 받았고..."

"팀장이 가진 장점과 기대 수준 사이에는 간극이 있네요."


원하는 바에 맞게 행동할 수 있는 장점을 제대로 연결하지 못해 발생한 상황이다. 즉, 팀장 임명이 잘못됐다는 것이다. 이럴 경우 임원이 기대 수준을 낮추거나 방향을 전환해야 한다. 왜냐하면 팀장 레벨까지는 자신의 장점 또는 강점을 기반으로 승부하기 때문이다. (시간을 돌릴 수 있다면 좋으련만. ;;;)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다면
최근 대한민국 정당 역사상 초유 사건이 연이어 벌어지고 있다. 정치 경험 없던 이가 입당해서 대통령 후보가 되더니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집권 2년 차 혼란한 당 상황을 정리(?)하려 대통령 심복이 수장에 앉았다. 정당에서 자생적인 힘이 아닌 외부력에 의해 빚어진 현상이다. 사실, 외부 충격이 주는 힘은 지속 가능하지 않다. 하지만 이제라도 그가 제대로 영향력을 행사하길 희망한다. 여당이 망가지면 국가와 국민 역시 심대한 타격을 받기 때문이다.

영향력을 가지려면 기본 전제는 '인정'이다. 위 사례에서 보듯 첫째, 상사의 '권위'를 인정해야 한다. 정상적인 조직이라면 그 사람이 상사에 앉은 합리적 이유가 있을 것이다. 분명 나보다 나은 점이 하나 이상 있게 마련이다. 둘째, 동료의 '역할'을 인정해야 한다. 논쟁과 갈등은 불가피하나 서로의 자격 운운하며 감정적으로 흐르면 제대로 된 영향력을 가질 수 없다. 셋째, 직원의 '가치'를 인정해야 한다. 여기서 가치는 '강점'이나 '장점'이다. 직원에게 업무를 부여하는 것은 직원이 가진 가치와 매칭시키는 일이다. 그래야 몰입과 동기를 끌어낼 수 있고, 성과 창출에 도움이 된다.


지금껏 윤석열 정권은 야당을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았다. 3년 차에 접어드는 지금까지 야당 대표를 만나지 않은 대통령은 없었다. 내가 만나본 사람 문제로 고뇌하던 많은 리더들도 그랬다. 자신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왜 나를 인정하지 않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영향력을 갖는 길은 먼저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그래야 만날 수 있고 말문이 트인다. 나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과 대면하고 싶은 사람은 이 세상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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