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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진영 Emilio Jan 15. 2024

리더가 밷는 독설 향연의 끝

최근 한국 정치인의 입이 매우 걸어졌다. 독한 단어들을 정리해 봤다. 

'공산전체주의', '사형', '반역죄', '쿠데타', '마약 도취'...  

@대통령실 https://www.president.go.kr/president/speeches/mSgAkgfP


사전에도 없는 단어 ‘공산전체주의’···윤석열 대통령은 어디서 배웠을까 - 경향신문


지난 광복절 축사에서 비 일반적 용어로 '민주주의 운동가, 인권 운동가, 진보주의 행동가'들을 일컬었다. 그들을 '반국가세력'이라고 불렀다.



`사형에 처할 국가 반역죄` 김기현, 뉴스타파 대장동 인터뷰 논란에 맹비난 - 부산일보


부정거래 의혹이 있는 인터뷰 공개(방송)에 여당 김기현 대표가 극대노한 표현으로 국가 반역죄가 등장했다.



민주 “쿠데타”-국힘 “마약 도취”…정치권 ‘막말 인플레이션’ : 정치일반 : 정치 : 뉴스 : 한겨레


윤석열 대통령 당선을 쿠데타로, 노조에 대한 과한 손해배상 소송을 금지한 노란봉투법에 마약이라며 비난했다.



어느 편을 들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내용과 의미와는 별개로 독한 말이 쏟아지고 있다는 점이 우려스럽다. 정부, 여당, 야당의 지도자들이 막말을 뱉으면 순간은 화끈한 주목을 끌게 돼 있다. 그걸 즐기는지 모르겠지만, 독한 말은 중독과 같아서 계속 강도를 높여야 과거 수준의 관심을 받게 된다. 최악의 악순환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정권이 교체되고 1년 4개월 동안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사실, 아무 일이 없어서 그렇다.



대화와 토론이 실종됐다

우리나라는 법치 국가다. 법이 바뀌지 않으면 국정을 운영하기 어렵다. 그래서 원하든 원하지 않든 상대 정당을 만나고 협상한다. 하지만 여당과 야당 사이에 제대로 된 소통은 거의 없는 형국이다. 야당 대표를 '범죄자'로 부르며 대면 자체를 거부하고 있다.



[정치]이재명, 영수회담 제안...與 "범죄 피의자 안 만나" | YTN



과거 정치권의 행태를 보면 앞에선 으르렁거리며 싸우더라도 물밑 교섭이 있었다. 하지만 현 정권은 그마저 단절한 듯하다. 그럼 국정 운영을 어떻게 하고 있을까? 법을 고치지 못하니 시행령을 바꿔가며 땜질식으로 대응한다. 아마도 내년 총선 승리 이후를 노리는 듯하다. 과반 의석으로 원하는 법안을 밀어붙이겠다는 심산이다.



막말은 체념을 부른다

아마도 내년 총선 때까지 정치권 막말은 계속될 것이다. 막말의 일상화는 대중의 체념과 무관심을 불러온다. 무관심은 무당층의 증가로 이어지며, 투표율의 저하로 작용한다.



'결집'하고 싶은 정당이 없다? 총선 앞 무당층 급증 '슬픈 현실' | 중앙일보



다음 총선 투표율은 최하 기록을 달성하지 않을까 걱정된다. 어느새 시시비비와 가치판단을 논쟁하는 토론이 사라지고 있다. 주장의 근거가 되는 객관적 사실관계 수준에서 의견이 갈린다.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없는 형국이다. 꼴사나운 저질 토론만 벌어진다. 정치권을 떠나 경제계에는 관련 현상이 없을까?



회장님 신년사 단골 문장, '지금 위기입니다'


과거 모 그룹사 프로젝트할 때 재미교포 출신 직원과 일한 적이 있다. 유능한 탓에 그룹사에서 입사 제의를 여러 번 받았다. 몇 번을 거절했다고 했다. 이유를 물었더니 이렇게 말했다.



"내가 왜 스스로 '위기'라는 회사에 입사해야 해요?"


우리는 매년 들어서 크게 개의치 않았던 말인데, 새삼 말의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 물론 독한 말도 필요할 때가 있다. 만성적으로 구사되면 별 감흥을 불러오지 못한다. 리더의 말은 그만큼 무겁고 선별적으로 구사돼야 한다.

전시라도 교전국들 사이에 대화가 있다. 상대의 요구에 포용력 있는 리더가 잠시 손해 보는 것 같지만 궁극적으로 승리하는 리더다. 그 수단은 막말이 아니라 품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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