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이라는 글자를 삼키자마자 불신이라는 글자가 역류할 때, 내 입을 막아버리는 그의 단어들이 거칠어 질 때, 내게 더 상처주지 못해 분한 듯한 그의 숨소리를 얼핏 들었을 때, 감당하기 힘들 정도로 쏘아붙이는 그의 화 앞에서 우는 것 밖에 할 수 있는게 없을 때, 더 이상 그의 사랑이 갖고 싶지 않아졌을 때.
우리는 서로 마음을 얻어맞았다. 내 인생이 삼류영화를 꼭 닮은 것처럼 느껴진 게 그 때처럼 싫었던 적이 없었다. 귀를 막은 게 아니었는데, 분명히 서로 한국어로 말하고 있는데, 그럼에도 우리는 알아들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