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하니날다 haninalda
Apr 10. 2023
향은 어디에나 있어요
Bari Improv - August Rush
Bari Improv - August Rush
저는 종종 말하고는 합니다.
‘향수(香水)’는
‘향수(鄕愁)’를 부르고
‘향기(香氣)’를 남깁니다."
라고 말이죠.
말에는 힘이 있습니다. 사람의 기억과 감정에 영향을 미치는 존재인 향의 힘을 우리의 옛 선조들은 이미 알고 계셨던 듯 합니다. 우리는 영어에서처럼 ‘향(fragrance, scent)'이라고만 말하지 않고, ‘향기(the energy of scent), 향의 기운이라고 말을 하니 말입니다. ‘향수’라는 단어는 참으로 매력적입니다. 고향을 그리워하는 마음인 ‘향수(鄕愁)'를 불러일으키는 단어가 ‘향수(香水)’와 동음이음어라는 것은 우리 말의 아름다움을 만나게 합니다.
어르신들이 즐겨하시는 말씀, 특히, 건배사 중에 ‘화향백리(花香百里), 주향천리(酒香千里), 인향만리(人香萬里)’, ‘꽃의 향기는 백리를 가고, 술의 향기는 천리를 가지만 사람의 향기는 만리를 간다’라는 말처럼 향기는 꽃, 술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적용됩니다. "그 사람 참 스타일이 좋아"라는 말이 한 사람의 외면적 인상에 대한 종합적 결론이라면 “그 사람 참 향기가 좋아"라는 건 외면과 내면의 총합을 결론 내는 말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합니다. 내게 잘 어울리는 향수를 찾고 싶은 사람들은 누군가에게 그리고 자기 자신 스스로에게 좋은 향기로 기억되는 사람이 되고 싶은거라고 생각합니다. 제게 향수 추천을 해달라며 찾아오시는 한 분 한 분이 소중한 이유랍니다. 그 분들의 아름다운 향기는 그들 스스로를 행복하게 그리고 그들의 주변 사람들을 미소짓게 만들어줄 것이니까요.
한 번은 국악박송 라디오 프로그램 '최고은의 밤은 음악이야' 생방송에 출연하게 되었습니다. 청취자의 질문에 답변을 드리는 코너가 있었습니다.
"향수가 비싸서 바디 워시로 향을 즐기는데, 이런 건 안 되겠죠?"
라는 질문을 받았습니다. 저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말씀드렸습니다. 향은 그 어떤 형태로든 즐기면 됩니다. 한 잔의 커피가 선사하는 향기로운 순간을 감사할 수 있다면 그걸로 족합니다. 값비싼 향수로만 할 수 있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내 삶에 존재하는 향의 순간을 잡아내고 감사할 수 있다면 내 삶은 향기로운 것입니다. 향이 향기가 되는 것이 바로 이렇게 감사할 수 있는 때라고 생각합니다.
2007년 개봉한 영화<어거스트 러쉬(August Rush)>에는 이런 말이 나옵니다.
“음악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어요. 우리는 그저 귀를 귀울이기만 하면 되어요.
The music is all around US, all you have to do is listen.”
저는 저 말을 활용해서 이렇게 말하고는 합니다.
"향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어요. 우린 그저 그 향을 알아채고 감사할 수 있으면 되어요. 그렇게 되면 그 향은 우리에게 향기가 되어 삶을 아름답게 만들어요"라고요.
나뭇잎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 소리, 농구공이 농구장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소리 등 듣고자 하면 박자감 있고, 높낮이가 있는 음악이 우리 주변에 가득하듯 향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우리는 한 잔의 커피에서, 티에서, 신선한 토마토, 오렌지, 바나나, 깻잎에서 향을 만날 수 있습니다.
침실 화장대, 사무실 책상 위에 있는 향수들과 함께 우리의 소소한 일상 속에서도 찾고자 하면 우리는 언제든지 향을 만날 수 있습니다. 향은 우리 주위 어디에나 있습니다. 우리는 그저 눈을 감고, 그 향의 길을 쫓고, 기억과 감정의 문을 각각 열고 찾으면 됩니다.
오랜만에 어거스트 러쉬 OST 'Bari Improv - August Rush'를 틀어봅니다. 기타 연주 장면의 그 음악을요. 트럭에 실려 분주한 뉴욕 유니온 스퀘어에 내렸던 어거스트 러쉬를 떠올리면서요. 그리고 뉴욕에서 처음 극장에서 봤던 영화인 어거스트 러쉬를 보던 그 때의 저를 떠올려보면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