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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재선 Mar 22. 2021

DT에는 사막을 건너는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카카오톡은 우리나라 대부분의 스마트폰 사용자가 매일 쓰고 있는 시장 점유율 1위의 대표적인 모바일 메신저이다. 그러나 카카오톡이 탄생하기까지 그 과정을 알고 있는 이들은 많지 않다. 카카오는 2006년 아이윌랩이라는 이름으로 설립된 스타트업으로부터 시작되었다. 아이윌랩은 설립 후 첫 1년 동안은 웹 기반 서비스를 만들기 위한 준비를 했다. 그 결과로 탄생한 서비스가 바로 부루닷컴(buru.com)이라는 소셜 북마킹 서비스였다. 아마 대부분의 독자들이 이러한 서비스가 있었는지 조차 알지 못할 것이다. 실제 부루닷컴의 사용자는 많지 않았고 결국 서비스는 실패했다. 서비스 출시 이후 3개월 만에 서비스를 종료하게 된 것이었다. 그 이후 위지아(wisia.com)라는 소셜 랭킹 서비스도 만들었다. 최고 5만 명의 사용자까지 도달했지만 이 서비스 역시 실패했다. 


그렇게 3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2009년 11월 아이폰이 출시되었고 운영진은 이를 기회의 영역으로 보고 모바일 중심의 새로운 서비스를 기획하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서비스가 바로 카카오톡이다. 당시에는 카카오톡 이외에도 카카오 아지트, 카카오 수다 등 비슷한 기술을 사용하지만 타겟 고객은 다른 세 가지 서비스를 연이어 출시하기도 했다. 실제 카카오아지트라는 서비스가 2010년 2월에 먼저 시작되었고 카카오톡은 그 다음 달인 2010년 3월에 시작되었다. 이렇게 시작한 엇비슷하게 출발했지만 이중 카카오톡이 갑작스레 사용자가 6개월 만에 사용자 수가 100만 명을 돌파하면서 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리고 서비스 출시 후 3년 정도 지난 시점인 2014년에는 다음 커뮤니케이션과의 합병을 통해 지금의 카카오 진영을 갖췄다.  처음에는 규모가 작은 스타트업으로 시작했고, 3년 넘게 제대로 된 서비스 하나 출시하지 못하고 실패만을 거듭한 것이 카카오였다. 지금은 성공한 모습만 기억하고 있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수많은 서비스들도 모두 성공에 이르기까지는 꽤 많은 실패와 시간이 소요되었다는 것이 실제 모습니다.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해외 유명 서비스도 동일하다. 아마존이나 페이스북 또한 창업하고 적게는 5년 길게는 10년 정도가 지나고 나서야 안정적인 비즈니스 모델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성장을 했다. 


스타트업 성장하는 과정에 '데스밸리'라는 말을 종종 듣는다. 데스밸리란 스타트업이 새로운 서비스나 비즈니스를 성공적으로 출시하고 난 이후, 자금 유치 등의 이유로 어려움을 겪으며 도산의 위기에까지 몰리는 과정을 일컫는다. 통상 창업 후 3~5년 정도 지난 시기에 찾아온다. 스타트업들이 데스밸리를 거치게 되는 이유는 간단하다. 성공하는데 최소 3년에서 길게는 5년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무엇인가를 만들어 냈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 자리 잡고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로 정립되는데 절대적인 시간이 필요하다는 의미이다. 

 Startup Death Valley



그렇다면 기업에서 추진하는 DT는 어떨까? 스타트업과 마찬가지로 DT를 수행하는 데에도 최소 3년의 절대적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전문 경영인 체제에서 DT 실패의 원인을 보게 되면 단기간 안에 성과 도출을 해야 한다는 압박 때문인 경우가 많다. 하지만 단기 성과에만 집중하다 보면 DT가 안착되기 위한 조직의 체질 개선을 해낼 수 없다. 경영진의 강력한 지원이 있더고 하더라도 기존 조직 내에서 변화를 시도하는 경우라면 이 시간을 단축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본다. 그렇기 때문에 경영진에게 3년이라는 시간에 대한 이해를 충분히 설명하고 설득해야 한다. 


그렇다면 3년의 시간을 어떤 계획을 가지고 실행하는 것이 좋을까? 정답은 없지만 3년이라는 시간 동안 다음의 단계별 접근을 추천한다. 


1년 차에는 기존 조직의 디지털 역량을 높이는 활동을 수행한다. 디지털 기술과 도구를 도입하고 구성원들의 디지털 역량 향상을 위한 교육과 지원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또한 디지털 문화를 조직 전반으로 확대시킬 수 있는 고민을 시작하고 DT 전담 조직도 꾸린다. 전담 조직은 기존 IT 조직과 협업하여 디지털 환경을 개선하는 과제에 집중한다. 예를 들어, DT의 핵심 기술이라 할 수 있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를 기업 환경에 적용하는 파일럿 과제를 1년 차에 실행해본다. 이 단계에서는 높은 성과를 내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는 실제 실행을 통한 경험치를 쌓는데 집중한다. 경영진에게도 충분히 이 내용을 알리고 공감대를 얻는다. 


2년 차에는 1년 차에 진행했던 파일럿 과제 중 사업적으로 의미 있는 과제를 선정, 본격적인 DT 프로젝트를 실행한다. 이때 기존 현업 부서와의 협업이 무척 중요하다. 현업 부서 입장에서 본다면 DT로 인해 얻을 수 있는 게 불명확하고 자신들과는 무관하다는 생각을 가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1년 차에 진행했던 과제 중 상용화로 빠르게 넘어갈 수 있는 것 중심으로 스타트를 한다. 즉 선택과 집중을 잘해야 한다는 뜻이다. 


3년 차에는 2년 차에서 선택된 과제가 상용 단계 수준으로 올라오고 경영진이 보기에도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성과가 도출되기 시작한다. 완성이라고 할 순 없지만 조직이 기대하던 DT의 사이클이 완성되는 시기다. 유의미한 성과가 만들어졌다고 생각하면 새로운 분야로 성공 방정식을 확대 적용해야 한다. 


DT를 고민하는 실무자들에게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경영진과의 소통을 통해 3년의 시간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강하게 어필해야 한다는 것이다. 만일 3년의 시간을 확보하기 어렵다면 앞서 설명한 대로 단계별 접근을 하되, 결과물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서 시작하는 게 좋다. 우리 회사가 IT 회사도 아니고 IT와는 거리가 먼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면 DT 담당자인 나는 홀로 사막을 걷는 방랑자라는 생각을 잊지 말고 그 시간을 잘 견뎌야 한다. 절대 길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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