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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뜬구름 Sep 18. 2015

데드라인의 압박

죽음의 데드라인!

이번 달에 3건의 마감이 겹쳤다. 출판번역 원고는 6월 30일, 게임 시나리오 번역은 19일, 빌드 테스트 데드라인은 23일이다. 


출판반역은 4월부터 시작했기 때문에 충분히 시간이 있었다. 처음 계획을 세울 때도 6월 15일쯤이면 번역을 끝내고 여유롭게 감수를 볼 생각이었다. 하지만 중간에 게임 시나리오 번역을 시작하게 되면서 일정이 변경되었다. 그래도 시간적 여유는 있었다. 애초에 출판번역은 보름 정도 여유를 두고 시작했고, 게임 번역도 부담되지 않는 선으로 일정을 짰기 때문이다. 그런데 또다시 변수가 끼어든다. 특허번역과 기업 ppt발표 자료 번역일이 들어왔다. 하나는 새로 거래하게 된 회사라서 무조건 받아야 했고, 나머지 하나도 기존에 오래 거래하던 회사의 일이라 거절할 수 없었다. 훗날 일정은 내가 좀 더 빡세게 하면 되겠지 하고 다시 뒤로 밀려났다. 


다행히 특허번역과 ppt번역은 일주일 안팎으로 일이 끝났다. 그런데 이미 시간은 6월 초. 마음이 조급해지기 시작했다. 하루를 크게 둘로 나눠서 오전부터 낮 2시까지는 출판번역을 하고, 2시부터 10시까지는 게임 번역을 하기로 했다. 그런데 생각보다 잘 지켜지지 않는다. 뭐든 시간에 정확히 맞추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게다가 몇 달째 공휴일도 없이 일만 해온 터라 심리적인 휴식이 절실히 필요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때 맘 놓고 3일만 쉬었다면 좋았을 것을! 


하지만 난 ‘공식적’으로 쉬지 못했다. 그렇다고 일에 몰두하지도 못했다. 그렇게 며칠 방황하던 순간에도 시간은 여전히 흘러갔다. 말 그대로 시간을 붙잡고 싶었다. 부족한 시간을 늘리기 위해서는 잠을 줄이는 수밖에 없다. 잠을 줄이고 억지로 책상에 앉아 있어 본다. 역시 부작용이 뒤따른다. 눈 뜨고 앉아는 있되 뇌가 작동하지 않는다. 내 눈은 모니터와 그 사이에 있을 것 같은 제3의 공간을 바라보고 있다. 몸은 더 피곤해지고 일은 진전되지 않는다. 결국엔 다시 예전 생활로 돌아간다. 평소 나의 24시간은 경계가 없다. 밤낮에 관계없이 눈 뜨면 커피를 마시고 일할 수 있을 때까지 일한다. 배고프면 먹고 졸리면 잔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뜨면 커피를 마시고 책상에 앉는다. 


이번 주 수요일부터 빌드 테스트를 시작한다. 4월에 끝낸 게임 작업인데 빌드 테스트까지 해주기로 한 것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빌드 테스트가 5월 중에 끝날 줄 알았다. 가장 바쁜 6월 중순에 느닷없이 시작될 거라고는 생각지 못했다. 하지만 하기로 했으니 해야 한다. 아, 어떻게든 끝나겠지! 일정과 계획을 쓰고 지우기를 반복하다 새까맣게 되어버린 6월 달 달력을 눈앞에서 치우고 싶다. 그래 이 시간도 지나가겠지. 끝나지 않는 마감이란 없으니까. 그래, 마감만 끝나 봐라. 제대로 여유를 부려줄 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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