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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멜리아 Mar 11. 2018

2월 21과 구름

어른이 된다는 것에 대하여

엄마와 처음으로 여행을 떠나는 길. 어쩐지 엄마의 마음이 들떠보인다.

"딸이랑 둘이 여행갈 거 생각하니까 어때?" 내가 물었다.

"조금 긴장되네, 결혼하고 느이 아빠 없이 여행하는 게 처음이라서. 아닌가, 해외여행은 아예 처음인가? 예전에 은행 다닐 때  다같이 갔던 거 빼고는 다 가족들이랑만 다녔으니까."

단 한 번도, 가족들이랑 해외여행을 간 적이 없다니. 

엄마는 담담하게 이야기를 하고, 그 담담함이 내 마음을 단단하게 두드렸다. 

엄마는 그런 삶을 살고 있었구나.


창 밖을 보자 발 아래로 구름이 끝없이 펼쳐져있다. 

구름 위를 날다보면 평소엔 보지 못하는 광경들이 많이 펼쳐진다.

저 멀리, 내 눈으로는 보이지도 않을 지역에서 치는 번개, 말 그대로 '거침' 없이 내리쬐는 태양빛, 그리고 티라고는 없는 파란 색을 지닌 하늘 같은 것들.


어쩌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자란다는 것은- 비행기를 타는 것과 비슷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내가 어릴 때는 미처 알지 못했던, 구름 위의 세계를 알게 되는 것.

가끔은 구름 위에 천국이 있지 않을까? 그 구름을 밟으면 트램펄린처럼 방방 뛰어오를까, 아니면 솜을 밟듯이 폭신하기만 할까? 하고 상상하고, 궁금해했던 그 날들이 그리워질 때가 있는 것도, 어른들이 어린 날을 그리워하는 것과 비슷한 것일까?


다만 구름 위의 세계를 알기 때문에, 달을 향해 날아가겠다는 꿈을 이뤘던 것처럼, 

어쩌면 '어른의 세계'를 알게 되었기 때문에, 어린 날에는 꿈도 꾸지 않았던 것들을 할 수 있게 되는 거겠지.

아주 작은 조각이지만, 엄마의 삶을 이해하기 시작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나도 엄마를 따라서 잠을 청해본다.




Cover Photo by Andrew Ruiz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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