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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뚜오뚜오 May 25. 2017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

수클리볼드

콜럼바인 고등학교 총기사건의 가해자 엄마가 쓴 책이라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책이다. 소설이 아닌 사실을 기반으로 쓴 에세이라는 것 자체가 지극히 충격적이므로.


숨결이 바람 될 때를 얼마 전에 읽을 때에도 이렇게 슬프고 먹먹하진 않았는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가슴이 먹먹하고 답답한 기분이 들었다. 


어느 정도의 극한에 처하면 아들이 빨리 죽어야 한다는 생각까지 할 수 있을까. 나의 가족이 살인과 자살 중 한 가지만 하더라도 온전한 정신으로 살아가기 힘들 텐데 멀쩡하다고 생각했던 아들이 하루아침에 총기난사 사건을 주도하고 스스로 자살하여 인생을 온전히 잃어버린 어머니의 모습이 여과 없이 보이는데 그 아픔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남편 톰은 말한다. "걔가 우리도 죽였더라면 좋았을 텐데."

가해자의 부모이지만 동시에 지독한 상처를 입은 피해자이기도 한 톰과 수가 심지어 자신을 욕하고 위협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밖에 없는 마음이 절절히 와 닿아 눈물이 났다.


가해자의 부모로서 욕설과 협박, 신변의 위협을 받으며 수 십 년을 지낸 부모는 말한다. "딜런이 생의 마지막 나날 동안 어떤 심정이었을지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준 것이다."

많은 사람을 죽이고 스스로도 죽음을 택했던 낯선 모습의 아들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엄마의 모습, 미리 알아채고 막지 못해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하며 스스로도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절망스럽지만 피해자 가족들에게 사과해야 하는 수의 입장이 잔인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하지만 내가 가해자의 부모라면, 이 책을 읽은 나는 저런 충격적인 사건이 발생하기 전에 막아낼 수 있을까? 생각해보았지만 누구나 사전에 방지하기에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고, 나 또한 어려울 것이다. 이 책의 엄마도 사전에 방지할 수 있었던 몇 가지 복선에 대하여 언급했지만, 스스로도 자식을 90% 이상 파악하고 있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보편적인 생각으로 통제할 수 없는 자식의 행동은 이성적으로는 정확히 파악하고 판단하기 너무나 어려운 천재지변에 포함된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 것 아닌가. 


그렇다면 가해자의 부모에게 얼마만큼의 책임을 물어야 할 것 인가. 가해자의 부모는 얼마만큼의 가책을 느껴야 하나. 생각이 참 많아지고 생각할수록 어려워지고, 부모의 역할과 책임에 대해 다시 한번 상기시키면서도, 저런 일들을 사전에 막아낼 자신은 더욱 없다는 것이 안타까우며, 가해자의 부모이지만 피해자일 수도 있는 톰과 수가 취한 액션에 대해서도 곰곰이 생각해 볼 수 있는 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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