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 컨설턴트 윤선현의 정리 이야기 (4)
“준서엄마.”
남편 출근시키랴, 아이 등원시키랴, 여느 때처럼 분주한 아침이었다. 화장실에 들어간 남편이 볼 일을 보고 있다가 나를 부르길래 휴지가 다 떨어졌나 싶었다. 화장실 문앞에서 휴지를 들고 서있었는데 그 뒤에 나온 말은 충격이었다.
“우리 이혼하자!”
처음에는 농담인줄 알았는데 남편의 상태는 생각보다 심각했다. 얘기를 더 들어보니 우리 엄마 집도 난장판, 우리집도 난장판, 그리고 딸 방도 난장판인 것이 불만이었다. 아니, 불만은 불신이 되었다. 앞으로 자신은 한 평생 난장판인 집에서 살아야 된다는 생각이 들어 숨이 막힐 지경이라고.
생각해 보니 친정 엄마는 일찍 남편을 여의고 홀로 장사하며 자식들을 키웠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살림과는 담을 쌓고 살았고, 종이 한장 버리기를 아까워 하였으며, 돈을 최고로 생각하고 사셨던 분이다. 그런 모습을 보고 40년을 살았던 내가 어떻게 정리를 잘 할 수 있겠나.
남편이 그런줄도 모르고 작은방에 틀어박혀 금붕어만 들여다 보는 것이 못마땅했는데 그는 피신해 있었던 것이었다. 남편에게 당신이 그렇게 힘들어 하는 줄 몰랐다고, 이제부터 달라져보겠다고 했다. 그러나 정말 남편 말대로 ‘정리 못하는 엄마의 유전자가 나에게도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두려움에 어디서 부터 시작해야 될지 막막했다.
이 소설같은 이야기는 우리가 만난 고객님 K씨의 이야기다. 그녀는 우리에게 자신의 절박한 사연을 털어 놓았고, 도움을 요청했다. 담당 컨설턴트는 그녀와 함께 하나씩 정리하면서 변화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불어넣어줬고, 앞으로 계속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친정엄마의 마음으로 꼼꼼히 전수 해주었다.
정리 컨설팅 후 매니저에게 선물 상자가 배달되었는데 K씨가 보낸 선물과 편지였다. 편지에는 정리 상태를 잘 유지하고 있고, 남편이 이제 작은 방에서 나와 안방에서 잠을 잔다고 했다. 남편이 노력하고 있는 모습에 감동을 받아서 화해를 했다는 내용이었다.
함께 사는 가족에게 내가 정리하지 않은 물건으로 인해 불편을 주게되고 이런 감정이 쌓이게 되면 신뢰가 깨지게 된다. 이혼한 분들에게 결혼 후 배우자에게 연애 기분이 사라지게 된 계기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주변 정리정돈 소홀'이 남성의 경우 15.6%, 여성의 경우 8.8%로 나타났다. 집 정리 때문에 고민하는 분들에게 "남편과 싸우는 주요인이 정리 때문이다", "집 정리가 안되어서 퇴근 후 집에 일찍 들어가지 않는다." 라는 이야길 자주 들을 수 있다.
정리 후 가족간의 관계가 좋아졌다는 고객들이 많다. 3년 전 집 정리를 했던 고객은 함께살지 않는 시어머니, 시누이와의 관계까지 좋아져 정리에 마법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을 정도다.
정리는 자신에 대한 사랑이며, 주변사람에 대한 배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