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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브이씨 THE VC Aug 25. 2022

시장 한파 속 스타트업 옥석 찾기

투자 시장 '겨울'을 나는 스타트업들의 지상과제, 수익성 입증

국내외를 막론하고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냉각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습니다. 지난해 공개 시장에서의 테크주 강세에 힘입어 고공 행진하던 스타트업 투자 활동은 올해 들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한 경제 불확실성 증대, 전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및 금리인상, 경기침체 우려 증대로 인해 투자심리가 위축되며 급격히 얼어붙고 있는 모습입니다.


이러한 경향은 특히 2분기부터 더욱 두드러지는데요. 미국 스타트업 데이터 플랫폼 CB인사이트(CB INsights)에 의하면, 올해 2분기(4월~6월) 글로벌 스타트업 투자 금액은 1,085억 달러(약 145조 원)으로 전년동기대비 29%, 직전분기대비 23% 감소했습니다. 이는 1분기에 기록한 직전분기대비 투자 금액 감소율인 20%보다 큰 수치로, 약 10년 중 최고치에 해당합니다. 투자 건수 역시 7,651 건으로 전년동기대비 6%, 직전분기대비 15% 감소했습니다. 투자 금액과 투자 건수 모두 전년 동기 대비해서는 소폭의 증가를 보였던 1분기와 달리, 2분기에는 전년동기 대비해서도 투자의 감소가 확연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2분기 글로벌 투자유치 현황(출처: CB인사이츠)


국내 역시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더브이씨 데이터에 의하면, 올해 2분기 벤처투자 건수는 총 512건, 투자 금액은 4조 8,090억 원인 것으로 나타나는데요. 투자 건수의 경우 전년동기의 512건과 동일했으나, 투자 금액으로 보면 전년동기의 7조 1,836억 원에 비해 크게 감소한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직전분기였던 1분기의 투자 건수는 493건, 투자 금액은 6조 7,474억으로 투자 건수는 소폭 증가했으나, 투자 금액은 크게 감소한 것으로 확인됩니다.



투자 한파 맞은 스타트업들의 지상 과제, '수익성 입증'


이에 대해서는 증시 상황이 악화되며 상대적으로 엑싯 시점에 가까운 후기단계 스타트업들에 대한 대규모 투자가 특히 크게 위축된 것으로 분석될 수 있습니다. 실제 올해 2분기 프리 IPO 포함 시리즈 D 라운드 이상 규모 투자 건수는 19건, 투자 금액은 1조 1,465억 원으로, 투자 건수 27건, 투자 금액 2조 1,806억 원이었던 전년동기에 비해 투자 금액이 4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같은 기간 전체 투자 금액의 전년동기대비 감소폭인 33%로, 후기 투자가 전체 벤처 투자 중에서도 큰 폭의 감소를 보인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CNBC가 “최근 10년 중 최악의 투자 유치 환경”이라고 명명한 이같은 혹한기에도 큰 규모의 후기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업체들이 있습니다. 더브이씨 데이터에 의하면, 올해 2분기 발생한 500억 원 이상 규모 투자 라운드는 총 17건으로 확인됩니다. 이들 스타트업이 투자 유치 성공 비결로는 몇 가지 정도를 꼽아볼 수 있으나 그중에서도 가장 확실한 방법은 바로 수익성을 증명하는 것입니다.


2022년 2분기 500억 원 이상 규모 투자 라운드(총 투자 금액 내림차순, 출처: 더브이씨)

 투자/M&A 탐색 (기간: '2022-04-02~2022-06-30, 투자 종류: 투자 전체, 투자 대상 국적: 한국) 


스타트업, 특히 기술 스타트업이나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한 기업가치 평가는 오랫동안 수익성보다는 성장성에 방점을 둬 둬 왔으나, 2019년 말 위워크(WeWork)의 상장 실패 이후 판도에 변화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당시 뉴욕타임스(NYT)는 “실리콘밸리의 새로운 진언(Mantra)은 수익을 내라는 것”이라는 말로 요약했었는데요. 위워크 사태로 큰 손해를 입었던 최대 투자자 소프트뱅크(SoftBank) 역시 비전 펀드 2(VF2) 투자에 있어서는 흑자 전환과 엑싯에 대한 확실한 플랜이 정립된 업체들에 투자하는 방향으로 펀드의 운영방침을 조정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습닏. 한동안 투자 시장의 호황에 힘입어 다소 간과되었던 수익성 문제가 시장의 냉각과 함께 관심의 초점으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투자자 러브콜 쏟아지는 '흑자 유니콘' 


실제 올해 6월 1,800억 원의 프리IPO 투자를 유치하며 직전 투자 유치 당시 인정받은 2,500억 원의 약 4배가량인 약 9,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골프 플랫폼 ‘스마트스코어’의 경우, 투자사인 VIG파트너스가 플랫폼 모델임에도 흑자 구조를 구축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알려진 바 있습니다. 스마트스코어의 경우, 전국 골프장에 구축된 관제 시스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골프 부킹, 투어, 커머스 등으로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한 결과 지난해 매출이 428억 원으로 전년도의 229억 대비 두 배 가까이 증가한 데다, 이미 지난해 기준 영업이익 7억 3,939만 원, 당기순이익 6억 2,525만 원의 흑자를 내고 있습니다.


2분기에 높은 기업가치를 인정받으며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기업 중 상당수는 이처럼 성장성뿐 아니라 수익성 측면에서도 어느 정도 검증이 완료된 기업들입니다. 5,000억 원 규모의 시리즈 C 라운드 투자를 마무리하며 2분기 가장 큰 규모의 투자를 유치한 국내 1위 클라우드 관리(MSP) 기업 ‘메가존클라우드’의 경우, 2021년 매출이 4,596억 원으로 전년대비 82% 급증했는데요. 아직 영업이익 흑자를 달성하지는 못했으나, 클라우드 전환 수요 급증에 대응하기 위한 공격적인 투자에도 불구하고 지난해 영업손실은 153억 원으로 전년도의 144억 원 대비 소폭 증가하는데 그쳤으며, 모기업인 ‘메가존’ 차원에서는 지난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습니다.


메가존클라우드 재무 정보(출처: 더브이씨)


올해 4월 500억 원의 시리즈 A 라운드 투자를 유치하며 기업가치 1조 2,000억 원을 인정받은 또 하나의 신흥 유니콘 ‘여기어때컴퍼니’ 역시 대부분의 여행 사업자들이 난관에 빠진 최근 몇 년 사이 수익성을 입증하는데 성공한 기업입니다. 팬데믹 기간이었던 2020년과 2021년 여기어때는 각각 1287억 원과 2,049억 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전년대비 매출 증가율은 2020년과 2021년이 각각 25%와 59%로 지난해 성장이 더욱 가속화된 모습입니다. 영업이익 역시 2019년 72억 원, 2020년 115억 원, 2021년 155억 원으로 매 년 증가하고 있는 중으로, 3년 연속으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흑자를 달성하는데 성공하며 안정적인 수익 창출 능력을 과시했습니다. 투자사인 미래에셋캐피탈의 김경모 벤처투자본부장 역시 “여기어때는 ‘고성장’과 ‘이익 실현’을 동시에 이루는 보기 힘든 스타트업”이라며 이같은 점을 높이 평가한 바 있습니다.


여기어때컴퍼니 재무정보(출처: 더브이씨)



'흑자' 오아시스 vs '잠재력 강조' 컬리, 엇갈리는 명암


올해 6월 이랜드리테일로부터 33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하며 1조 1,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은 ‘오아시스’ 역시 증시 상황 악화와 함께 우려의 시선이 쏟아지고 있는 ‘컬리’와 선명한 대조를 이룬다는 점에서 눈길을 끕니다. 오아시스는 비용부담이 높은 것으로 악명 높은 식료품 새벽배송 업계의 유일한 흑자 기업으로, 오프라인 매장을 물류창고처럼 활용하는 재고관리 전략과 직배송 구조로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모두 안정적인 흑자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의 경우, 코로나 발 신선식품 배송 수요 증가에 대응하기 위한 신규 매장 오픈 및 물류 시설 확충으로 영업이익이 41% 하락하기는 했으나, 여전히 영업이익 56억 8,340만 원, 당기순이익 44억 1,887만 원으로 흑자임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오아시스 재무 정보(출처: 더브이씨)


이는 지난해 2,139억 원 규모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컬리와는 대조적인데요. 매출 규모는 지난해 기준 컬리가 1조 5,579억 원, 오아시스가 3,569억 원으로 컬리가 압도적이지만 컬리의 경우, 지난해 매출은 전년대비 약 64% 증가한 반면, 영업손실은 1134억 원에서 2,139억 원으로 약 89% 증가해 적자가 더욱 심화되는 모습이었습니다. 같은 기간 당기순손실은 전년대비 무려 500% 가까이 증가한 1조 2,766억 원에 달했습니다.


컬리 재무 정보(출처: 더브이씨)


이같은 수익성 문제는 연내 추진될 예정인 컬리의 IPO에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했던 컬리는 증시 변동성 증가로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는 기업에 대한 의구심이 증가하며 한국증권거래소로부터 재무건전성에 대한 보완 요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최근 보도에 따르면, 컬리의 상장 예비심사 여부는 이달 중순 결정될 전망으로, 업계에서는 심사 승인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으나, 기업가치는 약 1조 8,000억 원에서 2조 원 중후반 사이가 될 것으로 추측되고 있습니다. 이는 상장 예심 당시 산출했던 시가총액인 5~6조 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금액으로, 실적보다는 성장 잠재력에 주목해 달라는 컬리의 호소가 변화한 시장 상황 속에서 지지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래도 투자는 계속된다", 핵심은 가치의 입증 


물론, 큰 적자폭에도 불구하고 높은 기업가치에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는데 성공한 기업들의 사례 역시 존재합니다. 대표적으로 온라인 가구·인테리어 플랫폼 ‘오늘의 집’을 운영하는 ‘버킷플레이스’의 경우, 지난해 영업손실이 385억 3,225만 원으로 전년대비 230% 이상 급증했음에도 불구하고 올해 4월 2,350억 원의 시리즈 D 라운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영업이익 흑자와 적자를 오가고 있는 ‘직방’ 역시 플랫폼 기업의 가치폭락에 대한 우려에도 불구하고, 올해 6월 1,020억 규모의 투자를 유치하며 종전 기업가치 7,150억 원의 세 배가 넘는 2조 4,000억 원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데 성공했습니다.


이들 기업의 경우, 국내 1위 사업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지고 있을 뿐 아니라 신사업을 통한 성장의 여지 역시 크다는 점이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던 비결로 꼽히는 중입니다. 그러나 이들 기업 역시 시장 상황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하다는 평가입니다. 직방의 경우, 올해 3월 3,00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를 통해 3조 이상의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을 목표로 프리IPO를 추진한다고 보도되었으나, 실제로는 투자 유치 금액과 기업가치 모두 당시 보도된 금액을 크게 밑돌았는데요. 전문가들은 이들 기업이 향후 수익성을 개선하는데 성공하지 못할 경우 몸값이 대폭 깎일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습니다.


이처럼 투자 시장의 위축 속에서도 여전히 스타트업 투자는 계속해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시장 침체 이전, 지난해의 호황기에 이미 조성된 펀드에 쌓인 ‘드라이파우더’(dry powder, 투자자로부터 모은 투자금 중 아직 투자 집행이 이뤄지지 않은 자금)가 상당하다는 점 역시 투자 유치에 낙관을 잃지 않아야 하는 이유 중 하나입니다. 특히 엑싯 시점까지 시간적 여유가 많은 초기 스타트업들에 대한 투자는 냉각기에도 일정 수준 유지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달라진 점은, 투자 대상이 되는 스타트업의 가치를 입증하는 과정이 호황기에 비해 상당히 엄격해질 것이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수익성 관련 지표들의 중요성이 특히 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쉽게 투자받는 시대의 종말'을 전망한 와이어드(출처: 와이어드)


이는 최근 투자를 유치한 스타트업 대표들을 취재한 CNBC 기사에서도 반복적으로 확인되는 내용인데요. 올해 6월 시리즈 B 라운드 투자를 유치한 한 핀테크 스타트업 대표는 증시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지 않는 고성장 초기 스타트업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이 수익성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있다며, 올해 투자 유치 과정에서는 “마진 등, 이전의 투자 유치 협상 과정에서는 절대 튀어나올 일 없는 지표들에 대한 조사(due diligence)가 훨씬 엄격해졌다”고 전했습니다. 또 다른 보안 스타트업의 대표 역시 지난해에는 매출 성장이 벤처투자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주제였다면, 올해는 ‘burn multiple’(신규 순환 매출 1달러를 창출하는데 지출되는 비용을 나타내는 지표)가 화제의 중심이라고 전했습니다.


즉, 이전에 비해 투자자들이 투자를 결정하기 전, 엄격한 조사 과정을 거치고 있다는 의미인데요. 이에 따라 스타트업의 재무적 건전성과 성장 잠재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데이터의 중요성도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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