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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더브이씨 THE VC Oct 27. 2022

'카톡 먹통 사태', 메타를 통해 보는 카카오의 미래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이후의 페이스북이 카카오에 주는 교훈


최근 카카오톡 먹통 사태로 플랫폼 규제의 필요성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습니다.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서비스 중단이 장시간 지속된 것은 카카오가 M&A를 통한 문어발식 확장에 급급한 나머지 서비스 안정성 등 정작 필요한 핵심 영역에 대한 투자를 소홀히 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기 때문인데요. 실제 이번 화재가 발생한 같은 건물에 서버를 둔 네이버는 데이터 이원화 체계 구축을 통해 화재의 여파를 최소화하고, 중단된 일부 서비스도 신속히 복구하는 데 성공한 데 비해, 카카오톡은 장장 127시간 30분(5일 7시간 30분) 동안 서비스 장애가 지속되며 이러한 분석에 힘이 실리고 있습니다.


10월 20일(목) 오후 11시에야 서비스 복구를 완료한 카카오(출처: 카카오)


이에 카카오의 문어빌식 확장을 막지 못한 규제 당국에도 비난의 시선이 쏠리고 있습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의하면, 올해 6월 말 기준 카카오의 계열사 수는 187개(국내 134개)에 달합니다. 2013년 16개에 불과했던 국내 계열사 수가 이후 연평균 13.5개씩 증가한 셈입니다. 각 계열사가 스스로 M&A 여부를 손쉽게 결정할 수 있는 자율경영체제가 이러한 급격한 확장의 원인으로 지목되는데요. 카카오의 이러한 M&A 대부분이 신고내용이 사실인지 여부만을 확인하는 '간이심사'만 거친 것으로 알려지며, 플랫폼 기업들의 무분별한 M&A를 막기 위한 규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데이터센터 관리에 대한 규제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습니다. 카카오톡 서비스 중단 직후인 17일 국민의힘 정진석 비상대책위원장이 “카카오·네이버는 국가기간통신망에 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며 관련 규제를 촉구한 이후, 18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더 이상 디지털 플랫폼 재난에 속수무책이 되지 않도록 신속히 입법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히는 등, 이와 관련해서는 여야가 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인데요. 같은 날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간사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이 서버·저장장치·네트워크에 이중화·이원화 의무를 부과한 ‘방송통신발전 기본법 일부법률개정안’을 발의하며 관련 입법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누군가 카카오의 미래를 묻거든 고개를 들어 메타를 보게 하라


그렇다면 이번 카카오톡 먹통 사태가 불러일으킨 파문은 앞으로 어떻게, 어디까지 확산되게 될까요? 이를 예측하기 위해 눈여겨볼 만한 사례가 있습니다. 바로 페이스북(현 메타)입니다. 2018년 있었던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 유출 사건(Facebook–Cambridge Analytica data scandal)의 여파가 지금까지 이어지며 페이스북은 물론, 전세계 빅테크 플랫폼 기업들에 강력한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먼저, 시일이 상당히 지나 기억이 희미해졌을 분들을 위해 간략히 복기하자면, 페이스북-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정보 유출 사건은 내부고발자 폭로로 영국 정치 컨설팅펌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가 8,700만 명에 이르는 페이스북 가입자의 프로필을 그들의 동의 없이 수집하여 선거 캠페인 선전에 사용했다는 사실이 드러나며 이를 막지 못한 페이스북의 허술한 개인정보보호 방침에 대해 대대적인 비난여론이 일었던 사건입니다. 잦은 서비스 오류 논란에도 불구하고 안정성 개선 노력이 없던 카카오톡과 마찬가지로, 페이스북 역시 해당 사건 이전부터 잦은 개인정보 유출로 비판을 받았음에도 개선이 이루어지고 있지 않았던 점, 사건 이후 사용자 이탈이 줄이으며 주가가 급락한 점, 그리고 해당 사건이 대대적인 규제 확산 논의를 불러일으킨 점 모두 이번 카카오톡 먹통 사태와 유사합니다.


당시 마크 저커버그가 게시한 사과문(출처: 페이스북)


당시 많은 사용자들이 자신의 개인정보를 소홀히 취급해 온 페이스북에 분노하며 규제와 처벌을 요구했음에도, 연방거래위원회(FTC)의 대규모 벌금 부과 이후 오히려 페이스북 주가가 급등하며 통제 불가능할 정도로 비대해져 버린 빅테크 플랫폼들에 대한 비판이 급격히 확산되었는데요. 이 과정에서 대두된 것이 민주당 엘리자베스 워런(Elizabeth Warren) 상원의원의 빅테크 해체 정책입니다. 연매출 250억 달러 이상의 기업들을 플랫폼 유틸리티 기업으로 지정하여, 자사 플랫폼에서 셀러로 참여하지 못하도록 금지하고, 과거 M&A를 조사하여 반경쟁적인 테크 인수의 승인 소급하여 취소시키자는 내용의 빅테크 해체 정책은 당시까지만 해도 지나치게 과격한 정부 개입이라는 비판이 있었으나, 점차 지지를 확대하며 현재는 바이든 행정부 하에서 빅테크 기업에 대한 반독점 규제 입법이 적극 추진되고 있는 중입니다.



"플랫폼 특성 고려해야", 미국은 이미 M&A 심사 강화 추진 중


앞서 언급한 카카오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여기서도 쟁점이 되고 있는 것은 플랫폼 기업 인수에 대한 심사 기준입니다. 대부분의 카카오 M&A에 적용된 간이심사는 "관련 시장의 특성상 보완성 및 대체성이 없는 혼합결합을 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합니다. 경쟁 제한성을 꼼꼼하게 따져 승인 여부를 판단하는 일반심사와 달리, 기업결합 신고 내용의 사실 여부만 확인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통상 간이심사의 대상이 되는 것만으로 사실상 인수가 승인된 것으로 여기는데요.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제공받아 공개한 자료에 의하면, 2017년 8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약 5년간 카카오가 기업결합을 신고한 62개 회사 중 85.4%에 해당하는 중 53곳이 간이심사를 통해 승인을 받은 것으로 집계됩니다.


문제는  이러한 '보완성 및 대체성이 없는 혼합결합'(이종 혼성결합)에 대한 규정이 전통 산업에 기반해 있어 플랫폼 산업의 특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이종 혼합결합은 상품의 기능·용도 등에서 동일성이나 유사성이 없는 서로 다른 업종 간의 기업결합을 의미하는 것으로, 의류 제조기업이 식료품 제조기업을 인수하는 등의 경우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전통산업에서는 이러한 이종결합으로 시장의 경쟁제한성이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공정위에서는 이러한 인수에 대하여 까다로운 일반심사 대신 간이심사를 적용해 왔습니다. 그러나 플랫폼 산업에서는 이종결합도 서비스 상호 연계를 통해 복합적 시장지배력을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어 새로운 기준 마련이 필요하는 지적이 나옵니다.


미국에서는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이후 플랫폼 기업의 시장 독점을 막기 위한 새로운 반독점법 마련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며 이미 연방정부 차원에서 규제 강화 움직임이 추진되고 있는데요. 지난해 6월 전통 산업 중심 반독점법의 허점을 지적한 졸업논문 '아마존의 반독점 역설(Amazon’s Antitrust Paradox)'으로 '아마존 킬러'라는 별명을 얻은 법학자 리나 칸(Lina Khan)이 FTC 위원장으로 취임한 것은 이에 대한 바이든 행정부의 입장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그 외에도 대표적인 빅테크 비판론자 팀 우(Tim Wu)와 조너선 캔터(Jonathan Canter)를 각각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대통령 특별고문과 법무부 반독점국장으로 임명하며 광범위한 규제를 예고한 상황입니다.



한국으로 확산되는 전세계적 빅테크 규제 열풍…스타트업 업계 영향은?


이렇게 인수 승인 기준을 중심으로 촉발된 플랫폼 반독점 규제 논의는 현재 다방면으로 확산되어 메타뿐 아니라 애플(Apple), 구글(Google), 아마존(Amazon), 마이크로소트(Microsoft) 등 빅테크 기업들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특히 OS 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기업들에 규제의 화살이 집중되고 있는 중으로, 에픽 게임즈(Epic Games)에 의해 반독점법 위반으로 제소되어 올해 8월 최근 항소심이 시작된 애플이나, 마찬가지로 에픽 게임스, 틴더(Tinder)의 운영사 매치 그룹(Match Gruop) 등과 반독점 소송 중인 구글이 대표적입니다. 최근에는 모바일에서 콘솔로도 영역이 확대되어, 소니(Sony)와 콘솔 시장을 양분하고 있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액티비전 블리자드(Activision Blizzard) 인수가 유럽, 영국 등의 규제 당국으로부터 집중 조사를 받으며 인수 승인에 난항을 겪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비록 실효성에 관한 논란은 있지만, 애플, 구글 등 앱마켓 사업자가 특정 결제방식을 강제할 수 없도록 함으로써 수수료 강제를 방지하는 '인앱결제 강제금지법'이 올해 3월부터 시행되는 등, 규제 강화 움직임이 있었는데요. 지금까지는 토종 앱마켓의 성장을 저해하는 해외 기업들 독점을 막자는 것이 주된 논지였다면, 카카오 먹통 사태로 카카오, 네이버 등 국내 플랫폼 기업들도 미국, 유럽에서와 같은 강력한 반독점 규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는 논의가 확산될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한국에서도 지난해 미국 하원을 통과한 빅테크 규제 패키지 법안 '더욱 강력한 온라인 경제: 기회, 혁신, 선택'(A Stronger Online Economy: Opportunity, Innovation, Choice)이나, 플랫폼 기업의 금지 행위를 규제한 유럽연합의 '디지털 시장법'(Digital Market Act) 같은 법이 입안될 경우, 그 파급력은 상당할 전망입니다.


이러한 상황이 국내 스타트업들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립니다. 스타트업 투자 시장의 대표적인 '큰손' 중 하나이자, 국내 스타트업 엑시트의 상당 부분을 책임져 온 이들 국내 테크 대기업들에 대한 규제가 스타트업 시장까지 위축시킬 수 있다는 주장은 이전부터 꾸준히 있어 왔는데요. 이번 사태 이후에도 투자 시장 냉각기에 M&A까지 옥죄면 자금이 필요한 스타트업들이 고사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반발이 나오고 있습니다. 반면, 카카오의 무분별한 확장이 소상공인, 스타트업들의 성장 기회를 빼앗는다는 비판 역시 꾸준히 있었음을 생각하면, 이들 대기업에 의존하지 않고 독자적 활로를 모색하려는 스타트업들에게는 규제 강화가 희소식이 될 수도 있을 듯합니다. 국내에서도 에픽 게임즈, 스포티파이(Spotify), 매치 그룹 등이 주도하는 '반(反) 애플 연맹'인 앱공정성연합(CAF) 같은 스타트업 연합체가 나타날 지도 눈여겨볼 만한 부분입니다.


앱스토어의 높은 수수료 정책에 반대하는 앱공정성 연합(출처: CAF)



'프라이버시 침해' 이미지에 발목 잡힌 메타, 카카오 신사업도 '타격 불가피'


한편,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이 페이스북 비즈니스 자체에 미친 영향도 매우 큽니다. 해당 사태로 소셜 미디어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데이터 보안 영역의 취약성, 그리고 이를 막지 못한 내부 거버넌스의 허술함 등이 드러나며 악화된 이미지가 지금까지도 메타의 발목을 붙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메인 서비스에 대한 악영향도 상당하지만, 특히 신사업의 경우, 출시 족족 프라이버시 및 보안 논란을 빚으며 난항을 겪고 있는데요. 출시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정치권으로부터 엄청난 반발을 산 암호화폐 사업의 경우, 관련 청문회에서 데이터도 제대로 간수하지 못하는 페이스북에 사람들의 은행 계좌를 맡기는 건 미친 짓이라는 강도 높은 비난을 듣고 결국 올해 7월, 정식 출시도 해보지 못한 채 서비스가 중단되었습니다.


이미지 개선을 위해 사명 변경까지 불사한 페이스북이 차세대 핵심 사업으로 낙점한 게 카메라를 필요로 하는 AR/VR 영역이라는 점은 상황을 더욱 어렵게 하는 요인 중 하나입니다. 메타가 케임브리지 애널리티카 스캔들 직후 출시한 스마트홈 디바이스 페이스북 포탈(Facebook Portal, 현 메타 포탈)은 출시 당시 대체 누가 페이스북을 믿고 내 가족의 일거수일투족을 녹화할 수 있는 카메라가 달린 기기를 집안에 들여놓겠냐는 혹평을 사며 IT 전문지 벤처비트(Venture Beat)로부터 "페이스북 포털은 출시와 동시에 이미 죽었다"(Portal is dead on arrival)는 진단을 받았으며, 지난해 레이밴(Ray-Ban)과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의 경우, CNBC가 페이스북에 대한 대중의 깊은 불신을 생각하면 제품 어디에도 메타 로고를 세기지 않은 것만은 매우 현명한 결정이라는 촌평을 남겼습니다.


올해 2분기에 전년동기대비 52%의 매출성장을 기록하며 효자 노력을 톡톡히 했다는 평가를 받은 모빌리티, 페이, 엔터프라이즈 등 카카오 신사업의 경우, 서비스 안정성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카카오 측은 이번 사태로 피해를 입은 대리기사들에게 향후 운행에 대한 지원 및 혜택을 제공하고, 카카오페이 서비스 장애로 소상공인이 입은 피해에 대해서도 적절하게 보상하겠다고 약속하는 등, 수습에 나섰지만 향후 성장에 있어 타격은 불가피할 전망입니다. 이번 사태 이전부터 잦은 오류로 카카오 내부에서까지 불만의 목소리가 상당했던 것으로 알려진 '카카오워크'나, 카카오가 차세대 먹거리로 낙점하고 강력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헬스케어 또한 데이터 이중화 및 인프라 확충 등 서비스 안정성에 대한 개선이 이루어지기 전에는 본격적인 확대가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메타의 선례를 보면, 실질적인 기 이루어진 이후에도 '불안하다'는 이미지를 완전히 벗기까지는 상당한 노력이 필요할 듯합니다.


먹통 사태 이전부터 잦은 오류로 불만을 사 온 카카오워크(출처: 카카오엔터프라이즈)



기로에 선 카카오, 메타를 타산지석 삼아야


지난해 말 월스트리트저널(WSJ)의 폭로기사가 공개되며 한층 더 이미지가 추락한 메타는 '임직원 엑소더스'로 불릴 정도로 핵심 인력이 줄줄이 이탈하며 여전히 위기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CTO와 CRO를 포함해 2021년 한 해에만 18명의 고위직 임원이 회사를 떠난 메타는 올해 2인자였던 COO 셰릴 샌드버그(Sheryl Sandberg)까지 블리자드 성추문 관련 의혹에 휘말린 뒤 사임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내부 문건을 제공한 내부고발자  프랜시스 하우겐(Frances Haugen)은 반복된 스캔들로 인해 메타가 채용에 어려움을 겪어왔으며, 만성적 인원 부족 사태가 또다른 문제를 낳는 악순환에 빠졌다고 평가했는데요. 최근 메타의 VR 소셜 플랫폼 '호라이즌 월즈'(Horizon Worlds)가 사내에서도 혹평을 사며 "마크만 행복하게 만드는 프로젝트"(Make Mark happy)라는 조롱을 받고 있는 것은 단순한 기술적 문제가 아니라, 이처럼 장기간 지속되어온 문제 상황의 결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는 과연 이런 '기피 기업'으로 전락하기 전, 위기에서 스스로를 구해낼 수 있을까요? 페이스북이 유해 게시물의 존재를 알고도 일부러 방치하고, 트래픽을 위해 알고리즘으로 가짜뉴스와 혐오발언이 확산되도록 유도했다는 월스트리트저널 폭로기사가 공개된 이후, 미국에서 통신품위유지법 230조(제 3자가 올린 게시물에 대해 플랫폼의 책임을 면제하는 조항) 개정 및 알고리즘에 대한 공개 의무 법안 마련 등에 대한 요구가 확산되고 있음을 생각하면, 이는 비단 카카오뿐 아니라 한국 테크 생태계 전반에 있어 중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카오가 메타를 타산지석 삼아 이번 위기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을 수 있을지, 아니면 한국발 '태크래시'(Tech-lash, 빅테크 기업에 대한 대중적 반발)의 불길을 당길 불씨가 될지, 이젠 카카오의 손에 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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