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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너구르르 Feb 06. 2024

40시간의 제주여행

테슬라 타고 겨울 제주 가기

남아 있는 아시아나 마일리지는 불과 15,000 마일리지.

세간에 떠들썩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이 끝나면 이나마도 줄어들 수도 있다는 소문에 마음이 다급해졌다.

15,000 마일리지로 갈 수 있는 곳은 제주뿐.

이 마일리지로 1명은 왕복, 1명은 편도를 끊고, 편도표 하나를 추가하여 1박 2일의 제주 여행을 계획했다.

제주를 여행으로 갔다 온 것도 어느새 네 번. 

비록 짧게 일정을 잡았지만 다섯 번째로 가는 이번 여행을 흔한 일정으로 보내고 싶지는 않았다.


새벽 4시 집을 떠나 다음날 오후 8시 집에 도착하는 40시간의 제주여행을 준비하며 또 하나의 어려움이 다가왔다. 바로 날씨.

비가 온다고 했다가 안 온다고 했다가를 반복하는 일기예보는 우리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기에 충분했다.

다행히도 제주 안에서도 비 오는 곳과 안 오는 곳이 나뉜다 하여 과감히 떠나기로 했다.


새벽 4시에 집에서 나와 김포공항에 도착한 시간은 새벽 5시.

주차난이 있다고 알려진 김포공항 제1주차장이었지만 이 새벽에는 빈자리도 많고 여유 있게 주차할 수 있었다. 


바이오정보를 등록하면 다음부터는 신분증 없어도 바이오 정보만으로도 국내선을 탈 수 있다 하여 바이오 정보도 등록했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오는 김포공항은 이전과 사뭇 다른 느낌이었다. 

어수선한 느낌에서 좀 더 밝아지고 정리된 느낌이라고나 할까.


6시가 좀 넘어 제주로 가는 비행기에 올라탔다. 

불과 1시간 남짓의 비행이지만 비행기를 탈 때마다 살짝 생기는 긴장감은 어쩔 수 없는 것 같다.


어... 저 멀리 동이 트나 보다. 하지만 바닥에 깔려 있는 짙은 구름은 우리가 제주에 있는 동안의 날씨를 예고하는 듯했다.


제주공항에 도착했다. 간단히 요기를 하고 바로 렌터카 업체로 향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렌터카를 빌리는지 같은 방향으로 이동한다. 

예약한 렌터카 업체 셔틀버스가 서는 에어리어를 찾아가니 버스가 이미 와 있었다.


앞으로 1박 2일간 우리를 태우고 다닐 아이다.

이미 테슬라 밖에 운전 못하는 몸이 되어 버린지라 렌터카도 테슬라로 빌렸다. 

빌려 타고나니 이런저런 할 말이 많아져서 아예 별도 글로 써 버렸다. (https://brunch.co.kr/@logostein/273)


첫 목적지인 동백수목원에 도착했다.

동백수목원, 카멜리아힐, 동백포레스트 등 여러 동백나무 관광지들 사이에서 길게 고민하다가 이곳을 골랐다.


물론 입장료가 있다. (8,000원)


들어가자마자 엄청나게 많은 동백나무들이 우리 에워 쌌다.


생각보다 수목원의 규모가 커서 놀랐다. 

비록 살짝살짝 비가 오고 전체적으로 흐린 날씨였지만 주변에 한가득 피어 있는 동백을 즐기기에는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다.


비와 바람에 떨어진 동백은 바닥에 분홍색 양탄자를 깔았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은 바로 전망대였다.

동백과 야자수, 그리고 바다. 이 모든 것이 한눈에 들어오는 멋진 곳이었다.


생각보다 큰 동백수목원의 규모에 꽤 오랜 시간을 머무르다 보니 배가 고파왔다.

근처에 버거 맛집으로 알려져 있는 판타스틱버거가 있어 그곳으로 향했다. 

제주에 있는 많은 점포들이 이렇게 예전부터 있던 건물을 개조하여 사용하곤 한다. 


이곳에서도 이렇게 바다가 보인다. 

앉을자리를 선택하고 키오스크로 주문했다. 

어느 순간부터 사람과의 대화로 주문하는 것이 사라져 가고 키오스크와 상대할 때면 편리함과 아쉬움이 공존하는 묘한 기분이 들곤 한다.


기본 버거와 스위트어니언크림 버거를 주문했는데 버거에 크림소스를 한가득 부어 주신다.

어느 순간부터 버거는 손으로 들고 먹기 애매한 경우가 잦아졌다. 음....

빵과 고기, 야채를 따로 담아주는 것과 다를 것이 없는 묘한 상황이다.

그래도 꽤나 맛있게 먹었다. 저 크림, 자극적이지 않고 부드러워서 자칫 뻑뻑할 수도 있는 버거의 고기와 번을 편안하게 먹을 수 있게 해 주었다. 


이번 여행에서는 기존에 해보지 않았던 것 위주로 해보자고 계획했다. 

이것저것 찾던 중 찾아낸 것이 바로 감귤 따기 체험이었다.


1인 8천 원의 체험 비용이 있고 1인당 1kg의 감귤을 따갈 수 있다.

철제 바구니를 주는데 2인일 경우 1kg짜리 바구니 2개나 2kg짜리 바구니 1개 중 선택이 가능하다.

우리는 2kg짜리 바구니 하나를 채우기로 했다. 


사실 멀쩡한 감귤 찾기가 만만치는 않았다. 

이미 많은 사람이 체험을 한 듯했고(우리 뒤에도 계속 사람들이 왔다.) 많은 감귤들이 새들의 식사거리가 된 듯했다. 

그래도 열심히 수색하여 멀쩡한 감귤을 찾아내었다.


시식해도 된다고 하여 하나 먹었는데.... 아... 너무 달고 맛있다.

그 자리에서 3개 정도 바로 해치웠다. 분명히 조금 전 점심 먹었는데....


참고로 감귤 바구니에 감귤은 저 손잡이 아래까지 채우면 된다고 하셨는데 동그란 감귤로 테트리스를 하려니 만만치 않았다.


사실 체험을 하자 했을 때는 크게 기대가 없었던 것도 사실인데 막상 들어가서 먹고 따고 담고 하다 보니 꽤나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다음 여행지는 사려니 숲길이 었다.

차를 끌고 사려니 숲길을 향해 가는데 비가 다시 오기 시작했다.

산 위는 비가 오는 듯했다.

사려니 숲길로 들어가는 입구는 몇 군데가 있는데 그중에 차를 댈 곳이 좀 있는 붉은오름 쪽 입구로 갔다.


비 오는 사려니 숲길은 그 자체로 성스러운 느낌이 들었다.

장대 같이 솟아 있는 삼나무들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데 어디선가 산신령이라도 나타날 분위기였다.


지난번 왔을 때는 비자림을 갔었는데 비자림과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의 숲이다.

날씨가 좋을 숲은 어떤 분위기일까? 


데크를 따라 한참을 숲 속을 걷다 보면 다시금 입구로 나올 수 있다.


제주에는 감귤 말고도 여러 유명한 농산물들이 있는데 그중에 하나가 바로 당근이다.

어지간한 마트에는 제주 당근이 있기 마련인데 바로 그 당근으로 만든 주스를 맛보러 세화해변에 있는 카페 한라산으로 향했다.

차를 해녀박물관 주차장에 대고 카페를 찾아갔다.

카페 한라산은 사진에 보이는 본 매장 건물과 사진 왼쪽에 보이는 건물이 있는데 본 매장에 자리가 없으면 부속 건물에 가면 되는데 자리가 엄청 많은 건 아니다.


이 카페는 당근으로 만든 주스와 케이크가 유명하 다해서 주문해 보았다.

병에 끼워주는 종이와 컵에 끼워주는 슬리브의 글씨가 컵마다 달라 여러 명이 와서 시키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당근 주스는 다른 가미가 없이 무척이나 순수했다. 

당근을 좋아하는 마눌님도 좀 밋밋하다고 할 정도였으니....

한라봉 온차는 따뜻한 한라봉 그 자체였다. 상큼 달달한 따뜻한 차가 겨울바람에 추웠던 몸을 녹여 주었다.

당근 케이크는 그냥 빵이 아닌 마치 피칸파이의 필링을 연상케 하는 촉촉하고 고소 달달한 그 무언가가 꽤 독특하고 맛있었다.


카페 창으로 세화해변이 바로 보인다. 

맑은 날이었으면 더없이 아름다웠을 테지만 이런 차분한(비록 바깥은 엄청난 바람이 불었지만...) 분위기도 괜찮게 느껴졌다.


카페에서 나오는 길에 고양이 한 마리가 앉아 있는데 절대 얼굴을 보여주지 않았다. 

까칠하다.


차를 세워 두었던 해녀 박물관도 잠시 둘러보았다.


전시물이 많은 건 아니지만 제주 해녀분들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와 전시물에 제주도에 대한 이해가 더 높아진 시간이었다. 


이리저리 다니다 보니 어느덧 저녁이 되어 버렸다. 

놀 때는 왜 이리 시간이 잘 흘러가는 건지...

저녁으로 매번 가볼 곳으로 찍어 놓고 가보지 못한 가시아방 국수로 향했다.

생각해 보니 제주도 고기국수를 이곳저곳에서 먹어보긴 했지만 정작 제주도에서 먹는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고기국수 하나, 비빔국수 하나 먹는데 서울에서 먹은 국수와 좀 달랐다. 

이 집이라 다른 건지 원래 제주에서 먹는 것과 다른 건지는 알 수 없었지만 꽤나 맛있게 먹었다.

비빔국수는 매콤, 새콤, 달콤했는데 너무 맵지 않아 먹기에 더 좋았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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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다음날 아침이 밝았다.

아침 8시, 제주도 가겠다고 집에서 나온 지 어느덧 28시간이 지났다.

일기예보가 밤사이 좀 더 나빠져 하루종일 비가 온다고 하는데...

체크인할 때 숙소에 조식을 신청해 놓아 식당으로 향했다.

아메리칸 브랙퍼스트를 골랐는데 괜찮게 나온 듯했다. 

커피 한잔을 내려놓고 마눌님과 떠들면서 아침 식사를 하는데 주방을 보시던 분이 보기 좋다 하신다. 

살짝 내가 너무 떠들었나 싶어 쑥스러웠다.


숙소 앞이 바로 바다라 나와보니 제주도의 현무암과 갈대, 바다, 그리고 구름이 어우러져 있었다.

3년 동안 그렇게 국내 여행을 다녔지만 어느 바다도 똑같은 것은 없었다. 하지만 그중에서도 제주의 바다는 이 어우러짐 때문에 더욱 특별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바다를 보고 들어오는데 숙소 옆에 무 밭이 보였다. 

커다란 무들이 완전히 다 익어 땅 위로 솟아 나와 있는 게 신기하고 재미있었는데 마눌님이 계속 저 무 뽑아보고 싶다고 한다. 조만간 제주에 감귤 따기, 무 뽑기 알바라도 보내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날 날씨가 전반적으로 비가 온다고 되어 있어 원래 계획했던 오름 오르기는 포기하고 뭘 할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스누피가든을 가보기로 했다. 

스누피는 나에게는 친근한 캐릭터이기도 하고 장소 이름이 가든이지만 실내도 볼만하다고 해서 여기 가면 많이 젖지 않고 구경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었다. 

물론 실내가 잘되어 있는 것은 맞았지만... 젖지 않을 수 있을 거라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비가 와서 그런지 이미 많은 차들이 주차되어 있었다. 

가든이 메인이라고 생각했는데 건물이 제법 커서 놀랐다. (물론 나중에 보니 가든이 메인이 맞았다.)


입구부터 피너츠의 캐릭터들이 입장객을 반겨주는데 오랜만에 보는 얼굴들이라 그런지 더욱 반가웠다.


시작부터 끝까지 하워드 슐츠와 피너츠 캐릭터들의 이야기를 정말 다양한 방식으로 보여주었다.

기대를 워낙 안 해서 그런지 몰라도 입체와 평면이 어우러지는 전시물들에 감탄을 금할 수 없었다.

각 캐릭터의 사연과 우리가 미처 알지 못했던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주는 만화, 애니메이션, 조형물 때문에 지루할 틈이 없었다.

스누피 집에 있다는 레크리에이션룸

막판에 스누피 집 내부를 표현한 전시가 있는데 그 안에 가득한 만화적 상상에 웃음이 흘러나왔다. 

입장료가 19,000원이라 좀 망설였지만 국내에 유일한 스누피 박물관이라 과감하게 선택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잘 만들어 놓아 만족감이 대단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실내 전시장 막판에 밖의 가든으로 나갈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비가 제법 오고 있어서 고민하다가 과감히 나가 보기로 했다.


와... 밖으로 안 나가 보았다면 몰랐겠지만 일단 나가 보니 이것은 너무나 좋은 선택이었다.

스누피가든을 만든 회사가 가드닝 전문 업체라 그런지 거의 식물원 수준의 조경 배치가 되어 있었고, 요소요소에서 나타나는 피너츠 캐릭터들은 걸어 다니는 동안 지루할 틈을 주지 않았다.


제주 자생 식물을 많이 심어 놓았다는데 식물마다 라벨이 잘되어 있어서 놓치지 않고 볼 수 있어 좋았다.


가드닝 스쿨도 있어서 교육이나 워크숍도 운영하는 것 같았다.


스누피 가든에 왔을 때는 기대를 그다지 하지 않고 1시간이면 다 돌겠더니 했지만, 여러 가지 취향저격을 당하다 보니  시간 가는 줄도 모르고 돌아다니다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다.  


어느덧 점심만 먹으면 돌아가야 할 시간이 다가오고 있었다.

제주시로 돌아가 점심을 먹고 차를 반납하러 갔다.  

이틀 동안 우리를 데리고 다녀준 모3이... 공항 주차장에서 얌전히 쉬고 있을 우리 차와 비교가 되어 좀 안쓰러웠다. 

여러 곳에 난 스크래치들, 왠지 헐겁게 느껴진 기어봉, 상처 난 충전포트... 

렌터카지만 좀 신경 써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후 5시 김포행 비행기에 올랐다. 


김포공항에서 차를 찾아 집에 도착하니 저녁 8시.

전날 새벽 4시에 출발해서 다음날 저녁 8시까지 전체 40시간의 제주 여행이 끝났다.


단지 마일리지를 없애자고 갑자기 정한 여행이었는데 이번에 만난 제주는 어떻게 시간이 지났는지 모를 만큼 바쁘게 그리고 재미있는 시간을 우리에게 안겨주었다.


다음번 제주에 가면 또 제주는 어떤 모습을 보여주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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