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국박사 Feb 15. 2020

뮤지컬 "위윌락유" 중단

공연시장의 현실과 위기대처 사례

공연, 뮤지컬, 전시, 페스티벌 등은 기본적으로 제작비가 선투자되어야 하는 대표적인 문화사업입니다. 또한 이 사업들은 홍보가 매우 중요합니다. 제작비의 대부분은 티켓 판매로 충당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작년에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폭발적인 흥행을 하면서 그와 파생된 문화 콘텐츠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얼마 전에 퀸을 초청해 콘서트를 개최했죠. 콘서트의 수익은 잘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이 사업은 콘서트 공연으로만 볼 수 없기 때문이죠. 현대카드 프로모션의 방법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창 문화콘텐츠에 투자를 했을 당시에도 현대카드 슈퍼콘서트, 즉 현대카드에게 제작비를 지원받아 공연을 하는 것은 수많은 공연제작자들의 꿈이었습니다. 다른 공연을 제작할 때보다 제작비 걱정 안하고 할 수 있으니 말입니다.


얼마 전 제 주변의 지인이 관여했던 뮤지컬이 있습니다. 보헤미안 랩소디의 흥행돌풍 여세를 이어받을 생각으로 추진했던 뮤지컬 "위 윌 락유"입니다. 공연이나 뮤지컬이라는 것이 당시의 유행의 흐름을 잘 타야 큰 수익을 낼 수 있는 것이기에 보헤미안 랩소디가 끓어오르는 한창 분위기에 하는 것이 가장 좋았겠지만. 약간 늦은 감이 있지만 그래도 기대를 했었습니다.


보통 뮤지컬이 그렇습니다. 별도의 공간에 이 것만을 위한 대형 임시 돔을 설치해 극장을 만들고,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출연자를 출연시키고 게다가 이건 일시불로 사온건지 흥행에 따른 수수료 베이스인지는 모르겠으나 분명히 로열티까지 나가야 하는 뮤지컬이라면 최소 2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소요될 것입니다. 홍보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제작비는 추가적으로 더 올라가겠죠. 뮤지컬 대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대작이 되는 순간 여기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생명줄이 달려있게 됩니다. 제가 직장에서 문화콘텐츠 투자사업을 많이 해봤고 수도 없이 손해도 봤기 때문에 그 애타고 초조한 수명 줄어드는 순간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어찌되었든 전시, 공연, 뮤지컬, 영화 등 모든 흥행 위주의 문화콘텐츠는 초반 기선제압이 가장 중요합니다. 초반에 흥행이 불타서 올라가지 않으면 99% 참패합니다. "입소문을 타고 시간이 지날수록 잘 된다?" 이건 백에 하나 있을까 말까 합니다. 그때까지 기다려 주지 않습니다. 순서를 기다리고 있는 콘텐츠들이 뒤로 보이지도 않게 많이 줄 서 있습니다. 그래서 위 윌 락유를 좀 서치 해보니 초반 기선제압을 위해 홈쇼핑에서 주연배우들이 호스트로 출연해 티켓 판매까지 했더군요. 제작자의 심정을 너무 잘 헤아릴 수 있을 것 습니다. 그 외 할 수 있는 모든 홍보방법을 동원해 홍보를 했을 건 안 봐도 확실합니다.


그런데 신종코로나로 인해 중단되었다곤 하지만 조금만 더 서치 해보면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soulmater_/221757775337

"마치 우뢰매를 보는 것 같았다"


호불호가 있을 수 있겠으나, 부정적인 후기들이 매우 많습니다. 인지도를 갖춘 가수들의 콘서트와 다르게 긴 호흡의 콘텐츠인 영화, 연극, 뮤지컬은 관객 후기가 결정적인 흥행요소 중 하나인데 이 또한 아쉬운 결과를 유발 원인인 듯 합니다. 어찌되었든 얼마만큼의 점유율 BEP(손익분기점)인지는 모르겠으나 출연료 지급이 되지 않아 공연이 중단된 것으로 소문이 났습니다. 아마도 없는 이야기는 아닐 것으로 예상 합니다. 저도 그동안 문화 콘텐츠에 투자사업을 하면서 정말 많이 겪어본 일입니다. 흔히 있는 일이죠.   

https://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ec&oid=001&aid=0011369210&sid1=001&lfrom=kakao

이렇게 중간에 중단되면 문제는 이제부터 시작됩니다. 여기엔 출연자 뿐 아니라 스텝들, 홍보회사, 무대, 조명, 영상, 렌털 등 시스템 회사들이 줄줄이 줄 소송이 시작될 것입니다. 만약 협찬사와 투자자까지 있었으면 일이 매우 커지게 되겠죠.


투자를 받지 않는 경우 초반 일부 계약금만 지급받고 시작하는 것이 일반적이고, 인터파크 등 티켓 판매처로부터 중간 정산을 해가며 마무리하는 것이 통상적입니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중단되어 버리면 모든 것이 다 미수가 되고, 복구할 수 있는 방법이 전혀 없어집니다.


어느 정도 신뢰가 있고, 계속 공연을 하는 회사라면 관련 시스템 회사들과 함께 가기에 당 공연으로 모든 미수를 해결하지 않고 다음 공연, 또 그다음 공연을 함께 만들어가며 연명할 수는 있지만, 그 또한 어느 순간에 턱 막혀버리면 다 무너지는 게 작금의 공연업체들의 현실입니다. 너무나 영세한 상황입니다. 그리고 한동안 잠수를 타고 어느 순간 다시 나타나 새로운 회사를 차려 또 진행을 하고 그러다 또 이런 일들이 생기고.. 꼭 위 윌 락유를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간 수도 없이 많은 사례들이 있었습니다. 또 한 번의 안타까운 일이 발생한 것이죠.


그런데 저는 얼마 전 신기한 것을 목격했습니다. 개인적으로도 알고 있는 분인데. 그린플러그드라는 뮤직 페스티벌입니다. 뮤직 페스티벌은 뮤지컬 이상으로 리스크가 어마어마합니다. 저는 저의 지난 칼럼에서 한국의 대표적인 페스티벌인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에 다룬 적이 있고 그 펜타가 현재 어떻게 되었는지 다룬 적이 있습니다. 제가 꽤 오랜동안 투자를 했기에 내부 사정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https://blog.naver.com/kbsnkcm/221543465472

어쨌든 그린플러그드를 만든 대표님을 알고 있고, 그 분 역시 사업초창기에 저에게 찾아오셔서 저희 회사의 투자를 요청했을때가 있었습니다. 페스티벌의 형태와 내용이 다를 뿐 모든 뮤직 페스티벌은 뮤지컬보다 더 리스크가 큽니다. 뮤지컬은 보통 장기간 진행하기 때문에 출연료를 일시불로 다 주고 하는 경우가 많지 않지만, 콘서트나 뮤직 페스티벌은 가수가 한번(하루) 출연하면 끝이라서 모든 출연진의 출연 전 공연 시작 전 입금완료가 규칙입니다. 그렇기에 수많은 뮤지션이 출연하는 페스티벌은 제작비 대부분을 차지하는 뮤지션 출연료가 확보되어야 추진이 가능합니다.


즉, 초반 제작비가 다른 콘텐츠에 비해서 많이 필요합니다. 그렇기에 대기업의 후원으로 진행되는 페스티벌이 아닌 공연회사가 만든 페스티벌은 그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대표가 발바닥에 땀나도록 돈을 구하러 다닙니다.


그린플러그드저에게 투자요청을 했었으니 아마도 그랬었을 겁니다. 그런데 최근 안정적 투자처를 찾은걸 보았습니다. 투자뿐 아니라 마케팅까지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난 것으로 판단니다. 이 역시 제가 칼럼으로 다룬 적이 있습니다.   

https://blog.naver.com/kbsnkcm/221650453150

클라우드 펀드라는 새로운 시대에 적응해 방법을 찾은 것입니다. 전 개인적으로 너무 축하하고 대단한 일을 하신 것으로 판단합니다. 투자가 절실한 목마른 공연 제작사들에게 한줄기 빛을 보여준 것이라고도 생각합니다.


그동안 인터파크와 같은 티켓 판매처에 티켓 판매대금을 저당(?) 잡히고 투자를 받았던 거의 대부분의 공연회사들에게(물론 그렇게라도 받을 수 있다면 감지덕지입니다만) 그린플러그드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준 것으로 판단합니다.


물론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과거와 같은 주먹구구식의 문화콘텐츠 추진방식은 제작사, 출연진, 스텝, 시스템 협력사 모두에게 늘 조마조마한 상황을 연출하기에 좀 더 현명하고 효과적인 성공사례를 소개했습니다. 늘 열악한 환경에서 좋은 공연을 만들기 위해 애쓰는 수많은 공연 기획자, 제작자 분들을 응원합니다.

작가의 이전글 공공 행사대행업의 저가입찰시대의 생존전략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