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 천화대 릿지 등반 2차 원정기
더 갈 길이 없네요. 여기가 바로 범봉 정상입니다
선등으로 범봉 정상에 오른 대장님의 무전을 듣고서야 비로소 긴장이 풀리기 시작했다.
지난 8월 첫주에 총 10명의 산악회원들이 설악산 천화대 릿지의 마지막 봉우리인 ‘범봉’을 목표로 도전했지만 무더운 날씨와 탈진으로 인해 ‘희야봉’을 눈앞에 두고 탈출을 시도해야만 했었다.
https://brunch.co.kr/@csco2pw2gt/51
탈진의 장본인이 바로 나였고, 다들 ‘우리도 더이상은 힘들어서 내려 가야겠다’면서 날 위로해 주었지만, 나 때문에 정상을 가지 못했다는 죄책감은 시간이 지날수록 나에게 부담감으로 다가왔다.
하지만, ‘한번 더 도전해 보자’는 대장님의 배려 덕분에 또 다시 7명으로 구성된 2차 천화대 원정대가 꾸려졌고...추석당일 아침 차례를 지내고 늦은 오후에 속초로 출발, 새벽 2시에 설악산 국립공원 매표소 앞을 통과하여, 지난 1차 원정때 탈출했던 희야봉 아래까지 어프로치하여 13시간 30분 만인 오후 3시 30분에 범봉에 도착했다.
이후 갑작스런 기상 변화로 강풍이 몰아치는 악조건속에 하강을 완료한 시간이 오후 6시. 어둠 속에서 힘든 너덜길을 3시간 40분 가량 내려와 밤 9시 40분에 설악산 입구에 도착. 비로소 약 20시간의 긴 등반이 끝났고 그렇게 미완(未完)의 천화대 릿지 등반을 비로소 완성(完成)시켰다.
산은 항상 그 자리에 있었기에 실패에도 불구하고 다시 도전할 수 있었고, 끝까지 나에게 ‘배려심’을 보여준 든든한 자일 파트너들이 있었기에 그렇게 정상에 설 수 있었다. 어떤 사람들은 설악산 천화대 릿지의 끝을 ‘왕관봉’이나 ‘희야봉’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분명 ‘범봉’이 진정한 천화대 릿지의 끝이다!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좌절하지 말고 끝까지 도전하는 것. 이것은 등반이 아닌 우리의 인생에서도 꼭 필요한 것임을 범봉 정상에서 깨닫고 돌아간다.
하지만....당분간 설악산은 쳐다도 보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