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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삼일(作心三日), 마음 먹는대로 당연히 되지않는다

장래혁의 뇌교육 가이드

‘작심삼일(作心三日)’이란 말처럼 새해와 어울리는 단어가 또 있을까. 해가 바뀌면 되면 많은 이들이 새로운 결심을 세우고, 새로운 시작을 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후회를 반복한다.

‘작심삼일’에 담긴 말의 허상은 바로 ‘심(心)’에 있다. 마음을 내세우는 것이다. 마음을 제대로 세우면 기존의 안 좋은 습관을 없애고, 좋은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것일까.


인간의 변화가 마음으로 이루어지는 것일까. 왜 우리는 무의식적으로 마음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몸은 부수적으로 생각하는 것일까.

오늘날 현대 교육의 상징처럼 되어버린 ‘지덕체(智德體)’의 맨 앞줄에 놓인 ‘지(智)’. 서구 문명의 꽃으로 불리는 산업혁명 이후 공교육 시스템이 체계화된 지 200년이란 시간.


하나의 건물에서, 동일한 교과를, 일정 시간 체계적으로 배워왔던 지식기반 사회 속에서 교육은 국가발전의 핵심 원동력이었고 그 중심에 ‘지력(地力)’이 자리했다.

고대 그리스 델포이의 아폴론 신전 기둥에 새겨졌다는 유명한 말인 '너 자신을 알라'로 대표되는 그리스 철학은 2천년이 넘는 시간이 흐른 지금도 그 위력이 여전하며, 서양 근대철학의 출발점이 된 르네 데카르트의 유명한 명제인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는 존재한다’ 역시 현대인들의 사상과 교육 전반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

이후, 진화론의 등장으로 신과 인간을 바라보는 인식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고, 생물학, 인지과학, 신경과학 등 인류 과학의 발달은 몸과 마음의 상호작용에 기반한 신체, 감정, 인지 사고체계에 대한 커다란 전환점을 가져오기에 충분했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인간 의식의 기전을 밝히려는 뇌과학이 인류과학의 정점으로 주목받는 때이다. ‘마음과 몸은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라는 예전의 명제는 인류 과학의 발달로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성장 기제가 다른 동물과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만큼 성장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해진다. 열심히 스스로 기어야, 비로소 설 수 있고, 서야 걸을 수 있으며, 걸어야 뛰어다닐 수 있다.


방바닥을 기어 다니거나 아장아장 걷는 아기의 걸음마는 두뇌 운동영역을 발달시키고, 소리를 내어 책을 읽으며 말을 배우는 동안에는 언어영역이 개발된다.


손에 잡히는 것은 무엇이든 만지작거리는 동작들은 뇌 속에 많은 영역을 차지하는 손의 다양한 감각을 발달시킨다. 뇌 바깥으로부터의 자극이 해당 두뇌 영역과 상호작용을 일으키며 신경망에 변화를 주는 것이다.

눈여겨볼 것은 신체, 정서, 인지 발달의 단계이다, 아기의 뇌가 자신의 몸과 소통하면서 스스로 조절할 수 있는 신체적 발달이 먼저이고, 다음이 자신의 몸 바깥의 대상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는 정서적 발달 단계이다. 이 시기에는 생명체와의 다양한 교류의 폭과 깊이가 정서 기제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마지막이 뇌의 가장 바깥쪽에 해당하는 인지 학습의 발달이다.



성인의 뇌가 되면 뇌의 통합적 균형상태가 인지적 사고체계에 영향을 미친다. 생활 속에서 맞닥뜨리는 직무스트레스, 집중 지속도, 업무 몰입도 등도 결국 개개인의 뇌 상태를 어떻게 변화시키느냐의 문제이다. 즉, 좋은 뇌 상태의 형성이 핵심이라는 얘기이다.

인간의 뇌는 지구상 가장 발달되고 복잡한 뇌 기능과 구조를 갖추고 있는데, 1950년대 미국의 신경과학자 폴 맥린은 인간의 뇌가 진화 발달을 단계별로 가장 안쪽 1층에 자리하는 생명 기능을 담당하는 ‘파충류의 뇌’라고도 불리는 뇌간(brain-stem), 그 바깥쪽 2층이 감정 작용을 하는 대뇌변연계(limbic system), 가장 바깥쪽인 3층이 이성과 사고 기능을 담당하는 대뇌피질(neo-cortex)로 구성된다고 하며 ‘삼위일체 뇌’ 이론을 주장했는데 아직도 널리 활용되고 있다.

각 층은 당연히 연결되어 있어 서로 영향을 받는데, 아래층 공사가 잘 되어야 상층의 고차원적 기능의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있는 구조이다. 생명기능을 관장하는 1층의 뇌 상태가 부실하면, 즉 몸 상태가 안 좋으면 그 상층의 감정과 이성적 기능의 발현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다.


보통 몸이 건강하면 주변의 작은 자극에도 큰 변화가 없지만, 그 반대일 경우 쉽게 감정이 요동치는 경우를 생각하면 된다. 결국 신체 상태의 균형을 잡는 것이 출발이라는 점이다.

다음으로 눈여겨봐야 할 부분이 감정과 이성적 사고 간의 관계성이다. 세계적인 뇌석학인 안토니오 다마지오 교수는 인간 정서에 대한 과학적 연구를 통해 “인간의 의사결정은 감성에 의해 크게 좌우된다. 판단과 의사결정 과정에 정서가 주도적으로 개입되며, 인간은 충분한 시간을 들여 합리적 결정을 하기 보다는 정서적 기억과 상태에 따라 많은 영향을 받는다.”는 연구결과를 제시한 바 있다.


심신쌍수(心身雙數), 우리 선조들은 예로부터 몸과 마음을 함께 수행하는 것을 가르침으로 삼았다. 신라의 화랑이 그러했고, 고구려의 조의선인 역시 마찬가지였다. 한민족 정신문화의 원형으로 불리는 ‘선도’의 핵심은 ‘몸에서 구하라’이다.

‘인공지능과 공존 혹은 경쟁할 인류 첫 세대’라는 시대적 변화는 결국 마음기제의 총사령탑이라는 뇌에 대한 주목, 나아가 인간 뇌의 특별함과 고유역량 계발에 대한 질문과 답을 요구하고 있다.

20세기 한국은 모든 분야에서 따라가는 입장이었지만, 21세기 한국은 새로운 분야에서 새로운 혁신을 이루어가야 하는 나라이다.


누구나 뇌를 가지고 있지만 뇌를 올바르게 쓰는 방법은 잘 알지 못한다. 똑똑한 뇌, 지덕체(智德體)를 목표로 했던 20세기를 지나 이제는 인간 역량 계발을 위한 새로운 시대로 가야 할 것이다.

‘나는 존재한다, 고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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