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브레인트레이너협회 초청으로 온라인 강의를 한 적이 있다. 늦은 저녁 시간임에도 많은 직장인과 다양한 연령대에서 참여해 그 열기를 짐작하기에 충분했다.
브레인트레이너는 우리나라 교육부가 공인한 두뇌훈련 분야 국가공인 민간자격이다. 대중들에게는 아직은 낯선 자격이지만, 해당 분야에서는 유일한 국가공인 자격이라 관심도가 높다.
최근 한 트롯 가수가 이 자격을 취득해 스트레스와 수면장애 어려움을 겪는 동료 연예인들에게 도움을 주고, 음악을 접목해보고 싶다며 화제가 되기도 했다.
‘뇌’는 그동안 의학 영역에서만 다루던 주제였다. 하지만, 인류 과학의 정점이라는 뇌과학적 연구가 90년대 들어 급부상하기 시작하고, 마음 기제의 총사령탑이 뇌에서 비롯됨을 인류 과학이 밝혀내면서 양상이 달라졌다.
인체의 핵심이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면서, 시대적 흐름에 가장 민감한 대학들이 발빠르게 21세기 뇌융합 시대의 부상을 준비한 건 당연지사.
KAIST 바이오및뇌공학과 홈페이지
카이스트가 가장 선도적으로 움직였다. 2007년 카이스트는 바이오및뇌공학과로 신입생을 받기 시작했는데, 의대를 제외하고 뇌 관련 학과로서는 국내 최초이다.
바이오및뇌공학과는 올해 카이스트 총장에 부임한 이광형 당시 전산학과 교수가 미래학문 분야 인재양성을 위해 2001년 바이오시스템학과로 출발한 학과였다.
2015년에는 이화여대가 뇌인지학과를 신설했다. 당시 이화여대는 학문계 블루오션인 뇌인지과학을 선점해 융합인재를 양성하겠다는 목표로 뇌인지과학과를 설립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학부과정으로는 국내 최초였다.
뇌과학은 심리학의 융복합적 확대에도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한양대는 작년 심리뇌과학과를 신설했다. 인공지능(AI)과 심리학을 접목해 인간의 의사결정과 AI의 중첩분야를 연구하는 학과이다. 고려대는 올해 3월 국내 대학 최초로 심리학과를 독립 심리학부로 격상시켰다.
21세기 뇌융합 시대 부상에 있어, 2018년은 대한민국 뇌 연구에 있어 중요한 해였다. 1998년 제1차 뇌연구촉진법을 시작으로 10년 주기로 진행된 뇌연구 마스터플랜은 2008년 제2차에 이어 2018년 3차 뇌연구촉진기본계획 ‘뇌연구혁신 2030’이 발표되었다
제3차 뇌연구촉진법 (= 과학기술정보통신부)
3차 계획에는 뇌에 관한 근원적 이해 도전, 뇌질환 극복을 통한 국민부담 경감 및 삶의 질 제고, 뇌연구 기반 신기술 창출을 목표로 제시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6대 분야를 중점 추진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선진국은 90년대 초부터 21세기를 뇌의 세기로 선포하고 대형 선도 프로젝트를 통해 인간 뇌에 관한 근원적 이해에 일찌감치 뛰어들었다. 미국의 ‘브레인 이니셔티브(BRAIN Initiative)’, 유럽연합의 ‘휴먼브레인프로젝트(Human Brain Project)’, ‘일본의 ’브레인/마인즈(Brain/MINDS)‘ 등이 그것이다.
우리나라는 다소 뒤늦긴 했지만, 대한민국 두뇌산업 발전의 나침판이 될 3차 뇌연구 기본계획 비전을 '뇌 이해 고도화와 뇌 활용의 시대 진입'으로 제시한 것은 눈여겨 볼만하다.
2012년 국내 최초로 열린 브레인엑스포(BrainExpo)
뇌의 기능과 구조를 밝히는 기초과학과 뇌질환 극복을 위한 연구를 바탕으로 질환의 예방 및 관리, 사회문제 해결 등에 활용하여 삶을 더욱 건강하고 편리하게 하고자 하는 뇌 활용의 방향성은 의미가 있다.
교육부가 공인한 두뇌훈련 분야 브레인트레이너 자격제도가 대표적이다. BT자격검정센터에 나온 정의를 보면, ‘두뇌기능 및 두뇌 특성평가에 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이해를 기반으로 대상자의 두뇌능력 향상을 위한 훈련프로그램을 제시하고 지도할 수 있는 두뇌훈련 전문가’라고 되어 있다.
국가공인 브레인트레이너 자격검정센터 홈페이지
의대에서 다루던 뇌가 과학, 공학의 영역으로 넘어오고, 인지과학, 심리학, 교육학 등 뇌 활용 영역으로의 전환은 시대적 흐름이다.
뇌질환을 연구하는 의학, 뇌의 기능과 구조, 특성을 밝히려는 뇌과학, 이를 산업에 활용하고자 하는 뇌공학 등도 있지만, 살아가면서 당면하는 스트레스와 감정충돌, 부정적 습관의 해소, 멘탈관리, 역량계발 등은 현대인의 삶과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교수로 있는 뇌교육융합학과를 보면 그러한 흐름이 역력히 느껴진다. 사이버대학의 특성이기도 하지만, 고등학교를 갓 졸업한 20대 초반 청년에서부터 70대까지 연령도 다양하다.
자녀 두뇌발달에 관심 있는 학부모들과 교육학, 심리학 전공자 및 강사, 보건교사 그리고 피부미용사 까지 다양한 영역에 계신 분들이 입학한다.
출처= 글로벌사이버대학교 뇌교육융합학과 홈페이지
인간 마음의 기제의 근원인 ‘뇌’의 특성으로 인해 그 자체로 융합학문으로서의 성격을 갖기 때문에, 전공트랙도 유아 두뇌발달, 아동청소년 두뇌훈련, 성인 역량계발, 중장년 치매예방 분야로 나뉜다. 의사나 과학자가 목표가 아니기 때문에, 교육과정도 삶의 실제적 변화에 초점을 둔다.
뇌는 생물학적 기관만이 아니라, 내가 숨을 쉬고, 대화를 하고, 일을 하고, 잠을 자는 일상생활 그 자체이자 나의 과거와 현재, 미래이다. 인체에서 유일하게 정신활동을 담당하는 곳이자, 몸과 마음의 총사령탑이다.
건강의 핵심 키워드가 심장에서 뇌로 옮겨오고, 인간 의식의 기전을 밝히려는 뇌과학이 인류과학의 정점으로 주목받는 때이다.
‘마음과 몸은 기능적으로 독립되어 있다’라는 예전의 명제는 인류 과학의 발달로 옛 문장이 되어버렸다. 심신(心身) 상호작용의 총사령탑, 뇌를 빼고 인간의 심리와 행동양식, 자기계발을 얘기하는 건 우스운 일이다.
20세기 생물학과 신경과학의 발전은 인간의 성장 기제가 다른 동물과 확연히 다름을 보여주었다. 동물은 태어나자마자 걷고, 뛰고, 얼마 지나지 않아 스스로 먹이를 찾아다닐 만큼 성장하지만,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은 오히려 오랜 시간이 지나서야 가능해진다.
유전과 환경의 조합으로 전 생애에 걸쳐 변화하는 고등생명체가 바로 인간이다. 바야흐로 뇌에 대한 이해가 인간에 대한 이해를 이끄는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우리는 뇌에 대한 새로운 지식들을 통해 희미하게나마 우리를 포함한 인간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이것이 금세기 최고의 진보이며 인류 역사상 가장 의미 있는 일임을 깨닫기 시작했다.” - Leslie A. Har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