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만두님 Jun 29. 2021

6월의 독서기록


#16. 좀머 씨 이야기 - 파트리크 쥐스킨트

작년에 읽었다가 꼭 틈새에서 나눴으면 해서 올해 열여섯번째 책으로 다시 읽었던 책.

다양한 관점 해석이 나와, 같이 읽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던 책이었다.

편견없이 바라보는 아이의 시각을 통해 보이는 것만을 잣대로 삼아 판단하지 말자는 이야기부터 여름이라는 의미를 가진 좀머씨에 대한 서로의 생각까지. 시대에 맞게 자연스럽게 커가는 아이의 성장기 소설과 대조되는 좀머씨에 대한 이야기, 읽는 순간보다 나누는 순간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쥐스킨트의 ‘향수’나 ‘깊이에의 강요’처럼 어떤 생각에 대해 깊게 관찰하고 그를 풀어내는 모습이 참 좋았다.


나는 세월의 흐름에 맞춰 성장해 나갔다. 그 무렵 - 적어도 내 생각으로는 - 최고의 시절을 보내고 있었고, 어떤 때는 내가 세월을 앞질러 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기조차 했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냉혹한 현실의 책무에 시달리고, 복잡한 논리에 얽매이고, 목표에 매달리고 또 스스로의 욕심에 포로가 되면서 순수함과 각자의 독창성이 빚어낸 고유의 인간성을 상실해 버리고 만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2538




#17. 명랑한 은둔자 - 캐럴라인 냅

올해의 열일곱번째 책. 현정이가 너무 좋았다며 선물해준 책이었는데, 1/3쯤 읽었을 때 처음엔 잘 와닿지 않았다. 너무 자기 합리화하는 거 아니야? 라는 생각이었는데, 냉정하게 자기를 바라보는 시각이 좋았다는 선우오빠 평을 듣고 나머지를 읽고나니 참 좋았던 책으로 남은 것 같다. 냉정하게 자기를 바라보고, 인정하는 게 쉽지 않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고독이라는 걸 단순하게 나쁘고 우울하게 볼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제대로 바라볼 줄 안다는 것이 멋진 일이라는 것을. 고독과 고립의 차이를 명쾌하게 설명하는 그녀의 서술에 감탄했던 책. 추천해준 현정이가 왜 너무 좋았다 했는지 알 것 같았다. 좋은 것을 나눌 사람들이 주변에 있다는게 참 좋았던 경험을 안겨준 책.


 하지만 나는 우리가 수줍음으로부터 개인의 책임에 관하여, 우리가 주변 사람들에게 미치는 영향에 관하여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고도 생각한다.
고독은 차분하고 고요하지만, 고립은 무섭다. 고독은 우리가 만족스럽게 쬐는 것이지만, 고립은 우리가 하릴없이 빠져 있는 것이다.
홀로 있는 상태는 개성의 온상이고, 나는 홀로 있는 상태가 그렇게 변덕을 맘껏 발산하도록 해준다는 점이 좋다.
나는 한때 내가 아무 계획 없는 시간을 얼마나 겁냈는지, 그냥 가만히 앉아서 내 안의 감정이 밖으로 나오도록 여유를 주는 일을 얼마나 어려워했는지 새삼 떠올린다.
우리는 둘 다 성장하고, 각자 실수하고, 각자 독립된 개인으로 편하게 느끼는 법을 익히면서 우리의 레퍼토리는 넓어졌다. 우리는 이제 독자성의 스텝을 추가했고, 이따금 겪는 실망을 견디는 법을 배웠고, 서로의 차이를 받아들이는 법을 연습했다.
그는 자신이 갈망하는 수준의 만족을 누릴 자격이 있다고 스스로 느끼지 않는 한, 거울에 비친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사랑스러운 사람이라고 진심으로 믿지 않는 한 그 갈망을 채울 수 없을 것이다.
칵테일 파티에서 마티니로 얻은 세련됨은 불안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힘겨운 작업을 거쳐서 내면으로부터 얻은 세련됨과 결코 같지 않다.
별 대단한 일처럼 보이지 않을 수도 있지만, 많은 면에서 실제로 이것이 회복이다. 점진적인 약간의 변화. 이 보 전진했다가 일 보 후퇴하는 것. 한 번에 1그램씩 작디작은 변화. 그것들이 충분히 쌓인 후에야 상당한 변화로 보이고 느껴질 수 있는 것이다.
할 일을 해치웠다는 것 자체가 단순한 기쁨이었을 뿐 아니라, 이 일로 새삼스럽게 몇 가지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내게는 절망감에 맞써 싸울 자원이 있다는 사실, 내 시간을 잘 쓰고 내 영혼을 잘 돌볼 능력이 있다는 사실, 외로움이 우리에게 닥치더라도 우리는 그로부터 무언가를 배울 수 있으리라는 사실.
괴로움을 놓아버리는 일은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일이고, 자기 인식과 성숙함과 시간이 절묘한 비율로 섞여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의 마음 또한 여러 면에서 하나의 근육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은 체육과네서 운동시키는 것만으로는 부족하고 체육관 밖에서도 돌봐야 하는 근육이라는 것이다.
나는 내 팔에서 느끼는 만족은 전적으로 사적인 것이고, 이 점이 그 만족감을 특히 의미 있게 만들어준다. 몸매에 관한 외부의 명령이 아니라 나 자신의 열정과 어떤 일을 할 줄 아는 능력에서 비롯한 미적 기쁨, 안에서 나와 밖으로 드러난 아름다움. 날개가 된 나의 팔, 이것이 바로 해방의 정의라고, 나는 믿는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6657865




#18.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있습니다.

올해 열여덟번째로 읽은 책. 꽤 재밌게 읽었다.

특히나 요즘같은 코시국에 가장 많이 머무는 공간인 집에서의 자신의 루틴을 잡아가고 그에 맞게 나의 공간을 꾸며가면서, 자신을 올곧이 들여다볼 수 있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독립을 하고 내 공간을 꾸미고 코시국이 터지고 재택근무를 하면서, 내가 마주했던 고민들을 다른 사람들도 했다는 점에서 공감도 많이 되었고 나를 더 들여보고 루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을 읽으면서, 팬데믹 상황에서도 자연은 바지런히 살아가고 있으며 책의 작가들도 나도, 그러한 흐름과 변화를 더 온전하게 느끼게 되었고 그럼에 소중함 또한 더 진중하게 느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도 들었다. 가볍지만 흥미있게 읽은 책.


집에서 나의 물건을 돌보고 쓰는 모든 순간이 나에게는 집 그 자체다. 그러고 보면 물건에 대한 추억과 애정이 쌓인 총합만큼 집을 더 좋아하게 되는게 아닐까. 그런 마음으로 오늘도 부지런히 나의 물건들을 돌본다.
내게 필요한 것과 필요하지 않은 것들에 둘러싸여 그것들을 지키기 위해 살아간다. 집과 물건들이 나의 시간을 만들고, 그것들이 내가 된다. 드러나는 이야기는 언제나 중요한 사건과 결과다. 대수롭지 않은 시간과 반복되는 일상은 훌쩍 건너뛴다.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하지만 삶의 대부분은 그런 시간이다. 기록되지도 기억되지도 않을 시간의 축적이 삶의 대부분을 구성한다.
환경을 쾌적하게 유지하는 데도 좋지만, 정신적인 환기와 몸의 리프레시에도 꽤 도움이 된다. 인간관계에 적당한 거리가 필요하듯, 나의 일상에도 적당한 리듬을 줘야 한다.
내 집을 꾸미기 위해 유행하는 수많은 인테리어 샘플을 보기 이전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라는 질문을 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나에 이르기 위해서는 솔직해져야 한다. 다양한 시도를 하며 내게 숨겨진 성향을 파악해야 한다.
집에서의 생활을 단단히 만들어 삶의 무게중심을 안으로 이동시키는 일은 어디로 도망치지 않아도 괜찮은, 밖에서 나를 증명받지 못해도 변치 않을거라 믿어지는 일상을 만드는 일이었다.
사회는 팬데믹으로 우왕좌왕하며 멈춰 있는 것 같아도 발 디디고 있는 땅은 매일의 생명력으로 부지런히 살아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주었다. 자연은 인류의 소란과 관계없이 매일 확연하게 다른 아름다움으로 부지런하게 변화하며 자신의 시간을 살고 있었다.
우리는 자기 공간에서 누구도 장담하지 못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다. 누구나 이 불확실한 시간을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낼 용기를 내고 있을 것이다. 지금 여기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기 위해서 변화시킨 집이라는 공간은 앞으로 조금씩 나아간 증거가 될 것이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578077




#19. 내 마음을 나도 모를 때 - 양재진, 양재웅

회사 도서관 운영이 재개되자마자 주문하여 읽은 올해의 열아홉번째 책. 추천이 많아 읽게 되었는데 아쉬움이 많이 남는 책이었다.


정신과 의사분들께서 쓰셨다길래 심리에 관심 많은 나로써는 전문적인 부분을 좀더 기대했는데, 그에 비해 정말 가볍고 라이트한 책이어서 아쉬움이 남았다. 내가 컨트롤할 수 없는 남들의 시선이나 생각에 연연해하지말고, 컨트롤할 수 있는 부분에 더 초점맞추라는 이야기는 가장 좋았던.


자존감을 높게 유지한다는 것은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는 사회적 기준과 본인이 치열하게 만들어낸 자신만의 기준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확실한 것은 아무것도 도전하지 않으면 내가 진정 무엇을 원하는지 알 수 없다는 것입니다. 내가 무엇을 잘하고, 무엇을 할 때 신나는지를 알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새로운 것, 피하고 싶은 것에 도전해봐야 합니다.
현재 일어난 일 중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에 에너지와 시간을 쓰는 것, 그 외의 것들에 대해서는 내려놓고 항복하고 상황의 변화를 기다리는 것, 이것이 너무 많은 걱정에 대처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입니다.
경제적/정서적 독립과 더불어 상대에게 책임과 의무를 다할 마음의 준비가 됐는지, 자신이 성숙한 어른인지를 스스로 점검해본 후에야 현명한 선택을 할 수 있습니다.
조건이 아닌 한 사람의 본질에서 매력을 발견하는 시야를 확보해야 합니다. 그동안 자신이 만들어낸 생각이나 가치관, 대인관계나 업무 능력등의 다른 강점을 통해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고정관념에 있는 '힙'의 이미지가 아닌, 나에게 맞는 '힙'을 찾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힙'이 레드라면 같은 레드라도 명도나 채도에 따라 다양한 색깔로 표현되는 것처럼, 나의 성향에 맞춰 나만의 색깔을 찾는 것이죠.
내가 원하는 답이 오지 않더라도 실망하기보다는, 나에게 그런 기대치가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계기로 삼아보세요. 처음에는 어려울지 몰라도 점차 부드럽고 유연하고, 건강한 관계를 맺어나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동안 가족에 대한 소속감에만 집중하면서 자신의 정체성을 가족과 동일시하지는 않았는지 스스로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만약 그렇다면 지금부터는 본인의 에너지를 외부로 돌려서 다른 사람들과 세상에 대해 탐색하면서, 동시에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무엇인지에 집중하길 바랍니다. 각자의 입장에서 서로 다른 것을 바라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고, 그 안에서 내가 해줄 수 있는 것과 할 수 잇는 것, 하고 싶은 것의 균형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자신의 가치는 자신이 만드는 것입니다. 내가 어떤 사람을 만나고 있느냐가 나의 가치를 판단하는 기준이 됩니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506315



#20. 없던 오늘 - 유병욱

좋아하는 작가님의 신간이 나왔다. 수많이 남았던 문구들 중에 가장 좋았던 부분은 코로나 시대에 우리가 음미하는 습관이 생겼다는 말이었다.


나 또한 당연하다 생각했던 것들을 한번 더 들여다보고, 감사하게 여기게 되고, 빠르게 스쳐지나가던 것들을 곱씹어보며 찬찬히 살펴보고 즐기게 되었으니 말이다. 늘 여행지에서 읽었던 작가님 책을 이번 여름엔 집에서 읽어야 했지만, 그래도 읽고 난 후에 마음이 말랑말랑해는 것은 마찬가지였던 것 같다. 주말을 온전히 함께한, 올해의 스무번째 책.


음미는, 지금 내게 없거나, 곧 빼앗길 위기에 처한 것들 앞에서 자주 시작된다. '지금 이것이 당연하지 않을 수 있구나'에서 시작된다. 당연했던 것들을 너무나 많이 빼앗겨버린 우리. 그래서 우리에겐 그동안 없던 능력이 하나 생기고 있는 건 아닐까? 그것은 '음미력' 아닐까.
우리는 코로나를 구실로, 관계에 있어서도 선택과 집중을 하게 된 것 아닐까?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필터를 통해 내 인생에 더 중요한 사람과 덜 중요한 이들이 자연스럽게 분리된다. 고통스러운 사회적 거리두기의 작은 선물이다.
시간을 두고 깊어진 것이 이렇게나 강력하다고 그것은 오직 새롭고 새로운 것만이 무기인 사람들에겐 주어지지 않는 힘이라고.
강력한 팬덤은, '대체 불가함'에서 시작된다. 약점이 없어서가 아니라, 대체할 수가 없어서.
'나는 부족하니까 더 열심히 해야 해'가 아니라, '나와 내 주위의 시스템은 충분히 훌륭하니까, 지킬 것을 지키면서 가장 효율적인 답을 찾겠어'라는 태도가 읽히지 않는가. 멋지지 않은가.
틈틈이 SNS 밖의 시선을 통해 생각의 편향을 바로잡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겠다. 듣기 싫은 말 속에도 진리는 숨어 있으니까.
책은 딱 읽는 사람이 준비된 만큼 내어준다. 당신이 지금의 당신과는 다르던 시절에 읽은 책이라면, 당신은 딱 그 시절의 당신만큼을 얻어갔을 것이다. 반대로 말하면, 책에는 당신만큼을 뺀 나머지 부분이 남아 있을 것이다.
이런 시대일수록 더 중요한 것은 오히려 오직 자신의 힘으로, 남의 해석에 기대지 않고, 어떤 텍스트를 파고 들어가보는 훈련이다.
살면서 음미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만난다. 분명 같은 장소를 가서 같은 시간을 보냈는데, 나보다 훨씬 많은 것을 느끼고 나는 대수롭지 않게 넘겼던 것에서 매력을 뽑아내어 설명해주는 사람들이 있다. 음미력이 뛰어난 사람들 곁에 있으면 세상에 즐길 거리가 늘어난 기분마저 든다. 음미력이 뛰어난 사람들을 자꾸 만나면 나까지 덩달아 세상을 음미하는 시선으로 보게 된다.
시선에는 훈련이 필요하다. 그러니 우리는 곁에 둘 일이다. 음미력이 뛰어난 사람을. 인생을 음미하는 이가 내놓은 글과 그림과 영화를. 가까이 있으면 언젠가는 닮게 되니까.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변화가 찾아온다는 사실만은 분명하다.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0611599





이번달은 체력 증진을 핑계로, 집에 있을 일이 많았다(?) 다른 달에도 그랬지만. 선물받은 책도 있었고, 오랜만에 다시 오픈한 회사 라이브러리를 통해 주문한 책들이 속속들이 도착하는 바람에, 그리고 좋아하는 작가님들의 신간이 나오는 바람에 핑계삼아 바지런히 책들을 읽었다.


코로나가 생각보다 길어지니, 이제는 현 시대에 이를 한탄만 할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이 시국에 잘 살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노하우가 담긴 책들이 서서히 나오는 것 같다. 건강염려증이 워낙 폭발했던 나이기에, 이런 책들이 여러모로 자기 위안 삼기 좋았던 부분들도 있었기도 했다.


무엇보다 혼자 책을 읽는 것보다도, 읽고서 누군가와 같이 나눈다는 건 참 좋은 일 같다. 이번 달에 읽은 '명랑한 은둔자'도, '좀머씨 이야기'도 혼자 읽고 갸우뚱하거나 좁게 생각했던 내 생각의 틈을 넓게 확장시켜주었으니 말이다.


참 알찼던 6월의 독서.


매거진의 이전글 5월의 독서기록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