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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인드박 Dec 21. 2022

대기업에서 감사를 받고 퇴사했습니다.

6주 감사를 받고 느낀 회사에 대한 생각들.

수고했다. 회사를 떠나면 넌 혼자일 거야. 그래도 넌 너를 잘 보살펴야 하고. 사랑해주어야 해. 알았지?


내가 퇴사인사를 하자 선배는 카톡으로 굳이 전화를 걸어 내게 말했다. 저 멀리 미국에서. 눈물과 콧물이 얼굴로 다 흘러내렸다.


그동안 느꼈던 분노, 서러움, 억울함, 또 그 안에서 생긴 즐거움이 모두 모여 뒤섞인 복합적인 감정이었다.


"이렇게 돼서 유감입니다. 저희도 00님과 같은 직장인입니다. 하는 일을 했을 뿐이라는 걸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개인적인 감정은 없었어요. 건승하세요"


감사팀 XX과장이 카톡을 보냈다.

"고맙습니다. 6주 동안 수고했습니다."

나 역시도 그렇게 짧은 카톡을 남겼다. 이제 와서 앙금을 가질 필요는 없는 사람이었다.


회사사람들과 만들었던 카톡방을 모두 나왔다. 남은 것은 아내와 만든 카톡방뿐이었다.

'화면이 깔끔하니 좋네!'

(출처-픽사베이)


처음 4주 감사통보를 받았을 때는 이렇게 긴 시간일지 몰랐다. 그리고 15년 직장생활을 이렇게 마감하게 될 줄도 몰랐다. 사실 경력 중에 감사를 받는 게 처음이었다. 그저 달라는 대로 주고, 하라는 대로 하면 무일 없겠지 하는 천진난만한 나였다.


돌아보니 6주 동안 감사 받 것은 인생에서 큰 경험을 한 시간이었다. 모든 것을 의심하는부터 시작하는 감사과정을 거치면서 세상일이란 게 모두 그렇게 공정하고 , 모든 사람들이 선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알게 되었다.


감사도 회사로 보면 비용이기 때문에, 성과를 내는 것이 목적일 것이다. 그 성과는 또 다른 과실을 막고, 투명한 프로세스를 만들고, 이와 함께 저성과자를 분별하여 내보냄으로써 더 큰 이익을 만들어냄 일 것이다.  


나는 다른 직장인처럼 근무시간에는 일하고 업무시간을 마치면, 퇴근하는 대신 감사팀에서 준 리스트에 맞 자료를 만들어 제출했다.

마치 나눗셈을 잘 못해서 방과 후 남아 숙제를 검사받던 초학생절 나처럼 말이다.


다음날 감사팀에서 호출을 하면 나는 업무 중이라도 시간을 내 자료에 대한 소명을 하고, 때로는 인터뷰룸이라는 곳에 가서 긴 시간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인터뷰룸 회사에 있지는 감사를 받으면서 처음 알았데, 헬스장남녀수면실 운데 이 있고, 벨을 누르면 원확인 후, 으로 가려진 문이 열 방식이었다. 안에는 두꺼운 투명유리로 된 방이 있었다.


 XXX에 대한 생각을 말해주시죠. 어떤 사람이었습니까. 업무 중 이상한 행동을 한 적이 있습니까?


처음에는 긴장해서 발이 부들부들 떨렸다. 감사팀은 에서 유일하게 양복을 입고 출근하는 사람들이었는데, 이유가 있었다.

영화 속 심문실 (출처-오마이뉴스)

검은 양복과 포마드로 정리 단정한 머리는 위압감을 주었다. 철제로 된 차가운 의자에 앉아 감사팀물어보면 나는 했다.


인터뷰는 형사가 용의자를 심문하는 방식비슷했다. 사건 당일 알리바이를 묻듯, 그들은 내게 상사, 상사 주변, 상사 상사에 대해 물었다.


제출된 자료에 대서는 숫자가 왜 틀리는지, 재고가 왜 차이가 나는지, 결재문서는 왜 빠져있었는지에 대물었.


형사들이 그렇듯 질문은 날카롭고 매서웠다.

나는 추리소설, 미스터리 영화를 좋아했지만, 문과 비슷한 인터뷰를 받으리라고는 솔직히 생각하지 못서 충격이 컸다. 인터뷰 후, 코피가 나거나, 집에서 가위에 눌리기도 했다. 


그들은 의자에게 하듯 내게 고함을 치거나 호통을 고,또, 나를 이해한다는 듯 친구처럼 대해주기도 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변화 폭이 크고 었다. 


사실 견디기 힘들었던 것은 자료 준비와 인터뷰가 아 주변로부터 시선이었다. 범죄자로 낙인을 찍은 듯, 모두들 나와 팀에 거리를 두었다. 잘못 엮기면 큰일난다는 분위기였다. 저녁 8시 사무실 불이 자동으로 꺼지면, 불을 수동으로 키고 우리는 업을 시작했다. 3-5년 치 제출자료중에 빠진 것을  부서에 요청하면 거절당하기 일쑤였다.


저희 회사에서 완전히 왕따에요.


팀원들이 내게 볼멘소리를 했다. 다른 부서에서 점심 먹자는 얘기조차

 딱 끊겼단다. 감사를 받고 있다니까, 동료들이 모여서 우리 이야기를 한다고 했다.


자존심이 상했다.

나름 회사에서 잘 나간다고 생각했는데, 핵심인력으로 키워진다고 생각었는데, 것은 착각이었다.


밥은 주로 배달시켜 회의실로  함께 먹었다. 팀장으로 팀원들에게 어떤 위로, 응원도 할 수 없는 게 힘들었다.


'무조건 버티자'

하다가도 팀원 중 일부가 찾아와 팀을 떠나고 싶다고 하면 속으로 절망했다. 바닥이었다.

감사가 끝나면 옮겨도 좋다고, 최대한 나도 돕겠다고 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감사를 받으며 일이 재밋다. 인수인계 때는 몰랐3-5년치 자료들을 모아놓고 보니

가 언제 어떤 일을 했는지 릿속에 그려졌다. 숫자비즈니스가 어떻게 흘러가는지 이해가 되었다. 감사 속에서 재미를 느끼다니, 가학적인 부분이 있는 걸까 생각했다.


어떠한 제보 내용에 대해서도 비밀이 보장되며 그에 상응하는 보상도 있음을 알려드립니다.


6주간 동안 사팀 전체 메일 보냈다. 처음에는 신경 쓰지 않았지만, 감사기간이 뒤로 갈수록 제보 메일이 갔다. 감사팀이 제보가 왔다며 자료를 제출하라고 했다. 버텨보자라던 팀 분위기가 라졌다.

"이건 누가 제보한 거야"

"왜 이런 내용을 제보한 거야"

팀원들이 서로를 의심기 시작했다.



XX님은 저희가 동행드리어 회사 밖으로 안내하겠습니다. 그동안 회사의 자산에 손을 대실 수 없습니다.


과 일을 많이 했던 디자인팀장이 화장 앞에서 감사팀에 끌려갔다. 나는 뒤따라 나오다 놀래 그가 떠나는 걸 지켜 볼 뿐이었다.


뒷모습이 처량했다.

감사팀그의 자리에 와서 모든 물품들을 가져가 버다.

그도, 그의 자리도 그렇게 모두 깨끗하게 정리되었다.


감사팀이 팀원들을 모았다.

중간 경과를 발표했다.

그는 외주업체로부터 골프 접대 받고, 계약대금을 리베이트 했다고 했다. 피해금액 퇴직금에서 제해졌고, 퇴사처리 됐다고 했다.


본부장은 감사기간 내내 보이지 않았다. 사무실은 늘 불이 꺼져있었다.

나는 본부장 대행 옆팀 팀장에 매일 보고를 하고 결재를 받았다.


얼마 뒤, 감사팀이 팀을 또 소집했다. 본부장은 외주업체로부터 골프 접대를 받고, 골프 후, 성접대까지 받았다고 다.

사내에서 존경던 리더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졌다.입밖에 꺼내기 싫은 람이 었다.


5주감사팀 나를 불렀다. 창고에서 발견된 자재들과 재고들이 숫자가 맞지 않는 이유를 설명하라고 했다. 나는 부서를 옮긴지 한 달째밖에 되어 모르겠다고 답했다. 지난 결재품의들을 모두 찾아보아도 숫자가 맞지 않는다고 직히 대답했다.


처음으로 항변했다. 를 이렇게 압박하는 것은 옳지 않. 이건 부당하다했다. 부당하다는 단어 걸렸는지 감사팀장 얼굴 일그러졌다.


00씨, 부당하다고요? 회사가 공정한 곳인가요? 아니에요. 법원이 그렇죠. 여기는 돈 버는 곳이에요.


감사팀장이 말했다. 최고 추정손실액은 1억이었다. 그는 내게 인간적으로 이해는 간다고 했다. 팀장이 된 지 얼마 안됐, 해외에서 그동안 회사에 기여한 바도 인정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그걸로 회사가 입은 피해액을 상충할 수 없다고 했다.


"여기 싸인하시고 나가시는 걸로 마무리하죠. 퇴직금은 정상적으로 받으실 수 있게 해 드리겠습니다."




"부끄러운거여. 그러게 잘했어야지 짜슥아."

아버지는 내가 사하지 않고 잘린 게 마음에 리셨나보다. 친척 부고에 더 이상 회사 제사용품이 지원되지 않는  두고두고 쉬운 일이었다.


얼마안가 척들 사이에서 나는 픈 사람이 되었다. 몇 년간 과로로 건강이 좋지 않아 결국 회사를 그만둔 것이다. 아버지 원하는 시나리오였다.


그나마 인 건 아내다. 퇴직금을 가지고, 작은 돈이지만 갭투자를 할 수 있겠다며 여기저기 동산을 알아보러 다녔다.

"그래도 월급이 작아 언제까지 오빠가 회사에 다닐지 솔직히 걱정었어."

위로인지 디스인지 모를 말이었다.

매일 물을 주는 화분들, 햇빛과 물만 있으면 잘 큰다.

덕분에 글을 쓸 수 있게 되었다. 글을 쓰는 게 힐링이자 분노표출이자 불합리에 대응하는 가 할 수 있는 일한 방식이다.


무엇 잘못을까? 아니 무엇을 잘못했을까? 잘못한 것은 그저 그 자리에 있었고, 그 거기 있었다는 것아니었을까?


선배 말처럼 퇴사 후, 나는 혼자되었다. 어느 누구에게 연락이 오지 않고, 그렇다고 내가 연락을 하지도 않았다.

사회적 사망자.


그렇지선배 말처럼 는 나를 사랑하고자 노력하고 있다. 매일 매일  안아주고 보살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내가 가진 건  자신, 그 뿐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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