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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쌤작가 May 21. 2020

당신의 뇌를 보여주면 당신의 운명을 알려 드릴게요.

<운명의 과학>

미운 4살이라는 말이 있다.


아이가 4살 정도 되면 의사소통도 좀 되고 양육 측면에 있어서 좀 수월해질 것으로 생각했지만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주관이 또렷해지고 무조건 아빠의 말 반대로 행동하고 쉴 새 없이 뛰어다니는 아들을 보며 여러 번 화를 참아내야 했다. 미운 4살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말이 아니라는 것을 요즘 몸소 실감하고 있다. 그럴 때면 아내와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너를 닮아서 그렇다고 우스개 소리를 한다. 아이의 이런 성격, 성향은 어떻게 정해지는 것일까?


한 사람의 성격에는 후천적인 영향도 크게 작용하겠지만 아이가 세상에 태어난 지 32개월 정도밖에 안된 점을 생각하면 지금의 아이의 성향은 선척적으로 타고나는 것이 아닐까?  물론 부모로부터 유전적인 대물림이 일어난다. 그러나 한 사람의 성향, 세상을 바라보고 인지하고 그와 소통하는 방법, 대응방식 등은 우리의 뇌신경세포 뉴런이 서로 연결되는 방식에 따라 정해진다고 한다. 우리 뇌 속의 신경세포가 각각의 영역과 어떻게, 얼마큼 연결되어 있는지에 따라 우리의 행동, 생각, 신념 등이 정해지고 이는 우리가 평생 살아가며 세상과 소통하는 바탕이 된다.


신경세포 자체는 아기가 엄마 배속에 있을 때부터 주로 만들어진다. 열 달을 다 채우고 태어난 아기의 뇌는 성인 뇌의 25퍼센트 정도지만 성인과 비슷한 뉴런의 수가 들어 있다. 그리고 만 3세가 될 즈음, 아이의 뇌는 성인 뇌의 80퍼센트 정도의 크기까지 자란다. 만 3세까지 각각의 신경세포의 부피가 커지고 가지를 뻗으며 다른 세포들과 광범위한 연결을 만들어 내며 뇌가 성장하는 것이다. 바로 이 시기가 중요하다.


생후 처음 3년 동안에는 시냅스들이 인생의 어느 시기보다도 빠른 속도로 형성되어 정신의 회로판인 커넥톰(connectome)의 토대를 만들어 낸다. 이 회로판은 외부 세계에서 온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을 결정하고 행동 반응을 빚어낸다. 따라서 인생 초기에 뇌를 다듬는 과정은 말 그대로 그 아이가 어른이 되었을 때 세상을 어떻게 바라보고 세상과 어떻게 상호작용 할지를 결정하게 된다. <운명의 과학> 47p


만 3세까지 아이의 뇌는 자신 스스로의 운명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보고 듣고 먹고, 경험하는 주변 환경에 따라 뇌신경 연결이 만들어지고 이는 개인 고유의 뇌신경 연결 회로판인 커넥톰을 만들어 낸다. 이때 만들어진 정신의 회로판을 토대로 이 아이는 앞으로 세상과 소통하고 상호작용하며 살아갈 것이다. 이 커넥톰이 어떻게 형성되는지에 따라 아이의 성격, 성향, 세상과의 소통 방식이 정해 지는 것이다.


그렇다면 미운 4살은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우리 아이의 뇌신경 연결 배선이 감정을 통제 못하고 충동적인 아이로 만든 것은 아닐까?? 내가 무언가 잘못된 환경을 제공한 것은 아닐까. 그러나 <운명의 과학> 책을 읽고 나서 나는 안심할 수 있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미운 4살들이 보이는 충동적인 성향들은 지극히 정상이었다.


습득의 어려움을 기준으로 생각하면 감정 통제가 배우기 복잡한 행동이라는 점은 자명하다. (...) 아이가 좌절, 질투, 분노 같은 강렬한 감정을 통제하기 위해서는 감정의 발생에 관여하는 뇌 영역들로부터 정보를 통합해야 하고,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표현하고, 타인의 감정을 고려해서 이 모든 정보에 긍정적으로 반응하기 위해서는 언어와 추론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것은 약 만 3세를 기준으로 전후 몇 달 정도부터 일어나기 시작하고 능숙해지는 데는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그때까지는 이질적인 뇌 영역들이 서로 완전히 연결이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짜증을 내며 폭발하는 것을 어쩔 수 없는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운명의 과학> 53p


우리 아이의 뇌신경 연결은 아직도 진행 중이다. 지금도 마음껏 세상을 탐구하며 각각의 뇌신경세포는 연결을 만들어 나가고 있다. 각각의 신경세포는 가지를 뻗어 쪼개지고 나누어져 연결이 계속 늘어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 뇌의 전체 연결은 대략 100조 개에 이르게 된다고 한다. 이런 연결들을 통틀어 '커넥톰'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만 3세의 아이들은 아직 감정을 통제하는 부분의 뇌가 덜 발달한 상태다. 일반적인 성인의 경우에는 감정을 통제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 그러나 사실 감정을 통제하는 능력은 뇌신경 측면에서 보면 상당히 복잡한 과정이다. 나와 타인의 감정을 이해할 수 있어야 하고, 언어와 추론 능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이런 부분을 담당하는 각각의 뇌 영역들이 아직은 완전히 연결되지 못한 것이다. 그래서 만 3세의 아이들은 짜증이 잦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 지극히 정상이며 부모가 받아들이는 수밖에 없다고 <운명의 과학> 저자인 한나 크리츨로우 박사는 말한다.


내가 이 책을 읽은 것은 너무나 큰 행운이다. 이 사실을 몰랐다면 아이가 짜증을 낼 때마다 그 이유도 모른 채 아이에게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물론 지금도 화가 나는 순간들이 있다. 양육을 하다 보면 어쩔 수 없다. 하지만 뇌신경 연결의 과정으로 인해 생기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는 것을 안 지금은 더 참고,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정말 다행이다.


아이의 뇌신경 연결을 도와주자!


여기서 이런 의문이 들지 않을 수 없다. 만 3세까지 아이의 뇌신경 연결이 만들어진다면, 그 시기 동안 부모는 어떻게 해야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뇌 배선이 만들어지는 과정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캠브리지 대학교의 빅토리아 레옹 박사는 의외로 간단한 조언을 해 주었다. 바로 아이와 눈을 맞추며 말을 많이 걸라는 것이다.


아기에게 최대한 많이 말을 걸라는 것이다. 그러면 아이가 학습할 수 있는 자료가 더 많아진다. 이것이 양적인 측면이다. (...) 빅토리아는 또한 아기와 보호자 사이의 직접적인 시선 접촉이 엄청나게 긍정적인 효과가 있음을 입증한 자신의 연구에 대해 말해 주었다. 이런 시선 접촉은 아이와 보호자 사이의 뇌파 동기화 (brainwave synchronization)를 강화하고 아기의 소통 노력을 자극한다. 아기에게 말을 하면서 아이를 똑바로 쳐다보면 아이의 학습 속도가 빨라진다. <운명의 과학> 55p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이야기를 나누면 뇌파 동기화가 일어난다고 한다. 이때 아기의 소통능력을 자극해 아이의 학습 속도가 빨라진다. 외외로 그 해답이 쉬워서 안심이었다. 아이의 뇌신경 연결을 도와준답시고 어려운 책을 억지로 읽어주거나 강제로 여러 가지 경험을 시킬 필요는 없는 것이다. 그저 아이의 눈을 바라보고 많은 대화를 나누면 된다.  


여기에 더해서 아이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했던 것들을 조금씩 경험할 수 있게 해 주고 그것에 대해서 서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면 아이의 뇌 회로판을 더 넓고 다양하게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넓고 다양한 신경 회로판을 바탕으로 아이가 자라면서 자신만의 고유한 개성과 특성을 잘 만들어 나갈 수 있지 않을까. 부모가 해 주어야 할 것은 강제로 어떤 것을 주입시키려 하기보다 여러 다양한 것들을 경험하고 대화를 나누어 아이 자신의 세계를 스스로 만들어 나가게 도와주고 지켜보는 것 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중2병을 이해하다!


그런데, 만 3세까지 뇌신경 연결 배선이 만들어지는 것이라면 그 후에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물론 뇌신경 연결은 변한다. 특정 영역을 반복적으로 사용하면 그 부분의 뇌신경 연결이 강화되고 실제 뇌구조가 변한다는 '뇌 가소성'이론은 이제는 널리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적인 뇌의 발달 과정으로 봤을 때 만 3세 이후 다음으로 중요한 뇌 발달 시기는 바로 10대다.  


북한도 무서워한다는 대한민국의 중2. 그러나 뇌 발달 과정을 이해하면 이런 중2도 이해할 수 있다. 10대들의 특징 중 하나는 위험을 무릅쓰고 즉각적이고 충동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10대의 앞이마겉질은 그런 시냅스 가지치기가 대량으로 일어나는 장소다. 이 뇌 영역은 자기가 배워 왔던 내용을 가다듬고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로 구축해 나가는 일을 동시에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 대단히 역동적인 시기에는 앞이마겉질에서 정보가 처리되는 방식과 보상회로를 비롯한 다른 심부 영역의 정보 처리 방식 사이에 불일치가 발생한다는 주장도 있다. 그 결과로 청소년은 즉각적인 만족과 보상에 대단히 예민해지지지만 충동 조절 능력과 의사 결정 능력은 아직 완전히 발달하지 않은 상태가 된다. 평균적으로 10대들은 안전책을 강구하지 않고 즉각적인 황홀감을 좇아 행동할 가능성이 크다.  <운명의 과학> 64p


흔히 말하는 철이 든다는 것은 10대의 뇌 발달 과정이 어느 정도 이루어지고 난 후를 말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10대의 뇌는 지금까지 경험한 것들을 가다듬고 불필요한 뇌신경 연결을 가지치기하는 대단히 역동적인 시기다. 이 시기에는 충동 조절 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이 아직 완전히 발달한 시기가 아니기 때문에 어른이 봤을 때는 얼토당토않는 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친구의 영향력이 커지는 것 또한 10대가 되어야 비로소 사회적 뇌를 발달시킬 필요성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청소년들은 사회적 배제에 극도로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지금까지 축적된 경험이 많지 않기 때문에 청소년들이 미래를 생각하거나 무언가 결정을 내릴 때는 자연스럽게 또래들의 영향을 받게 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이 10대가 끝날 때 즘에는 뇌신경 회로에는 일종의 고속 신경로 시스템이 갖추어져 기본보다 훨씬 더 빠르고 신속하게 정보를 처리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경험이 필수다. 여러 가지 경험이 축적되어야만 뇌신경 연결의 가지치기를 할 수 있게 되고 자신만의 정체성과 자아를 형성할 수 있게 된다.


직계 가족이 아닌 외부 사람들과 접촉하면 신선한 전망과 아이디어들이 10대의 뇌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10대의 뇌는 바로 이런 점을 용이하게 해 주는, 감정적으로 더 원시적이고 감각 추구적인 죄 영역을 진화시켰다. 10대가 충동적으로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은 본질적으로 경험의 레퍼토리를 더 크게 구축하기 위함이다. 이런 경험들은 자기만의 고유한 방식으로 앞이마겉질을 다듬는 데 도움을 주고, 이를 통해 미래의 의사 결정 과정과 사고 과정이 정해진다. <운명의 과학> 68p


한마디로 10대의 뇌는 '경험'에 굉장히 목말라 있는 상태다. 청소년들이 겉으로 보이는 행동 특징들은 어쩌면 뇌의 자연스러운 발달 과정일 뿐일지도 모른다. 또래 집단을 경험하며 사회적인 뇌를 발달시키고 다양한 여러 가지 경험과 지식을 흡수하여 자신만의 커넥톰을 계속 수정하고 업그레이드해 나가는 시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청소년들이 더 이상 부모나 가족과 어울리려 하지 않고 친구들 하고만 다니려는 것도 지극히 정상으로 보인다. 말을 많이 하지 않고 조용히 방에 틀어박혀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려 하는 것도, 부모의 말에 반항하고 자신의 고집이 강해지는 것도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과정이며 어른으로 성숙해 가는 시기임을 이해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다르게 말하자면 만 3세를 지나 다시 한번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좋은 시기는 바로 10대라는 말과 같다. 이때 부모들은 어떻게 아이들의 발달 과정에 도움을 줄 수 있을까? 내가 내린 결론은 한 가지다. 아이들에게 지식을 강요하지 말고 대신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 주는 것이다.


성격과 인생을 바꾸는 경험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자 나는 나의 부모님께 감사하지 않을 수 없었다. 내가 내린 결론을 우리 부모님은 예전부터 알고 계셨던 것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나는 10대의 정점에서 남과 다른 경험을 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누군가 나에게 인생의 가장 큰 변화의 시기를 물어본다면 나는 주저 않고 중학교 3학년 때 남아공에서 지냈던 1년의 시간을 꼽는다.


중학교 2학년을 마칠 무렵, 어느 날 아버지는 갑자기 형과 나를 남아공에 보내셨다.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그곳에서 형과 나는 어느 한인 아저씨의 집에 머물며 1년을 보냈다. 전라북도 남원의 작은 곳에서 갑자기 광활한 아프리카 땅으로 나의 세상이 순식간에 변한 것이다. 그곳에서 정말 다양한 사람, 수많은 경험을 했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모든 것이 변해 있었다. 학업도 쉬워지고 친구들, 세상을 대하는 눈이 변했다고 할까. 그때 나는 어느 정도 철이 들었던 것인지도 모르다.


그 흔한 사춘기도 없이 나의 10대를 잘 마무리할 수 있었던 것도 중학교 때 남아공에서의 경험 1년 때문인지도 모른다. 또래 그 누구보다 폭발적인 경험의 성장을 이뤄낸 것이고 그만큼 나의 뇌신경 연결도 업그레이드되고 나의 성격, 정체성도 형성된 것이 아닐까. 그때의 1년의 경험은 나의 성격을 바꾸었고 이후 나의 인생에도 영향을 미쳐 전공 선택과 직업 선택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제 내가 해야 할 일도 분명 해 졌다. 나의 사랑하는 아들에게 내가 경험했던 것들보다 더 다양하고 좋은 경험을 시켜 주는 것이다. 나의 어린 시절과는 세상이 많이 변했지만 그만큼 더 다양한 경험을 만들어 내기에는 더 좋아졌다. 세계 어디에나 갈 수 있고, 어느 누구도 만날 수 있고 다양한 것을 보고 경험할 수 있는 세상이다.


나는 그저 아이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고 아이 스스로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가는 것을 지켜볼 뿐이다. 가끔 길을 잃는 것 같다면 스스로 일어설 수 있게 격려해 주고 묵묵히 뒤를 받쳐 주는 것이 나의 역할임을 깨달았다. 든든한 부모라는 발판을 가지고 아이가 마음껏 세상을 탐구할 수 있게, 내가 더욱더 단단해 지기를! 그렇게 되기 위해 더 많이 읽고 공부하고 성장해야겠다!


<운명의 과학>을 읽게 된 것은 너무 큰 행운이다. 이 책을 만날 수 있게 해 준 씽큐베이션에 감사를 전합니다.

덕분에 더 성장했습니다. ^^


마지막으로 성인을 위한 뇌를 보호하는 팁 6가지!


1. 신체 활동을 활발히 하라.

2. 잠을 잘 자라.

3. 사회 활동을 활발히 유지하라.

4. 식생활을 점검하라.

5. 공부를 계속하라.

6. 긍정적인 마음을 유지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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