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인디아나 존스는 고고학자가 아닙니다. (1)
꽃피는 봄날 같은 하루하루를 보내던 대학교 1학년. 우리 학과는 1학년은 학부생, 2학년부터는 학과제로 운영되고 있던 과였기에 2학년으로 올라가기 전, 희망하는 학과의 교수님과의 면담시간이 필수 코스였다.
나 역시도 학과를 정하기 전 희망 학과 면담시간이 잡혔었는데, 다행히 1:1이 아닌, 1:N 였던 덕택에 나 외에 다른 학부생과 함께 교수님과의 면담이 이뤄졌다.
평소에 수업 외 접점이 없던 교수님이었기에, 교수님이 어떤 질문을 하실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앉아 있자, 교수님이 (실제 학과생이 되었을 때는 그런 친절한 미소를 다신 볼 수 없었...) 얼굴에 사람 좋은 미소를 띠며 입을 여셨다.
" 커피마신토끼 학생은 왜 우리 학과에 오고 싶은 건가?"
"넵! 저는 어릴 때 인디..."
"인디아나 존스 빼고"
교수님의 물음에 마치 출력물처럼 준비했던 말을 내뱉으려고 입을 떼자마자 교수님의 뒤이은 말에 마치 고장 난 듯 정해놨던 답변이 온전한 문장을 만들어 내지도 못한 채 입 안 속에서 맴돌았다.
'어쩌지! 어쩌지!!! '하며 무너지는 멘탈을 가까스로 붙잡으며 내 옆에 앉아 있는 동기를 곁눈질로 힐끔 쳐다보니 지진 난 것 마냥 좌우로 심히 흔들리고 있는 동기의 눈빛을 발견하자 태풍이 몰아치듯 혼란스러웠던 마음이 서서히 안정감을 되찾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동기의 패닉과 입만 뻐끔뻐끔 거리는 내 모습에 교수님이 한숨을 크게 쉬며 내뱉은 한마디. 잠시나마 이어붙였던 멘탈이 다시금 쿠크다스처럼 바사삭 거리기 시작했다.
"인디아니 존스는 고고학자가 아니야"
인디아나 존스가.... 고고학자가 아니라구요?! 아니 그게 무슨말인가요. 교수님?!
교수님이 한숨을 쉬면서 던지셨던 그 한마디가 흡사 '넌 사실 다리 밑에서 주워온게 아니라 OO병원 수술실에서 태어났단다' 라는 충격적인 탄생 비화를 들었던 어린시절로 돌아간 느낌이였다. 어린 시절에 읽었던 위인전은 다 집에서 태어났길래 나도 어련히 집에서 태어난 줄 알았지. 병원 수술실이라니! 나는 집에서 태어난게 아니니 위인의 길에 들어설수 없는건가! 라며 밤 잠을 설치며 심각한 고민에 빠졌던 그때처럼 말이다. 생각해보니 나 많이 순수했었네.
의문과 혼돈의 카오스 속에서 어버버 하며 끝났던 면담 결과와는 다르게 다행(?) 스럽게도 희망했던 학과인 고고학과의 학생으로 2학년을 맞이하게 되었다.
그 이후 넘쳐대는 과제와 방학 중간중간 발굴현장체험을 하며 잊고 지냈었는데, 그때 나름의 흑역사였던 그날 일이 다시 떠오른건 다름아닌 대학교 4학년 때.
내 사랑하지마지않는 [인디아나 존스 4 크리스탈 해골]편 을 만나고 나서였다.
고고학과 전공생 수업이여서 그런지, 이번에는 수업하는 강의실에서 다들 모여서 보게 되었는데 성덕이 된 기분으로 두근거리며 맞이했던 인디아나 존스.
그 역시도 세월의 시간을 거스를 수 없었는지 백발이 성성한 모습에 나도 모르게 눈물을 감추었다.
전공이 고고학이다 보니 나 뿐만 아니라 다들 오랜만에 나오는 인디아나 존스 영화에 두근두근 대며 모니터에 시선을 떼지 못했다. 영화 맨 첫 장면에서 기대에 반짝거리던 눈빛들이 영화가 중간으로 가면 갈 수록 점점 다들 찌뿌려지더니 인디아나 존스가 크리스탈 해골을 발견하고는 집어드는 동작에서 다들 경악하는 표정으로 바뀌고야 말았다.
나 역시도. 속으로 외마디를 외치면서 말이다.
저...저.....!!!! 도굴꾼놈의 시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