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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Nov 10. 2023

전교 750등이 판사가 될 수 있었던 이유

인간의 한계를 깨는 위대한 질문 - <인듀어>

초등학교 5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7년간 오로지 야구만 했다. 그런데 한계에 부딪혀 야구를 포기하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대디 (Daddy)"가 아빠인 건 알았지만 스펠링을 몰라 쓰질 못했다. 이런 사람이 판사가 되는 건 쉽게 상상하기 어려운 모습니다. 하지만 이종훈 판사는 이 어려운 걸 해낸 사람이다. 문과에서 전교권에서 놀아야 법대를 가고 거기서도 엄청난 공부량을 버텨내도 될까 말까 하는 사법고시를 고등학교 2학년 때 755명 중 750등 하던, 공부와는 전혀 거리가 먼 사람이 어떻게 해냈을까?


머리가 타고났었는데 운동을 하느라 공부를 안 했을 뿐 원래 잘할 사람이었을까? 이종훈 판사의 인터뷰를 보면 수업을 듣고 4번을 복습했다고 하는 것을 보면 천재적인 두뇌의 소유자는 아닌 것 같다. 오히려 남들처럼 괴롭지만 끝까지 버티며 좌절하지 않고 해내는 근성이 해답 중 하나인 것 같다. 

야구를 하면서 끈기와 오기, 근성, 열정을 몸에 익히게 됐다. 사실 근성만 있다면 못해낼 일은 없다. 쉽게 좌절하고 포기해 버리는 게 문제다. - 이종훈 판사 인터뷰 중


포기하지 않고 버티는 힘, 그만두고 싶다는 욕망과 계속 싸우며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힘, GRIT으로 대표되는 꾸준함을 유지하는 힘은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지구력과 뇌


보통 지구력이라고 하면 장거리 달리기나 사이클 등 긴 거리를 달리는 데 필요한 힘이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마라톤 선수들은 엄청난 지구력으로 보통 사람의 전력 질주의 속도로 2시간을 달린다. 그 말은 동시에 터질듯한 심장과 찢어질 것 같은 다리 근육이 그만 멈추라고 보내는 신호와 통증을 견디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포기하라는 본능을 이겨내고 현재 상태를 유지하는 힘. 이건 그만하고 싶지만 앞으로의 시험을 위해 계속 공부하는 것, 온갖 스트레스를 받으면서도 끝내 프로젝트를 이끌어가는 것과 같다. 

지구력은 인간이 마라톤을 완주하기 위해 꼭 필요한 능력인 동시에, 악을 쓰는 아이들과 함께 국제선 비행기의 이코노미 좌석에 끼어 있을 때 정신을 잃지 않도록 도와주는 힘이기도 하다. (중략) 사실 육체적 지구력과 정신적 지구력 사이에는 생각만큼 명확한 경계가 그어져 있지 않다.

- <인듀어> 41페이지 -


이런 지구력은 몸상태에 따라 영향을 받는다. 달리기를 할 때 느껴지는 통증, 갈증의 정도, 체온, 산소량 등에 영향을 받지만 결국 이런 상태들을 종합해 몸에 신호를 주는 건 "뇌"의 역할이다. 뇌에서 이런 신호들을 받은 다음 어떤 한계를 넘어가지 못하도록 페이스를 낮춘다. 즉, 더 할 수 있음에도 포기하게 만드는 결정을 내리는 건 다름 아닌 우리의 뇌인 것이다. 반대로 뇌에서 그만하라는 충동을 억제하는 능력이 강하면 쉽게 포기하지 않고 지속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자재력이라 불리는 반응 억제 능력은 유한한 자원이다. 실제로 하루종일 앉아서 일을 해도 퇴근 후에 운동하러 가기 싫어지고 특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자재력을 발휘해야 하는 상황이 많은 날에는 이런 경향이 더 심해진다. 어떻게든 운동을 하러 가도 평소에 비해 집중도 잘 안 되고 더 할 수 있음에도 빨리 포기하게 된다. 

반응 억제 능력이 지구력을 발휘하는 데 꼭 필요한 정신적 요소이며, 낭비하면 고갈되는 한정된 자원인 것으로 밝혀진 것이다. (중략) 하지만 육체적 피로가 반복된 훈련으로 극복 가능하듯이, 오랜 세월에 걸친 운동이 그들의 반응 억제 능력을 강화했다고 추론할 수도 있다.

- <인듀어> 135페이지 -



포기하지 않는 힘


그렇다면 포기하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저자인 알렉스 허친슨은 "몸을 단련하라"라는 답을 준다. 육체적으로는 몸을 단련함으로써 심장이 튼튼해지고 호흡을 유지하기 쉬워지며 몸이 적응하게 되고 이전의 강도를 견디는데 더 편해진다. 그만큼 지구력이 향상되고 포기하지 않아도 되는 구간이 길어진다. 게다가 정신적으로도 몸을 단련함으로써 통증을 견디는 능력이 증가하면서 끈기를 향상할 수 있게 된다. 


세상이 발전하면서 여러 기술들이 생겨나고 있지만 지속하는 힘은 여전히 부족하다. 당장 나만 봐도 점점 짧아지는 집중력에 점점 스트레스에 취약해지고 있다. 하지만 한계를 돌파하기 위해서는 지금의 고통을 버티는 힘이 필요하다. 포기하지 않고 지속하려는 의지가 중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본인 몸을 단련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몸이 강해질수록 고통을 이겨내는 힘이 강해지고 쉽게 포기하지 않으며 지속할 확률이 높아진다. 


예전에 즐겨봤던 <미생>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구절이 있다. 정신적으로 약한 이유는 체력이 약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체력이 약하기 때문에 쉽게 포기하게 되고 회복을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지금 너무 힘들다고 느껴진다면 나가서 달려보자. 이 한 발자국이 포기하지 않는 힘을 키워주고 어쩌면 우리의 한계를 넘어서게 되는 첫걸음이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다.


네가 후반에 종종 무너지는 이유, 대미지를 입은 후 회복이 더딘 이유, 실수한 후에 복귀가 더딘 이유. 모두 체력의 한계 때문이다. 체력이 약하면 빨리 편안함을 찾게 마련이고, 그러다 보면 인내심이 떨어지고, 그 피로감을 견대지 못하게 되면 승부 따윈 상관없는 지경에 이르지. 이기고 싶다면, 충분한 고민을 버텨줄 몸을 먼저 만들어! 정신력은 체력이란 외피의 보호 없이는 구호밖에 안 돼!

- <미생> -




참고자료 : 

1. <인듀어>, 알렉스 허친슨, 다산초당

2. 이종훈 판사 인터뷰 : https://www.donga.com/news/Society/article/all/20190119/937699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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