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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청타래 Nov 17. 2023

내 인생의 역경의 순간

나의 삶의 궤적 훑어보기

<유연함의 힘>의 저자 수잔 애시포드는 자신의 경영자 프로그램의 첫날에 리더들 자신의 삶 전체를 돌아보는 훈련을 한다. 그러면 대부분 본인이 피하고 싶었던 역경의 순간에서 가장 많이 배우고 성장했다고 한다. 방법은 간단하다. 일정 기간을 구분해서 각각에 대한 점수를 매겨보면 되는 것이다. 운이 좋게 나는 예전에 한달자기발견이라는 프로그램에서 "나의 연대기"를 작성해보았다. 그리고 나도 가장 힘들었던 시기에 가장 큰 깨달음을 얻었다. "정신 차리고 공부해라!"



과거의 내가 쌓아온 벌을 받다.


내 인생의 역경의 순간은 2015~2016년 총 2년이다. 2014년에 전역하고 취업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ROTC라 졸업을 하고 2년 넘게 군생활을 하다보니 전공은 완전히 까먹었다. 아니 그 전에 까먹을만한 지식도 없었다. 게다가 대학생 때 공부를 대충하고 놀기만 해서 영어도, 공모전도, 인턴이나 랩실 경험도 없었다. 그런데 내 동기들은 하나씩 취업을 하거나 대학원을 가기 시작했다. 다들 각자 인생의 방향을 잡고 나아가고 있었는데 나만 제자리였다. 더 문제는 나 자신에 대한 이해조차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자기소개서를 쓸 때 입사 동기 다음으로 어려운 것이 "자신의 강점과 단점"에 대한 질문이었다. 거기에 첫 여자친구와 헤어진 충격에서 쉽게 헤어나오지 못한 상황이라 정말 업친데 겹친 격이었다.


그나마 방황하면서도 꾸역꾸역 스터디하고 면접을 계속 보러 다니면서 운이 좋게 일본계 중견기업에 입사를 하게 되었다. 그래서 이제 좀 숨통이 틔이나 싶었지만, 도망친 곳에 낙원은 없었다. 차라리 다시 군대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이 들 정도였다. 하루에 평균 14시간씩 근무했고 주말에도 나와서 밀린 업무를 해야했다. 오죽하면 회식이 있는 날에도 갔다가 다시 출근해서 평가하기도 했다. 거기에 방목형이면서 사사건건 간섭이 많은 종잡을 수 없는 파트장과 살살 신경을 긁으면서 깔보고 틱틱대는 사수까지 모든면에서 힘들었다. 사장님과 대면식에서는 사장님을 위한 장기자랑을 준비해야 하고 진급자는 연구소 전원한테 한턱 쏴야하는 이상한 문화까지 모든게 날 힘들게 했다. 탈출을 위해 16년 하반기에 현재 회사의 면접을 봤지만 탈락했다. 취업 준비 기간이 너무 길어져 입사날과 면접날이 겹쳐 현재 회사의 면접을 포기했었던 것이 너무나 후회되는 날이었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어떤 것인지 깨달은, 너무나 추운 2016년의 겨울이었다.




이수역 광장의 기적


우연히 페이스북에서 화제의 단어장인 빅보카의 저자 신영준 박사가 신권을 내고 서점투어를 한다는 글을 봤다. 무슨 저자가 서점투어를 한다고 하는거지?라는 생각을 했지만 그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강남 교보문고에서 처음 신영준 박사님을 만났다. 다른 사람들은 상담도 해주고 한다는데 우리의 첫 대화는 사인해주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20초정도였다. "안녕하세요. 저는 올해 입사한 신입사원인데요..." "아 그러면 이 책 2번 딸딸딸 읽고 독후감 써서 나한테 보내"가 끝이었다. 그런데 그날 저녁부터 다음날까지 하루 반만에 500페이지가 넘는 완벽한 공부법을 다 읽어버렸다. 그 전까지 언제 마지막 책을 읽었는지조차 모르는 나였는데 말이다.


그리고는 16년 12월 31일 이수역 광장에서 하는 신박사님 강연에 참석했다. 3시간이 넘는 시간 동안 벌벌벌 떨면서 강연을 들었다. 같이 사진을 찍고 집으로 돌아오는데 이상하게 가슴 안쪽이 뜨거워지는 기분이었다. '이렇게 살면 안되는구나. 지금이라도 공부해야겠다!' 자기계발을 시작하게 된 계기였다.


그때부터 이 악물고 공부하고 독서를 했다. 오후 10시에 퇴근하고 기숙사가 아닌 카페로 가서 폐점시간까지 공부를 했다. 토요일에는 전공 강의를 듣고 일요일에는 아침 8시에 강남역에서 빅보카스터디를 했다. 그러면서 일주일에 한권씩 책을 읽었다. 바닥이 왔다는 건 치고 올라가는 일만 남았다는 말이다. 그렇게 17년 6월 현재 회사에 다시 도전해 합격을 해서 지옥을 벗어났다. 그리고 정도는 다르지만 지금까지 매년 조금씩 발전해 오고 있다.



퓨처셀프에게 투자하자


보통 남자들은 재입대하는 꿈을 꾼다고 한다. 너무 힘든 기억이라 꿈에 나오기만 해도 다음날이 뒤숭숭하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재입대하는 꿈은 한번도 꾼 적이 없지만 이전 회사에 다시 입사하는 꿈은 몇 번 꾼 적이 있다. 그정도로 내 인생에서 최악의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렇게 힘들었기에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이 있었고 운이 찾아왔을 때 내 것으로 만든 것 같다. 


예전에 나는 퓨처셀프에게 빚을 지는 행동만 했고 그것들이 모여 역경의 순간이 오는걸 자초했다. 아무 생각없이 하루를 보내고 그저 놀고 게임만 했다. 제대로 지식을 습득하지 않고 벼락치기로 그 순간만 모면했다. 이런 행동들이 그 당시에 미래의 나에게 빚을 지고 있었고 그게 쌓여 1년 6개월의 취업준비기간과 지옥같았던 이전 회사 생활로 돌아왔다고 생각한다. 


"지금 내가 힘들다면 그건 지금 뭘 잘못해서가 아니다. 과거의 내가 잘못한 것들이 지금 발현되는 거다. 그러니 당장 뭐가 바뀔거라 생각하지 말고 지금 이 악물고 열심히 살아라. 그러면 미래에 내가 바뀐다." 언제인지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신영준 박사님이 강연중에 한 말이다. 즉 지금 퓨처셀프에게 투자하는 행동을 해야 미래의 내가 행복해지는 것이다. 애기가 태어나고부터 정신없다는 핑계로 한참동안 서평을 쓰지 않았다. 이제 정신 차리고 다시 투자할 시간이다. 앞으로 10년, 20년 후 더 행복해지기 위해 이 악물고 노력하자. 다시는 예전으로 돌아가지 말고 더 나은 삶을 살자. 이것이 역경의 순간이 나에게 준 교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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