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서 첫 집을 떠나며. 1
처음은 항상 기억에 남지
처음은 특별하다. 어찌어찌해도 기억에 오래 남는 법이다. 인도에서 만난 나의 첫 보금자리는 꽤나 근사한 녀석이었다.
집주인이 사랑으로 꾸민 집이었다.
인도집에는 드문 고풍스러운 벽지.
여기저기 안주인이 직접 골랐다는 액자그림들. 누가 봐도 값이 나가 보이는 미국수입가구들.
외관은 좀 허름해 보일지언정 내실은 튼튼한 녀석이었다. 아파트 관리는 어떤가. 오래된 입주민들이 많아 청소부, 화단 관리자들이 착실히 일을 해내는, 관리가 잘 되는 곳이었다.
이웃들은 머리 하얀 할머니부터 초등학교 꼬꼬마들까지 사회성이 얼마나 좋은지 환대받는 느낌은 이런 거구나 싶었다. 인도의 첫인상이 이곳이었는데, 인도 어때? 누군가 물어보면 ''Love it!!!" 말할 정도였다.
6월부터 이사를 갈까 말까 고민했었다. 예산이 좀 커진 탓에 기회라고 생각이 들어 수 십여 집을 보고, 수 십 명의 중개인을 만났다. 그렇지만 첫 보금자리가 나에게 정말 뜻깊었기에 이런 핑계, 저런 핑계 대며 이사를 미루었다. 이렇게 귀임 전까지 살아도 되겠다 싶었다.
그런데 지역신문에 날 만치 모두를 놀람과 의문의 구덩이로 몰아간 사건이 벌어졌다. 다행히 가족 아무도 다치지 않았고, 방은 여분이 있었기에 사건이 벌어진 방을 거의 반 폐쇄하였다. 나가라는 징조인 듯 생각 들었다.
내일은 이삿날이다.
오늘 저녁 모두에게 인사하고 싶었지만 산책 나온 김에 만난 몇몇 이웃들과 인사를 나누었다. 생각보다 조용한 이별이어서 다행이다 싶었다. 아니면 눈물이 났을 거 같이 기분이 어두운 물처럼 가라앉았다.
그래도 아예 한국으로 가는 것은 아직 아니니까,
새 집은 이곳에서 차로 15분 거리이며 자주 이 앞을 지나다닐 예정이니까, 마냥 슬퍼하지는 않아도 될 거 같다. 한 번은 방문하여 매일 인사했던 경비원들과 다시 한번 인사 나눌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