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전)스타트업 현)대기업을 거쳐 현)스타트업까지 총 3곳의 회사를 거치며, 종종 생각하게 되는 것이 '리더'다. 좋은 리더란 무엇일까? 기업의 규모와 형태에 따라 요구되는 '좋은 리더'의 표본은 조금씩 다를까?
실무에 강한 리더
유통과 식품업계에만 다녀봐서 다른 업종은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내가 아는 유통/식품업계 리더 상당수는 생각보다 실무에 강하다.
실무를 직접 해 봤던 출신의 사람이 ceo가 되면, 업무 속도가 상당히 빠르게 진행된다. 대부분 ceo 혹은 실장/팀장급의 경험 및 직관 하에 yes or no 결정이 바로 되기에 실행도 빨라진다. 일을 배우기에 참 좋다.
그런데 초년생 때에는 "why"에 집착하다보면 반감이 생기기도 할 것이다(까라면 까는거야? 이걸 왜 해야하고, 공감대 형성 좀 하면 안 되나?).
비전을 보여주는 리더
실무에 강하면서 비전을 보여줄 능력까지 있다면 금상첨화인데, 둘 다 훌륭한 분을 아직 잘 보진 못했다.
여기서 말하는 비전이라 함은, 단순히 daily 업무를 잘 수행하는 차원이 아니라 "우리 회사 잘 되고 있는거야?"에 대한 직/간접적 답을 해 줄 수 있는지 여부다. OO분야의 NO.1 기업, 도약2030 등 와닿지 않는 구호st 비전을 이야기 하는 것이 절대 아니다. 실질적인 비전이다.
실무를 속속들이 알지는 못하지만, 실무자가 좀 더 역량을 크게 펼칠 수 있도록 판을 벌려주는 것. 전혀 생각지 못한 실질적인 비즈니스 기회를 만들어 옴으로써, 회사 전반적인 opportunity를 확장하는 것 등이다.
회사 자체에 대한 불안감이 있을 때 일정 부분 해소를 해 주기도 한다(나의 경우, 일시적 효과에 지나지 않았지만). 주로 ceo급에서 많이 보인다. 일만 벌리는 리더라는 볼멘소리를 듣기도 한다.
디테일에 강한 리더
실무와 비전 외에 하나를 더 꼽자면 무엇일까? 디테일이다. 디테일에 강해야 실무도 강해지는 것도 있고, 비전을 보여주는 리더 역시 디테일에 강할 수도 있겠지만 굳이 이것만 따로 떼어봤다.
내가 정의하는 '디테일'은 업무를 진행함에 있어서 1) 예상되는 문제 혹은 이미 발생한 문제에 대해 하나 하나 정의한 뒤 2) 문제를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할 줄 아는 것이며 3) 팀 내부/외부에 2)를 공유하여 하나의 consensus를 잡고 넘어가는 것이다.
1)에서 정의하는 '문제'는 정말 가벼운 것도 포함한다. 예를 들어, 팀원이 a 업무를 타 팀과 진행함에 있어 메일로 할 때도 있고 메신저로 할 때도 있어서, 업무 진행에 차질이 생기는 건 없지만 좀 헷갈린다고 가볍게 이야기 한다고 치자.
이 또한 문제로 취급한다. 이 작은 문제를 제대로 파악하고 대안을 제시하기 위해서는, 타 부서 사람들은 주로 어떤 방식으로 업무를 하고 있는 지, 다른 사람들도 동일한 문제의식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는지, 혹은 우리 팀원만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면 이를 해결할 방안은 무엇인지 등 조금 피곤한 사전 조사와 고민 등이 필요하다.
작은 문제도 다각도로 신중히 검토하는 이유는, 그 검토 결과와 대안을 팀 내부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또, 해당 문제와 연관된 유관부서들에 투명하게 공유하고 향후 action plan에 대해 공통된 인식을 가져야만 하기 때문이다(그래야 궁극적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도 하고).
남들이 보기엔 별 것도 아닌 것에 명확하게 R&R을 나누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빡빡하게 구네~란 소리를 듣기도 한다. 때문에 적지 않은 신념 내지 용기가 조금 필요하다(문제를 잘못 파악했거나 대안이 이상했을 시 감당할 창피함을 무릎쓰는 것이기에). 이런 부류를 디테일에 강한 리더로 정의하고자 한다.
어떤 리더가 가장 좋은 유형일까?
정답은 없다. 중요한건 리스펙이다. 어떤 방향으로든 시니어는 같이 일하는 주니어에게 리스펙을 받아야 하며 이를 시니어가 자연스럽게 느껴야 한다. 이 사람은 내가 따를만한 사람이고, 당장 공감이 안 되더라도 일단 믿고 따른다-정도의 마음가짐이 주니어에게 있고, 이를 증명하는 표정/행동/결과를 보여준다면 바람직하다.
그래도 가장 바람직한 리더십을 (개인적으로) 꼽아보자면, 디테일이 강한 리더다. 사실 리더급 정도 됐다면 어느 영역 하나쯤은 실무에 강하기 마련이다. 따라서 실무는 당연한 것일 수도 있다(직속 주니어가 하고 있는 실무를 모를 수는 있지만). 비전을 주는 리더 역시 주니어에게 거시적 솔루션을 줄 수는 있지만, 당장 업무를 하는데에 얼마나 도움이 될 수 있는지를 따져볼 때는 아쉬움이 있다.
반면 디테일이 강한 리더가 되려면, 미시적으로 파악할 줄 알면서도 구조를 무너뜨리지 않는 선에서 행동해야 한다. 또한 팀 내부와 팀 외부 모두와의 소통이 원활해져야만 디테일 파악이 가능하기에, 어쩔 수 없이(?) 소통을 많이 하고 크고 작은 회사 이슈에 대해 잘 알게된다. 이런 리더 아래에서 일하는 주니어는 실무 가르침이 당장 없어도, 회사 전반에 대한 비전을 제시받지 못해도, "일할 맛"이 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