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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elina Aug 04. 2023

쿠팡이츠&배민, 락인전략의 차이

당연한 것이 '선택'이 될 때

고객에게 제공하는 서비스질의 기본값이 "보통"이었다가 "좋음"도 추가하여 선택하게 하는 것과, 애초에 "좋음"선택지가 기본값으로 있었는데 더 낮은 수준의 "보통"선택지를 약간의 가격할인과 함께 제시하는 것.


둘 다 선택지를 늘려준다는 점에서는 동일 해 보이나, 전자는 (가격을 떠나서) 더 좋은 서비스를 추가하는 것이고, 후자는 상대적으로 질 낮은 서비스를 추가하는 케이스다. 어떤게 브랜딩에 더 좋을까?


전자가 배달의민족 의 케이스이고, 후자가 쿠팡이츠 케이스다. 2019년 강남권에서 자취를 하며.. 나의 DNA가 이러다 배달음식으로 바뀌는 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많이 시켜먹었던 배달. 성격 급한 나같은 고객에게 배민은 너무 느렸고, 한줄기 빛과 같이 등장했던 쿠팡이츠는 배민의 pain point를 정확하게 타겟했다. 1주문 당 1라이더 배정. 번개같은 배달속도에 반했고, 그 이후부터 지금까지 약 5년간 특이케이스를 빼고 모두 쿠팡이츠로만 주문했다. 나에게 배달=쿠팡이츠 였다.


그러다 쿠팡이츠를 의식한 듯, 배달의민족은 배민1(한집배달) 옵션을 추가했다. 배달비는 조금 더 내더라도, 급한 고객들은 일반배달이 아닌 배민1 옵션을 선택하는 방식이다. 배민1 서비스가 생긴 것을 알게 되었지만, 나같은 기존 쿠팡이츠 고객들은 이미 한집배달 서비스를 default로 이용하고 있었으므로, 굳이 배민1으로 옮겨갈 사유가 없었다.


그러나 얼마전 쿠팡이츠는 디폴트(무조건 한집배달)를 포기했다. 가까운 다른 주문과 함께 배달하되 1,000원을 할인 해 주는 세이브배달이 새로 생긴 것이다.


쿠팡이 날 고민하게 만들다니.


물론 솔직히 고민은 안 했다. 쿠팡이츠를 5년 내내 이용했던 이유는 오직 빠른 배달속도였기 때문에, 세이브배달을 선택할거면 애초에 배민app을 켰을 것이다.


"쿠팡은 무조건 빠르니까 선택하는건데, 이런 option은 왜 넣었지? 천원 할인하면 배민보다 싼건가..?"


그렇다. 쿠팡이츠는 나에게 가격할인을 미끼로 서비스저하를 선택하게끔 만들지는 못했다. 하지만, 다른 경쟁사를 떠올리게 했다. 배민의 한집배달의 배송비는 얼마인지도 한번 체크하게 된다.



한 집 배송이 당연한 것이 아닌, 선택하는 것이 되버린 쿠팡이츠



나와 같이 생각하는 고객이 얼마나 많을지는 모르겠지만. 나 정도의 고객은 그 브랜드의 핵심 Default가 깨지는 순간, 브랜드 충성도도 함께 깨지기 마련이다.


물론 쿠팡의 세이브배송 정책이든 배민의 배민1 정책이든, 각자의 고객을 분석하고 상대 경쟁사를 의식한 lock-in 전략일 수 있다. 다만, 배민의 브랜드 본질은 배달 그자체이지 한집배송은 아니지만, 쿠팡이츠의 브랜드 본질은 어디까지나 한집배송, 빠른배송이었다는 것이다. 


너구리에 다시마 빼는 대신 300원 할인 해 줄게, 어때? 하면 그건 더이상 너구리가 아니다. 너구리는 통통한 면에 다시마가 브랜드 핵심이고, 쿠팡이츠는 무조건 빠른배송이 브랜드 핵심인 것이다. 다른 선택지를 제시한 순간, 이미 희석된 브랜드 아이덴티티. 대체할 다른 포인트가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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