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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타버스 그 무한한 가능성의 서막

메타버스가 만드는 가상경제 시대가 온다

걸리버가 특별한 나라로 여행을 다닌 이야기는 누구나 어린 시절 한 번 쯤 읽었거나 들어 봤을 것이다. 작은 난쟁이들이 사는 ‘릴리퍼트’, 커다란 거인의 나라 ‘브로브딩내그’ 이야기는 나도 만화나 그림책으로도 몇 번 씩 읽었다. 해변에 표류했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걸리버의 온몸이 밧줄로 바닥에 묶여 있었고 거기에 센티미터 정도의 난쟁이들이 가득했던 장면은 얼마나 인상적이었는지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뒤늦게 알게 된 《걸리버 여행기》의 뒤편, 하늘에 떠 있는 도시 ‘라퓨타’와 말들이 지배하는 도시 ‘후이넘’에 대한 이야기들은 격하게 사회를 풍자하고 있었 다. 걸리버가 다닌 상상 속의 나라들은 서로 너무 달라 보이지만 인간 을 중심으로 묘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지금 우리는 현실세계와 연결된 디지털로 만들어진 메타버스에 걸리버가 되어 여행을 다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소인국 ‘릴리퍼트’에서는 엄청난 힘을 가진 존재로 변하고, 거인의 나라에서는 경외로운 대상들을 만나면 왜소한 존재로 작아지고, 하늘의 도시에서는 상상하는 모든 것이 가능해지는 것처럼 우리는 가상세계 속에서 전지 전능한 존재가 되기도 하고 우주와 대자연의 웅장함에 압도되기도 한다. 마음껏 날아다닐 수도 있고 전 세계에서 모인 독특한 아바타들과 밤새워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다. 복잡하고 음침한 중세의 성 지하에 서 보물을 찾고, 친구들과 빌딩 숲을 뛰어다니며 적들과 전투를 벌일 수도 있다. 벽돌을 가져다가 빌딩을 짓고 도시를 건설할 수도 있고 우주에서 몇백만 광년을 이동하며 한 성계의 지도자가 될 수도 있다. 이 모든 것이 메타버스에서 가능한 일이며 현재 일어나고 있는 일들이다. 걸리버가 긴 시간 여행하며 방문했던 상상 속의 도시들을 우리는 하룻밤 사이에 다녀올 수도 있고 매일 매일을 새로운 도시와 공간을 방문하고 모험할 수도 있다.

 

디지털로 만들어진 메타버스는 지금도 확장되고 있다. 새로운 공간이 더해지고 새로운 세계가 만들어지며 새로운 도시가 건설되고 있다. 유니버스라고 부르는 우주와 메타버스가 닮은 첫 번째가 계속 확장되고 있는 것이다. 태초 빅뱅의 순간 한 점이었던 우주가 이렇게 팽창하고 있듯 인터넷의 비트들이 확장하며 지금의 메타버스를 만들고 있다. 우주는 무한한 수의 시공간과 에너지, 물질, 별과 입자로 구성된 총체이듯 메타버스도 무한한 가상의 시공간과 데이터로 이뤄진 점도 닮았다. 즉 물질세계에서의 우주가 있듯 디지털 세계에는 메타버스가 존재하는 것이다. 


메타버스는 연결을 기반으로 한다. 인류의 과반수 이상이 항상 연결되어 사는 시대가 열리면서 메타버스는 열리기 시작했다. 우주의 빅뱅은 138억 년 전이지만 메타버스의 빅뱅은 겨우 30년 전이다. 의식하지 못하지만 우리는 매일 메타버스와 현실세계 양쪽에서 살고 있다. 어디가 경계인지 잘 구분가지 않는다. 우리 삶의 일부가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거니와 연결이 우리 일상에 스며들 듯 메타버스도 스며들고 있기 때문이다. 메타버스의 늘어난 크기만큼 우리가 사는 세상의 크기도 커지고  있다. 


15 세기 콜럼버스가 대항해를 시작했던 이유는 신대륙을 발견하고 금과 보물을 찾아 부자가 될 기회를 잡고 싶었기 때문이다. 새로운 땅에 개척되지 않은 수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라 믿었고, 지구가 둥글게 연결되어 있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는 망망대해에 배를 띄울 수 있었다. 후대에 논란은 있지만 결국 지구가 둥글다는 것을 증명하고 여러 차례의 항해를 통해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업적을 세웠고, 서인도 항로의 발견은 아메리카 대륙이라는 거대한 기회를 유럽인들에게 가져 다 준 계기가 되었음은 분명하다.  


지금 그 다음의 대항해 시대가 밖으로는 우주의 발견과 정복으로, 안으로는 디지털로 만들어진 메타버스로 이어지려 하고 있다. 우주만큼 클 수도 있는 또 다른 세계, 메타버스도 기회의 신대륙 또는 신우주가 될 수 있다. 아직까지 발견되지 않은 기회와 가능성으로 가득한 그곳 이 우리의 도전을 기다리고 있다. 과거의 신대륙 발견은 지구가 만들어놓은 것을 찾는 것 이었다면, 지금의 메타버스는 직접 만들거나 찾는 것 모두다. 메타버스에서는 신대륙도, 신우주도, 새로운 시공간의 축도 만들 수 있다. 몇 달간의 항해나 비행 대신 현실세계에서 순식간에 이동할 수 있다. 원주민을 착취하거나 자연을 파괴하지 않고 디지털로 새롭게 만들고 창조해 낼 수 있다. 유발 하라리가 《호모데우스》에서 제기한 “인간은 신이 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메타버스에서는 “이미 그렇다”라고 답 할 수도 있다. 물리적 세계에서 신이 해왔다고 믿는 능력들이 메타버스 에서는 인간에게 주어졌기 때문이다.  


과거 콜럼버스가 탐험한 지구는 둥글었고 지금도 우린 둥근 지구에 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메타버스는 둥글지 않다. 정확하게는 어떤 규정된 형태가 없고, 그래서 어떤 형태도 될 수 있다. 우리의 상상을 담아 끝을 규정하지 않은 공간이 될 수도 있고 네모 반듯 한 세계가 될 수도 있다. 지구만한 땅덩어리가 될 수도 있고 축구장 하나 만큼 작을 수도 있다. 완전한 가상의 세계로 만들 수도 있고 현실 세계 위에 겹겹이 쌓아 올리는연결된 레이어들일 수도 있다. 그래서 메타버스는 누구에게나 평평하다. 누구나 기회를 찾을 수 있고 누구나 가치를 만들 수 있다. 물리적으로는 형태를 정의할 수 없지만, 가능성과 기회를 기준으로 삼는다면 메타버스는 평평하고 무한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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