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2번째로 살기 힘들다는 도시, 다카의 이야기
"방글라데시에 왔어! 왔어? 왔네? 오고 말았어.."
진짜 오고도 믿기지가 않았던 - 처음 방글라데시에 발을 들이던 날, 2015년 2월 27일.
덥다. 습하다. 정신이 없다.
1년 해외봉사자로 들어온 이 곳에서의 삶이, 어떠한 표지판도 없이 시작되었다.
지나가는 사람 한 명 한 명마저도 신기하게 쳐다보던 그때 그 기억을 살포시 풀어볼까 한다.
Dhaka, ঢাকা, 다카는 내가 원하는 모든 것을 완벽하게 얻을 수 있는 곳이 아니다.
항상 모든 게 느리고 부족하다.
날씨는 3월부터 더워서 모기의 사람을 듬뿍 받는 나는 3월부터 몸 곳곳에서 빨간 자국들이 가시는 날이 없었다.
공기는 온갖 먼지, 매연, 흙모래가 엉켜서 잠시 마실을 다녀와도 까만 코가 묻어나오고 기침이 난다.
차도는 말 그대로 엉망진창. 사람, 릭샤, 씨엔지, 버스, 택시, 개인차들이 뒤엉킨 거리는 교통체증이 단골손님.
걸어서 20분 걸릴 거리가 3시간이 걸리기도 한다.(절대 잘못 쓴 게 아니다.)
누군가 모임에 늦어도 '방글라데시니까'라는 생각에 자연스레 기다림을 인정하게 된다.
신호등? 횡단보도? 이것들이 뭔지 잊은 지 오래됐다.
손을 뻗으면 그게 신호가 되고 그 손으로 차를 막고 걸어가는 그 길이 횡단보도가 된다.
도보도 뭐 이리 울퉁불퉁한지. 차라리 차도 위가 편할 지경이다.
오물 구덩이, 폐수물이 도보와 차도의 경계를 만들어 준다.
그 오물에 몇몇 아저씨들은 벽돌 하나 두고 앉아서 물고기, 과일, 채소를 팔고 있다. 손님도 있다
저 오물구덩이에 몸을 반 정도 담가본 나로서는 저 오물구덩이가 오물이 휘핑크림이 될 정도로 숙성된 아이들이라는 걸 자신할 수 있다. 갯벌 같았다. 그때 나는 깨달음을 얻을 때 유레카를 외치듯 "내가 방글라데시에 왔구나!"를 외쳐댔다. 내가 빠진 다음 날 저 표지판이 구덩이 정 가운데에 딱 생겼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워졌다. '이 나라에 가장 빠른 변화를 줄 수 있는 방법인가'
음식물, 생활 쓰레기가 가득 담긴 통을 도로에 부어두고 그 안에서 맨손, 맨발로 일을 하는 사람들.
공사판에서 아무런 안전장비 없이 시멘트를 나르고 벽돌을 부스고 아슬아슬한 장대 위를 오가는 사람들.
기찻길에 천막을 치고 빨래를 널고 자신만의 거주지를 새로이 만들고 살아가는 사람들.
비 한 번 내리면 흘러 내려갈 듯한 양철로 대충 붙여 만든 수상가옥에 살아가는 사람들.
무엇이 정상이고 무엇이 비정상일까.
위생과 안전 그리고 생계. 무엇이 먼저일까.
하지만,
무작정 매력이 없다고 단정 짓지는 마시라.
세계에서 2번째로 살기 힘들다는 도시 다카. 통계는 통계일 뿐이다.
여기에서 삶을 이어가고 매력을 느껴 다시 돌아오는 사람들도 있다.
다카만의 매력이 있다.
스릴 가득하면서도 낭만적인 릭샤, 더위에도 고된 노동에도 뭐 그리 좋은지 방글방글 웃는 사람들,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듯한 도시의 분위기, 항상 예쁘고 적극적으로 다가와주는 아이들.
정확히 어떤 매력인데?라고 물으면 잘 모르겠지만 머리보다는 마음으로 다가오는 매력들이 존재한다.
이제 시작이다.
모든 글을 시작하기에 앞서 하고 싶은 말이 있다.
물론, 나는 절대 100% 현지인의 입장에서 방글라데시를 볼 수 없을 것이다.
나는 그들과 같은 환경에서 살아가지 않으니까.
내 눈에 예뻐 보이는 게 그들에게는 생계의 고됨일 수도 있고,
거꾸로 그들에게 당연한 일상이 나에게는 신선함으로 다가올 수도 있다.
나는 철저하게, 1년이 다 될 때까지도 '외국인'이다.
그래, 나는 '방글라데시'에 왔다.